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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데쿠, 날개없는 추락 언제까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중순 첼시 감독을 맡아 팀의 6연속 무패(5승1무)를 이끌며 '마법사'의 저력을 재확인 시켰습니다. 스콜라리 체제에서 부침을 겪던 첼시는 ´히딩크 효과´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 4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및 FA컵 4강 진출에 성공하여 우승까지 넘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디디에 드록바와 미하엘 발라크, 페트르 체흐는 슬럼프 탈출에 성공하여 팀의 오름세를 주도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첼시의 순항과 반대로 히딩크 감독의 시선에서 멀어질 위기에 있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애슐리 콜은 음주운전 및 경찰에게 욕설을 내뱉는 난동으로 히딩크 감독의 분노를 샀고 플로랑 말루다와 히카르두 콰레스마는 여전히 벤치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선수는 올 시즌 팀의 붙박이 주전 선수로 활약했음에도 방출설 및 이적설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바로 데쿠(32, MF)입니다.

'잘 나가던' 데쿠,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데쿠는 지난해 여름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 부임과 동시에 800만 파운드(약 176억원)의 이적료로 첼시 유니폼을 입게 된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스콜라리 전 감독과 함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이점을 살려 첼시 공격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선수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시즌 '준우승 트레블'의 아쉬움을 겪었던 첼시였기에 데쿠가 올 시즌 팀의 우승을 이끌 에이스가 될 거라 장담했던 팬들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데쿠를 향한 팬들의 기대는 실망과 아쉬움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데쿠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벤치 신세를 지고 있는데다 최근 대두된 방출설과 이적설로 소속팀에서의 앞날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 초반 리그 3경기에서는 2골 2도움을 기록해 리그 1위로 뛰어오른 첼시 공격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하며 '데쿠 효과'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지만 이것은 결국 '반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데쿠의 경기력이 갈수록 침체에 빠졌던 이유는 프리미어리그 경기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형 혹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려면 팀 동료인 램퍼드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가래스 배리(아스톤 빌라)처럼 강한 체력과 빠른 기동력은 물론 공수 능력을 두루 겸비하고 피지컬까지 뛰어나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가하는 압박이 심한데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짧아 상대팀의 중앙 미드필더가 많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데쿠는 몸싸움과 피지컬에서 이렇다할 장점을 발휘하지 못해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대팀 미드필더들의 발에 묶이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더욱이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폭발적인 기동력과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해 체력 저하로 고전하면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패싱력에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램퍼드, 발라크와의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을 드러내며 팀 공격에 이렇다할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스콜라리 전 감독이 데쿠를 꾸준히 믿고 선발로 기용한 것입니다. 데쿠가 중앙에서 고전하다보니 당시 팀이 약점 공간이었던 왼쪽 윙어로 전환시킨 것이죠. 왼쪽에 포진하던 램퍼드가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력이 처지는데다 말루다까지 부진했으니, 자신의 애제자가 왼쪽 공격의 젖줄이 되기를 바랬죠.

하지만 데쿠는 왼쪽에서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중앙에서 상대팀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체력과 기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팀 전술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버거움'에 직면 했습니다. 이는 첼시의 공격이 와해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동료 선수들이 자신의 계속된 기용에 불만을 품게 되었습니다. 결국 첼시의 몇몇 주전급 선수들은 스콜라리 전 감독과 불화에 빠져 팀 분위기가 와해되자 리그 4위 추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고, 끝내 스콜라리 전 감독은 지난달 초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 데쿠를 히딩크 감독이 좋게 바라볼 리가 없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윙어 자리에서 경쟁력을 잃은 그를 홀딩맨으로 전환시킨 겁니다. 한편으로는 그가 드록바처럼 슬럼프에서 탈출하기를 바랬을지 모릅니다. 홀딩맨은 중원에서의 날카로운 패스로 팀 공격의 첫 시발점 역할을 하는 임무를 맡기 때문에 그가 제격이었을지 모르죠.

하지만 데쿠는 지난달 21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후반 9분 교체 투입되더니 잇따른 수비 실수와 위치선정 불안으로 상대팀 중앙 공격 차단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경기 주도권을 허용하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게다가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까지 살아나지 않은 아쉬움까지 남겼죠. 결국 아스톤 빌라전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아직까지 모습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 데쿠의 반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최근 긴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한 마이클 에시엔이 지난 11일 유벤투스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어 팀의 8강 진출을 이끄는 골을 넣으면서 히딩크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기 때문이죠. 여기에 '램퍼드-미켈-발라크'는 히딩크 체제에서 철벽 호홉을 과시하며 팀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데쿠는 시즌 중반부터 경기력 저하로 어려움에 빠진데다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데쿠는 첼시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30대 선수 치고는 비싼편에 속하는 800만 파운드의 이적료 값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히딩크 체제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는 전 소속팀 FC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펼쳤기 때문에 꾸준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히딩크 감독의 스타일과 거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수비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홀딩맨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지는 의문입니다.

최근 데쿠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첼시의 살생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데다 유벤투스 이적설에 시달리며 팀 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입니다. 물론 팀이 바쁜 일정을 소화중이어서 경기 투입 시간이 많을 것임엔 틀림없으나 시즌 초반의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 합니다. 더욱이 32세 선수로서 기동력에 약점을 드러낼 수 있어 앞날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히딩크 체제에서 설 자리를 잃은 그의 슬럼프 탈출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데쿠의 부활은 올 시즌 후반에 달렸습니다. 예전의 건재함을 되찾아 히딩크 체제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로 거듭날지 아니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쓸쓸히 떠날지 시즌 후반에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앞날 운명이 좌우될 것입니다. 이러한 데쿠의 날개없는 추락은 팬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내비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