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풀럼을 상대로 거둔 완승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던 승리였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19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순연경기에서 풀럼에 3-0 승리를 거뒀습니다. 전반 12분 폴 스콜스의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상대팀의 기세를 꺾은 뒤 전반 29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상대 골키퍼와의 공 경합 과정에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웨인 루니가 문전 정면에서 박지성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로 추가골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맨유가 풀럼전에서 승리한 소득은 단순한 스코어에 그치지 않습니다. 프리미어리그 3연패 달성의 꿈과 기대, 희망에 한껏 부풀어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번 풀럼전이 팬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던 까닭은 맨유가 리그 우승을 달성하는데 하나의 분수령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 승리로 얻은 소득이 큽니다.
리그 우승 가시화-공수 전력 향상...후반기 문제 없다
맨유는 풀럼전 승리로 승점 59점(18승5무2패)을 기록하여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2위 리버풀을 승점 5점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그동안 시즌 후반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기 때문에 리그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풀럼전 승리는 우승의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리버풀, 아스톤 빌라, 첼시의 역전 우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리버풀과 아스톤 빌라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우승 경험이 없고 첼시는 선두에 승점 10점 차이로 밀렸다는 점에서 맨유의 우승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풀럼전은 앞으로 있을 UEFA 챔피언스리그(2월 25일 인터밀란전) 칼링컵 결승전(3월 1일 토트넘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탄력을 안겨줬습니다. 그것도 3-0의 깔끔한 승리였기 때문에 인터밀란전과 토트넘전을 여유롭게 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많은 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자칫 풀럼전에서 비기거나 패했을 경우 앞으로의 행보에 좋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3-0 승리 그 자체 만으로도 값진 것입니다.
특히 풀럼전에서는 시즌 중반까지 무게감이 실리지 않았던 '골 넣는 공격축구'가 완벽 부활했음을 알렸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11월 23일 아스톤 빌라전부터 12월 30일 미들즈브러전까지 리그 6경기에서 4골에 그쳤지만 이후 리그 7경기에서 15골을 넣었고, 이번 풀럼전에서 세 골을 몰아넣으며 첼시와 더불어 리그 최다득점(44골)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이는 맨유 공격력의 파상적인 면모가 점점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맨유 공격력 향상의 결정적 역할을 마련한 해결사가 바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미들즈브러전부터 이번 풀럼전까지 리그 8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팀의 1위를 이끌고 있는 것이죠. 그동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득점력에 의존하던 맨유가 '호날두 부진' 속에서도 잘 나갔던 원동력을 꼽자면 단연 베르바토프의 맹활약일 것입니다. 베르바토프는 이날 풀럼과의 전반전에서 4번의 유효 슈팅을 날리며 골잡이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이제는 맨유 공격의 '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맨유는 풀럼전에서 복귀골을 넣은 웨인 루니의 활약에 힘입어 시즌 후반 맹공격을 예고 했습니다. 올 시즌 잦은 부상과 골 부진에 시달렸던 루니에게는 팀에서의 공헌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시즌 후반에 맹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 많은 대회 우승컵을 노리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풀럼전에서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에 박지성의 크로스를 받아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입니다.
풀럼전에서 폴 스콜스가 선제골을 넣으며 건재함을 알린 것 처럼, 맨유의 리그 1위를 이끄는 지휘자는 다름 아닌 노장 콤비 '긱스-스콜스' 입니다.(긱스는 풀럼전에 결장했지만) 두 선수는 팀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적시 적소에 맞는 빠른 공격을 전개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디딤돌 역할을 해냈습니다. 특히 긱스는 지난 9일 웨스트햄전에서 자신의 혼자 힘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스콜스는 이번 풀럼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팀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뒷문에서도 노장의 힘은 빛나고 있습니다. 올해 39세의 골키퍼 에드윈 판 데 사르는 풀럼과의 90분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팀의 완승을 이끈 것과 동시에 리그 1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팀의 선두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1302분의 무실점 선방을 펼쳐 유럽 최고 무실점 신기록(1390분, 벨기에 대니 벌린덴)에 근접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197cm의 큰 키에서 우러나오는 든든함을 앞세워 여러 차례 실점 위기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판 데 사르의 무실점 행진에 큰 힘을 불어넣는 포백 수비라인의 '무결점 활약' 또한 빛나고 있습니다. '에브라-퍼디난드-비디치-오셰이'로 짜인 포백은 풀럼전에서 상대팀의 공격을 철저하게 끊으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최근 리오 퍼디난드와 파트리스 에브라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맨유의 무실점 승리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역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리그 수성을 공헌했습니다. 박지성은 풀럼전에서 루니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오랫만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여 팀 승리에 일조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호날두와 좌우 측면을 번갈아가면서 과감한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중앙으로 연결되는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동료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활발히 도왔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에서 후방까지 폭 넓게 넘나드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렇게 풀럼전에서 여러 모로 중요한 소득을 얻은 맨유의 고공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풀럼전 결과는 리그 3연패를 비롯 올 시즌 4개의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오름세를 향한 발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