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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4연속 0골' 아스날, 무엇이 문제인가?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양강 구도를 다투던 아스날의 영광은 결국 고인 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세 시즌 연속 무관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더니 올 시즌에는 리그 5위 추락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안드리 아르샤빈을 영입하고도 이렇다할 반전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자칫 5위의 성적으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될지 모를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름답고 섬세한 축구로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았던 아스날의 공격 축구는 올 시즌에 이르러 효과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흘렙-질베르투-플라미니 같은 주축 미드필더들이 팀을 떠나고 이들을 대체하던 영건들이 경험 부족으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서 전력 약화는 물론 리그 5위로 추락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만약 리그 4위 아스톤 빌라가 2일 오전 0시 스토크 시티전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 차가 8점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아스날의 4위 진입이 더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큽니다. 리그 6위 에버튼에게 승점 2점 차이로 쫓기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다음 시즌 UEFA컵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르샤빈을 영입하고도 확연히 눈에 띄는 공격력 난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지난 1월 18일 헐 시티전 3-1 승리 이후 5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2월 1일 웨스트햄전 부터 3월 1일 풀럼전까지 리그 4경기 연속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4경기 동안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은 시즌 중반까지 저조한 활약을 펼친 '갈라스-투레'의 수비력이 안정을 되찾았음을 의미하나, 문제는 '4연속 0골'에 그치고 있는 공격력 입니다. 아르샤빈만으로 공격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죠.

무엇보다도 팀 공격력을 좌지우지하는 공격 옵션들이 줄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올 시즌 리그 22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한 엠마뉘엘 아데바요르는 지난달 9일 토트넘전에서 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여전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카디프 시티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복귀한 에두아르도 다 실바 또한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테오 월콧, 토마스 로시츠키 같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 까지도 오랜 부상 공백 때문에 팀 공격력 향상에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 약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여 후반 35분 이후 선제골을 넣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골 마저 터뜨리지 못할 경우 무기력하게 비기거나 패하곤 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4경기 동안 웨스트햄-토트넘-선더랜드-풀럼 같은 중위권과 하위권에 속한 팀들과 경기하면서 이들의 두꺼운 수비벽을 뚫는데 번번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주범이나 다름없는 '데니우손-디아비(송)'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경기력이 최근 오름세 기미를 보였음에도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격 옵션들의 책임이 큽니다.

특히 지난달 22일 선더랜드전에서는 아스날 공격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스날은 슈팅 숫자에서 17-3(유효슛 7-2)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고 볼 점유율에서도 61-39로 앞섰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1일 풀럼전에서는 슈팅 숫자에서 19-13의 우세를 나타냈지만 이번에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골을 책임지는 공격 옵션들의 빈약한 골 결정력을 문제삼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스날의 4연속 노골은 골잡이 로빈 판 페르시의 득점포 침묵과 연관이 깊습니다. 판 페르시는 올 시즌 리그 22경기에서 9골 7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톱으로 출장했던 풀럼전에서는 앞에 있는 히트맵이 증명하고 있는 것 처럼 움직임과 활동량이 눈에 띄게 저조했습니다. 문전에서 공을 잡을 때 8개의 슈팅을 날리며 상대 수비수들을 곤혹스럽게 했지만 문제는 유효슛이 단 2개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아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난사' 수준의 슈팅들을 남발한 것입니다.

이 날 풀럼전을 중계했던 이상윤 MBC ESPN 해설위원은 "아스날의 득점포가 살아나려면 판 페르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판 페르시는 팀의 시즌 후반 대도약을 위해 골을 터뜨리며 아홉수(올 시즌 9골)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풀럼전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카를로스 벨라와 사미르 나스리가 포진했던 좌우 윙어의 공격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후반 18분과 25분에 걸쳐 벨라와 나스리를 벤치로 불러들이며 교체시킨 것은 두 선수의 공격력이 저조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벨라는 왼쪽에서 판 페르시에게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윙어치고는 활동 반경이 그리 넓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변신했던 나스리는 오른쪽 풀백 바카리 사냐가 전반전에 저조한 움직임을 일관하자 공격과 수비 영역에서 우물주물거리다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며 팀의 오른쪽 공격에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던 아르샤빈의 활동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이어지고 말았죠. 아르샤빈은 최전방과 미드필더 중앙을 넘나들며(왼쪽 41%, 중앙 21%, 오른쪽 38%) 부지런히 공격에 전념했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에 적응이 덜 된 그가 팀 공격을 지휘하기에는 뭔가 옷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벨라와 나스리의 부진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간결하고 빠른 공격 전개가 필요합니다. 이는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죠. 아직 경험 미숙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시야가 트이지 않은 벨라와 데니우손에게는 팀 공격을 확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하겠죠. 미드필더진에서 창의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는 아르샤빈과 나스리의 호흡 또한 척척 잘 맞아야 할 것입니다. 아스날이 예전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공격 축구 스타일을 완벽히 되찾으려면 두 선수가 빚어내는 공격력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판 페르시는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좋은 위치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골을 넣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리그 5위 아스날에게 남은 리그 경기는 단 11번 뿐입니다. 아스톤 빌라와의 승점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데다 에버튼에 승점 2점 차이로 쫓기고 있어 리그 4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명장은 주어진 위기 상황속에서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벵거 감독의 현명한 대처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벵거 감독이 팀의 공격력 강화를 위해 얼마만큼 훌륭한 지략을 내세울 수 있느냐에 따라 아스날의 운명이 좌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