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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월의 선수' 박지성이 아름다운 이유

 

사람이 공부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 형태입니다. 전자는 평소에 착실히 공부하는 유형이며 후자는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통해 점수를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험 결과는 항상 전자에게 유리했습니다. 매일마다 공부했기 때문에 노력한 결과 만큼 학습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며 어려운 내용까지 기억하고 이해하면서 실력 향상 속도까지 빨랐습니다. '꾸준함'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강한 상대와 약한 상대, 약팀과 강팀을 가리지 않고 항상 꾸준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것이며 올 시즌에 이르러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주전 선수 대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극히 부진한 경기가 드물 정도로 항상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많은 팬들의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며 언제나 제 몫을 다했기 때문에 '꾸준함의 본보기'로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맨유를 위해 누구보다 팀에 헌신하며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박지성이 드디어 노력의 결실을 보상받게 되었습니다. 맨유팬들이 뽑은 3월의 선수에 선정되면서 이달에 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임을 인정 받게 된 것이죠.

맨유 구단은 영어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 한국과 중국, 일본 홈페이지를 통해 3월의 선수 투표를 실시했는데 박지성이 모두 1위를 달렸습니다. 박지성은 팬들로부터 38%의 지지를 얻으며 웨인 루니(23%) 라이언 긱스(21%) 카를로스 테베즈(15%) 존 오셰이(3%)를 제치고 3월을 빛낸 맨유 선수가 되었습니다. 맨유 측은 "박지성이 3월의 선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8일 풀럼과의 FA컵 6라운드 경기일 것이다. 이날 박지성은 특유의 에너지와 근면함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직접 골을 터뜨렸다"며 그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지성이 3월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결정타는 단연 공격 포인트 였습니다. 3월 5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풀럼전 골을 비롯 지난 5일 뉴캐슬전과 14일 리버풀전에서 도움을 기록했고 특히 뉴캐슬전에서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2-1 승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9월 28일 볼튼전부터 지난달 15일 더비 카운티전까지 5개월 동안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는 것과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공격 포인트보다 궃은 역할에 충실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값진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3월을 빛낸 것은 공격 포인트가 아닙니다. 맨유가 3월에 접어들어 최악의 난국에 빠졌음에도 항상 자기 몫을 다하며 팀의 유일한 믿을맨 역할을 했던 꾸준함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그 다음이 공격 포인트였습니다. 특히 14일 리버풀전과 21일 풀럼전에서는 팀이 최악의 참패를 거두었지만 평소에 펼쳤던 활약을 그대로 이어가며 제 몫을 다했던 것이죠. 리버풀전에서는 동료 공격 옵션들의 부진 속에서도 짧고 간결한 패스와 민첩한 오른쪽 측면 돌파로 제 구실을 다했고 풀럼전에서는 오른쪽 풀백과 왼쪽 최전방까지 넘나드는 부지런한 활동량을 앞세워 팀 공격에 활기를 쏟게 했습니다.

3월 5경기를 놓고 볼때도 박지성의 꾸준함은 단연 빛났습니다. 5일 뉴캐슬전에서 베르바토프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고 8일 풀럼전에서는 자신의 맨유 통산 10호골을 달성했습니다. 12일 인터 밀란전에서는 후반 37분 교체 투입되어 날카로운 역습과 끈질긴 압박 수비로 0-2로 뒤진 상대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뿌리쳤고 14일 리버풀전에서는 팀의 참패 속에서도 측면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22일 풀럼전에서는 왕성한 활동량을 비롯 공수 양면에 걸친 고른 활약을 펼치며 팀 전력의 믿을맨 역할을 다했죠.

물론 네임벨류에서는 동료 선수들에 비해 밀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오 퍼디난드가 지난 1일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박지성은 저평가 받고 있는 탑플레이어다. 그는 움직임과 활동량이 뛰어난 소유자로서 다른 어떤 선수도 할 수 없는 것을 팀에 불어 넣고 있다"고 치켜 세운 것 처럼 '실속'에서 다른 누구보다 앞섰으며 특히 3월에 팀 내에서 가장 월등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3월의 선수 투표도 그랬습니다. 네임벨류만을 놓고 보면 루니-긱스-테베즈 같은 골을 잘 넣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팬들의 시선은 팀을 위해 궃은 역할을 도맡는 선수 보다는 골 넣는 선수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열광하기 때문에 그동안 공격 포인트가 부족했던 박지성이 팀내 탑플레이어와 비슷한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06/07시즌 도중 "박지성은 내가 경험해 본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 된 선수 중 한 명이다"고 했던 것 처럼 박지성의 가치는 다른 누구보다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요.

뚜껑을 열은 결과, 박지성은 루니-긱스-테베즈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습니다. 세 선수는 특히 14일 리버풀전 혹은 22일 풀럼전 부진으로 고개를 떨구며 팀의 2연패를 가중시켰기 때문에 3월의 선수에 오를 자격이 없었습니다. 특히 3월의 선수 2위에 올랐던 루니는 리버풀전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발이 묶이며 체면을 구겼고 풀럼전에서는 경고 누적 퇴장 및 코너 플랙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불성실한 행동을 했습니다. 물론 3월의 선수는 지구촌 맨유팬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것이지만, 팬들이 신뢰했던 것은 이름값 높은 선수가 아닌 항상 꾸준한 경기력으로 최선을 다했던 선수였고 그 소유자가 바로 박지성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박지성의 3월의 선수 선정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무기이자 맨유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키워드인 '꾸준함'을 인정받게 된 것이 그것이죠. 팀 동료 파트리스 에브라가 <인사이드 맨유>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팀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한다"고 칭찬했을 정도로 그동안 팀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며 뿌렸던 씨앗이 드디어 올 시즌에 이르러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 하면서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맨유를 지지하는 지구촌 축구팬들도 그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땀흘리며 노력했던 과정까지 모이면서 3월의 선수라는 '꾸준함의 결정체'를 완성짓게 되었습니다.

물론 3월의 선수는 탐스러운 열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팀' 맨유에서 이루어야 할 성과는 앞으로 더욱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항상 최선을 다했던 박지성의 진면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맨유에 오래 남아있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더욱 불타오를 것입니다. 항상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그였기에 앞날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