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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챔스 우승, 히딩크에 달렸다


올 시즌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프리미어리그 4위로 추락한 첼시가 '마법사' 거스 히딩크(63)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첼시가 성적 부진과 선수단 장악 실패를 이유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을 경질하고 히딩크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긴 것은 그만큼 팀 사정이 다급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미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거의 좌절된 상황입니다. 승점 49점의 첼시는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56점)에 승점 7점 뒤진데다 1경기를 더 치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맨유에 승점 10점 차이로 뒤처지고 있습니다. 맨유가 시즌 후반에 강한데다 2위 리버풀이 올 시즌 심상치 않은 행보를 그려가고 있다는 점, 3위 아스톤 빌라의 돌풍을 미루어 볼때, 내림세 행보를 걷고 있는 첼시의 역전 우승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히딩크 효과'를 통해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토너먼트 강자' 히딩크, 21년 만에 챔스 우승컵 들어올릴까?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가장 원하는 것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아닌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그는 2004/05, 2005/06시즌 첼시의 리그 우승을 이끈 조세 무리뉴 감독(현 인터밀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둔 이유로 줄곧 압력을 행사했고 끝내 그를 경질시켰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3년 3개월 동안의 첼시 감독 재임 기간 동안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음에도 첼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죠.

첼시의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아브람 그랜트 전 감독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랜트 감독은 존 테리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맨유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경질되었죠. 만약 테리가 골을 넣었더라면 첼시의 우승과 함께 그랜트 감독의 잔류가 확실시 되었지만, 끝내 그는 우승 실패를 이유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경질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스콜라리 전 감독을 경질한 것은, 지금의 내림세 행보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상대는 유벤투스인데, 이 팀에는 2004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경질되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습니다. 그가 단단히 복수를 벼르고 있기 때문에 첼시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토너먼트 강자' 히딩크 감독을 데려왔죠.

히딩크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한국 대표팀을 시작으로 지금의 러시아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단 한번도 월드컵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적이 없는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으며 2004/05시즌에는 PSV 에인트호벤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일궜습니다. 유로 2008 8강에서는 러시아 감독을 맡아 자신의 조국 네덜란드를 상대로 3-1 승리 및 4강 진출을 지휘하며 '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항상 욕심이 많은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것은 4강 진출이 아닌 '우승' 입니다. 그는 지난 13일 첼시 선수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나는 프리미어리그 경험을 위해 이곳에 온게 아니다. 가능한 빨리 결과를 내고 싶다. 한국과 러시아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첼시는 거의 완성된 팀이기 때문이다"며 우승을 이끌고 싶은 속내를 밝혔습니다. 1988년 PSV 에인트호벤의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이후 21년 동안 유럽 제패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죠.

히딩크가 챔스 우승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대표팀 감독직을 겸임하면서 첼시와 3개월 임시직 계약을 맺었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기대(챔피언스리그 우승)를 충족시키려면 여러가지 난관들을 이겨야 합니다. 그동안 첼시 선수들이 스콜라리 전 감독의 전술에 움직이고 훈련한데다 1월 이적시장이 끝났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전술 운용과 주전 스쿼드 구성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히딩크 감독이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선수단 기강 확립입니다. 올 시즌 팀 부진의 '주범'으로 몰린 디디에 드록바는 지난해 연말 마무리 훈련 이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출장 기회를 주지 않는 스콜라리 전 감독과 팀 전술을 정면 비판하고, 이에 동료 선수들이 반박하면서 마찰을 빚었습니다. 드록바외에도, 스콜라리 전 감독 전술과 데쿠 편애를 둘러싼 주축 선수들의 불만 또한 끊이지 않았죠. 이는 첼시 선수단의 응집력 약화가 되어 끝내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첼시의 오름세를 위해 선수들의 화합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의 심리에 휘둘리기보다 그것을 이용하여 '문제아'들을 다스렸던 그였기에, 자신의 노련한 감독 경험과 촌철살인의 화법을 앞세워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할 것입니다.

선수들의 포지션 정리 역시 필요합니다. 스콜라리 전 감독이 첼시에서 실패했던 전술적 요인은 발라크-램파드-데쿠를 적절하게 공존시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램파드와 데쿠는 왼쪽 윙어 자리를 번갈아가며 뛰었으나 중앙에서의 활약을 그대로 살리지 못했고 데쿠와 발라크는 이전보다 저조한 활약으로 팀 공격력에 이렇다할 힘을 불어넣지 못했죠. '드록바-아넬카' 투톱 공존 또한 그랜드-스콜라리 체제에서 실패를 거듭했고, 최근에는 두 선수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첼시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감독의 용병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술적인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빅리그 징크스'로 고전하는 히카르두 콰레스마의 부진 탈출을 돕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훗날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성공한 지도자로 이름을 남기려면 반드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필요합니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우승을 위해 여러가지 난관들을 이겨야 할 것입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이 첼시의 유럽 제패를 이끄는 마법을 발휘할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