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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북한전, 최대 변수는 '조원희 딜레마'


4월 1일 저녁 8시 ´코리안 더비´ 북한전을 앞둔 허정무 감독이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대표팀 중원의 핵인 조원희가 지난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죠. 비록 경미한 부상이지만 지난달 31일 오후 훈련 이전까지 몸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만큼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조원희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북한전 승패 여부가 가려질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3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원희는 내일까지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대안으로 2~3명(김동진, 김치우)을 준비했다. 다들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라 (조원희가 못나오더라도)잘해줄 것이다"며 조원희의 북한전 결장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대체 옵션으로 김동진과 김치우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은 조원희가 못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조원희는 다행히 이날 오후 미니 게임에 참가하여 비주전팀 선수로 활약했지만 북한전을 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조원희의 중요성은 대표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습 공격을 펼치는 북한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중원 장악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며 '홍영조-정대세-문인국'으로 짜인 상대 3톱으로 연결되는 상대팀의 물줄기를 중앙 미드필더쪽에서 끊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원희는 넓은 활동량과 빠른 순발력, 악착같은 대인마크를 자랑하는 홀딩맨으로서 위험 지역에서 홍영조를 필두로 하는 북한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믿을맨'이었는데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전 행보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비단 수비 뿐만은 아닙니다. 조원희가 홀딩 역할에 충실할 경우 기성용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골을 넣거나 동료 선수들의 골을 이끌어내는 장면, 위력적인 중거리슛으로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공격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대표팀은 공수 양면에 걸쳐 탄력 넘치는 전력을 뽐낼 것이며 특히 공격에서는 기성용의 공격이 힘이 실리면서 상대의 밀집 수비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팀의 '살림꾼'인 조원희의 그림자가 다른 누구보다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조원희가 북한전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다면 대표팀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민에 빠진 허정무 감독은 조원희의 대체 카드로 '멀티 플레이어' 김동진과 김치우를 대타로 물색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K리그 데뷔 시절(안양, 인천) 중앙 미드필더로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적이 있는데다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허 감독이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두 선수 모두 중거리 슈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골망을 출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동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미니게임에서 주전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서 허정무 감독을 아쉽게 했습니다. 안양(현 FC서울) 시절과 2002년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음에도 중원에서 활약한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경기 감각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김치우가 조원희를 대신할 카드로 꼽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이라크전에서 골을 넣으며 컨디션이 절정에 올라있는데다 조원희처럼 빠른 순발력과 넓은 활동폭을 자랑하는 선수이기 때문에(수비의 세밀함은 조원희가 앞서겠지만) 조원희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김치우도 그동안 측면에서 많이 뛰었기 때문에 중원 경험이 떨어지는데다 지난달 5일 바레인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음에도 잔실수를 범하는 문제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확실한 카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전은 중요성이 큰 경기이기 때문에 실수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감독이 조원희 대체 카드로 김동진과 김치우 같은 멀티 플레이어들을 고려했다는 것은 중앙 미드필더 백업 자원인 한태유와 박현범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태유는 '서울에서 증명된 것 처럼' 기성용과의 호흡이 맞지 않는데다 활동력에서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조원희를 대신할 적임자라 보기 어렵습니다. 박현범은 많은 분들이 체격 조건(194cm/86kg) 때문에 홀딩맨으로 보시는데, 실제로는 소속팀 수원에서 박스 투 박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입니다. 주로 공격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성용과의 스타일 및 역할에서 겹치는 문제점이 있지요.

만약 조원희가 경기 당일인 오늘, 부상에서 말끔히 회복한다면 이러한 걱정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이라크전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새로운 걱정거리 입니다. 북한의 역습 공격을 봉쇄하는데 지장이 있는데다 소속팀 위건에서의 적응이 이제 본 궤도에 올라있는 만큼 무리한 출장보다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나을지 모를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허정무 감독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조원희 출전 여부가 가려질 것이며 이는 북한전 결과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허정무호가 조원희 딜레마 속에서도 북한전에 대한 희망이 있는 이유는 ´보이는 전력´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저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칠레전 0-1 패배 이후 19경기 연속 무패행진(9승10무)을 거두며 1년 2개월 동안 패배를 잊으며 경기를 치렀죠. 패배와 직결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오름세 분위기를 이어갔던 저력은 어쩌면 조원희 부상 여파를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태극전사들은 ´이빨 없으면 잇몸으로 싸운다´는 정신으로 무장하여 지난해 네 번이나 괴롭힘 당했던 북한 징크스 극복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상암벌을 찾은 홈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보답해야 하는 만큼 코리안 더비전 승리가 절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 전제조건이 바로 '조원희 딜레마'의 해결 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