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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칼링컵 결승전 선발 출장 가능성은?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올 시즌 4관왕 달성을 위한 첫 관문으로 칼링컵 우승에 도전합니다. 오는 3월 1일 오후 12시(이하 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토트넘 홋스퍼와의 칼링컵 결승전에 나서기 때문이죠.

우선, 칼링컵은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보다 권위와 명성이 미약하기 때문에 붙박이 주전 선수 보다는 영건과 백업 선수들을 위주로 스쿼드를 구성합니다. 이들에게 부족한 실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전으로 오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아스날이 2006/07시즌 칼링컵에서 영건 위주의 스쿼드로 준우승을 달성했던 쾌거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일입니다.

올 시즌에는 맨유의 영건들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호날두와 루니, 베르바토프 같은 팀의 핵심 멤버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면 칼링컵에서는 올 시즌 1군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조니 에반스, 대니 웰백, 대런 깁슨, 하파엘 다 실바가 팀 전력을 지탱했습니다. 비록 엠마뉴엘 포가테츠(미들즈브러)의 끔찍한 태클로 인한 후유증으로 페이스가 꺾였지만, '제2의 로이 킨' 호드리고 포제봉의 경기력 또한 인상적 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영건들이 맨유의 칼링컵 결승 진출을 이끈 것에 대한 보답으로 결승전 선발 출장을 약속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21일 더비 카운티와의 4강 2차전이 끝난 뒤 "영건들은 지금까지 잘했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선발 출장)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이들은 큰 경기에서 뛸 수 있을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며 이날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에반스-웰백-깁슨-하파엘의 결승전 선발 출장까지 보장한 것이죠.현재 하파엘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나머지 세 선수의 선발 출장이 확실하고, 올 시즌 칼링컵 5경기를 모두 뛰었던 안데르손과 루이스 나니의 선발 출장까지 예상됩니다.

국내 팬들이 주목하는 것은 박지성의 칼링컵 결승전 선발 출장 여부일 것입니다. 2005/06시즌 칼링컵 결승전 풀럼전에서 풀타임 출장하여 팀의 4-0 승리를 이끈 전적이 있는데다 지난해 12월 클럽 월드컵 결승전 리가 데 퀴토(에콰도르)전에서도 풀타임을 뛰며 팀의 1-0 승리를 공헌했기 때문에 선발 출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록 칼링컵이 중요한 대회가 아님엔 분명하지만 '결승전'이라는 의미 때문에 박지성이 주전 스쿼드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더욱이 박지성은 아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김두현이 유일) 칼링컵 결승전에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선발 출장 가능성은 그다지 무게감이 실리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더비 카운티전 종료 후 그동안 칼링컵에 뛰었던 영건들을 위주로 스쿼드를 꾸릴 예정이어서 지난 25일 인터 밀란전에 출격했던 베스트 일레븐이 결승전에서 그대로 총출동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칼링컵 공헌도를 놓고 본다면 올 시즌 칼링컵 출장 경력이 없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선발 출장 확률이 많지 않습니다. 인터 밀란전에서 원톱으로 활약하면서 최전방을 부지런히 뛰어다녔기 때문에 현재 체력 상태가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물론 후반 30분 이후부터 체력 저하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박지성 또한 마찬가지죠.

박지성은 지난해 11월 12일 퀸스파크 레인저스와의 칼링컵 4라운드(16강)전에 선발 출장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나니는 칼링컵 5경기에서 3골을 넣었으며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깁슨 또한 5경기에 모습을 내밀었습니다.(참고로 깁슨은 중앙 미드필더로 더 많은 모습을 드러냈지만 퍼거슨 감독이 26일 골닷컴 영문판 인터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누굴 투입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멘트를 날렸기 때문에 깁슨이 어느 위치에서 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칼링컵 출전 횟수가 많다는 것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맨유에 있어 나니와 깁슨이 팀의 확실한 주전 멤버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칼링컵에서 팀의 결승 진출을 공헌했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이를 인정하여 결승전 선발 출장이라는 동기 부여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 26일 골닷컴 영문판과의 인터뷰에서 "결승전에서는 칼링컵에 꾸준히 출장했던 영건들이 나선다"며 자신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에 박지성의 선발 출장이 힘들 것으로 여겨집니다. 더욱이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가세하면 박지성이 주전으로 투입될 수 있는 명분이 서지 않습니다.

만약 깁슨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호날두를 투톱 공격수로 올릴 경우 박지성이 나니와 함께 좌우 윙어를 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웨인 루니가 인터 밀란과의 후반 37분에 교체 투입되었다는 점은 토트넘전에 선발 출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루니-웰백' 투톱이 웸블리에 모습을 드러내겠죠. 이렇게 된다면 호날두는 나니와 함께 측면에 배치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굳이 루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베르바토프-테베즈가 모습을 내밀 수 있겠죠.

그렇다고 박지성이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때 처럼 실망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칼링컵 결승전에서 주축 선수들 보다는 영건들의 선발 출장에 무게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토트넘전에 주전으로 못나왔다고 해서 '박지성<나니', '벤치성'이라는 일희일비식의 반응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애지중지하게 신뢰하는 퍼거슨 감독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팀에서의 그의 입지는 '인터 밀란전에서 증명한 것 처럼' 여전히 탄탄합니다.(물론 올 시즌에 이르러 더 강해진 것이지만요.)

그런 박지성이 칼링컵 결승전에 선발 출장할 수 있는 변수는 오직 단 하나입니다. 칼링컵 결승전이 올 시즌 맨유의 4관왕을 위한 첫 발판이라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이 영건 위주의 전략을 바꾸고 주축 선수들을 주전 스쿼드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박지성이 호날두와 측면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지만, 문제는 영건들의 결승전 선발 출장을 이미 약속한 터여서 현실적인 가능성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14일 토트넘전에서 90분 동안 비를 맞아가면서 오른쪽 측면 공격을 거의 독점하듯 열심히 휘저어 다녔기 때문에 이것이 칼링컵 결승전 선발 출장의 결정적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박지성이 칼링컵 결승전에 모습을 내밀지 못하더라도 그의 입지는 달라질게 없습니다. 올 시즌에 이르러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와 FA컵 4강 내지 결승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 선발 출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더욱이 축구는 1명이 아닌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앞으로 맨유의 10년을 짊어질 영건들이 얼마만큼 자신의 잠재력을 뽐낼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물론 박지성이 선발 출장하면 '과장된 표현을 쓰면' 금상첨화 겠지만 그가 결승전에 무조건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는 '무리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