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보배' 박주영(24)이 소속팀 AS모나코의 4-4-2 시스템 체제에서 2경기 연속 오른쪽 윙어로 뛰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격수로서 진면목을 발휘했고 모나코에서 투톱 공격수로 뛰었던 그의 미드필더 전환은 의외입니다. 지난해 FC서울에서는 몇 경기 동안 왼쪽 윙어로 뛰었고 지난해 3월 북한과의 A매치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했지만, 이번에는 왼쪽과 중앙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모나코의 미드필더진은 양쪽 풀백과 더불어 팀 전력에서 취약한 곳입니다. 미드필더중에서 감각적인 경기 전개와 공격 기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좋은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선수들의 움직임 또한 정적이고 단조로워서 '뻔한' 공격 패턴을 일관하고 있죠. 이 때문에 모나코에서 상대팀에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공격 전술을 볼 수 없는 것이며 한때 프랑스리그 상위권이었던 팀 성적이 리그 11위로 처진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박주영은 히카르두 고메스 감독으로부터 포지션 전환 특명을 받으며 오른쪽 윙어로 뛰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것 처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능력을 갖춘데다 볼 센스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모나코의 단조로운 경기 흐름을 깰 수 있는 잠재적 힘을 가진 것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측면으로 이동한 2경기에서는 공격을 주도하는 장면이 적었을 뿐더러 이렇다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단순한 포지션 적응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국가대표팀 초창기 시절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뛰다 위치 혼란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그였기에 측면에서의 경기력이 그다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박주영을 잘 아는' 박성화 감독이 몇해 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칼럼을 기고한 것 처럼, 그가 어울리는 포지션은 4-4-2의 처진 공격수이자 중앙이지 측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전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과 빠른 순발력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그의 골 본능을 감안할때, 정작 있어야 할 곳은 공격수 자리입니다.
박주영이 오른쪽 윙어로 뛰는 결정적 이유는 공격수로서 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2골에 그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연말 부상으로 빠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에 막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골 숫자가 적습니다. 반면 팀 공격의 중심으로 우뚝선 알렉산드레 리카타는 8골, 프레데릭 니마니는 4골, 후안 파블로 피노는 3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리카타-피노'가 모나코의 투톱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 출신의 22세 공격수인 피노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6경기 연속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고 3경기 연속골(2008년 12월 13일 발렌시엔네스전~2009년 1월 18일 캉전)을 넣는 등 팀의 중심 공격수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박주영은 팀의 공격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유럽 여름 이적시장 막판 프랑스리그로 이적했던 그였기에 유럽 진출을 준비했던 시간이 짧았던 것임엔 분명합니다. 자신의 대표팀 선배인 박지성도 유럽 진출 초기 극심한 부진으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신세였고 이천수, 김두현 등 최근 서유럽 리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의 현지 적응이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리그는 상대팀에 골을 쉽게 헌납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첫 시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주영의 침체는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5년 K리그 후반기에서 상대팀들의 집중견제에 읽혀 부진한 활약을 일관하더니 잦은 대표팀 차출로 인한 혹사로 부상까지 겹쳐 예전의 번뜩이는 킬러 본능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서울과 국가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실전 감각을 되찾았고 11월 사우디 원정에서 상대 수비진을 궤멸시키는 쐐기골을 넣으며 우리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심어줬습니다. 모나코에서 두 골에 그치고 있는 그가 예전의 물오른 골 본능을 보여주려면 부단한 노력과 함께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것임에 분명합니다.
박주영이 몸담고 있는 프랑스리그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골을 넣기 쉽지 않은 리그입니다. 강력한 몸싸움과 거친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를 고립시키는 압박이 많기 때문에 이미 국내에서 몸싸움에 약점을 드러냈던 박주영에게는 쉽지 않은 리그입니다. 상대팀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한 박자 빠른 움직임과 민첩한 돌파력, 고도의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기교'가 필요합니다. 전형적인 타겟맨이 아니기 때문에 힘으로는 승부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주영은 그동안의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움직임이 부족해졌을 뿐더러 개인기로 상대 수비진을 비집고 들어가는 장면이 적습니다. 프랑스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답안은 열려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게 그의 현주소입니다.
박주영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장통을 앓았습니다. 청구고와 고려대, 서울 입단 초기, 청소년 대표팀을 통해 너무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람잘날 없는 나날을 보냈던 겁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2005년 6월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를 오가는 죽음의 원정을 치른 뒤 곧바로 네덜란드로 날아가 청소년대표팀의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후유증이 컸습니다. 이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쳐 유럽 스카우터에게 쓴소리를 들었을 정도였죠. 그동안 잦은 대표팀 차출로 혹사 당했던 그였기에 긴 시간의 침체는 어찌보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축구의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장통을 밟고 일어서야 할 존재는 박주영 자신 뿐입니다. 이제는 낯선 유럽땅에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24세의 젊은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데다 누구나 성장통은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에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예전보다 더 진화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겁니다. 비록 4년 동안의 행보가 좋지 않았지만 유럽 무대에 진출하여 박지성-이영표의 뒤를 빛낼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자리잡은 것은, 언젠가 대선수로 떠오를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 빠를수록 대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 박주영이 모나코에서 공격수로 재전환할지 아니면 오른쪽 윙어로 활약할지는 불투명하며, 유럽 무대에 오랫동안 롱런할지 아니면 모나코에서의 실패로 쓸쓸히 국내로 돌아올지 또한 알 수 없습니다. 박주영 그가 보내고 있는 시즌 후반은 자신의 유럽 무대 생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를 빛낼 대선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성장통을 마치고 힘찬 날갯짓을 펼쳐야 할 때 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주무기인 '골'입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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