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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vs바게리, '아시아 빅뱅' 승자는?


한국과 이란을 대표하는 축구스타인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카림 바게리(35, 페르세폴리스)가 드디어 한 그라운드에서 조우할 예정입니다.

오늘 밤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한국과 이란이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기 때문에 양팀 에이스인 두 선수의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란 전력의 핵이자 아시아 축구의 별인 두 선수의 활약은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침내 이들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격돌해 자국의 승리를 다투게 됐습니다.
 
박지성vs바게리, 한국-이란 자존심 격돌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두 팀에게 있어 중요한 무대입니다. 현재 한국이 B조에서 2승1무(승점 7점)로 선두를 달려 1승2무(승점 5점)로 2위를 기록중인 이란에 앞서있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 10점 고지에 오르며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성큼 밝아집니다. 반면 이란은 한국전 승리시 조 1위에 오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일 것입니다.

그 중심에 한국과 이란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박지성과 바게리가 있습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서 세계 최고의 팀인 맨유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는데다 대표팀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며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맨유에서 익힌 자율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어가는 등 팀의 진정한 구심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자신이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한 3경기에서 한국이 모두 승리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이에 바게리는 지난해 알리 카리미가 이란 축구협회와의 불화로 은퇴를 선언해 선수단 분열 조짐을 보이자, 알리 다에이 감독의 요청으로 6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하여 주장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리는 등 리더십이 정평난 노장 선수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과 바게리는 각각 아자디 스타디움, 한국에 강한 면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2000년 6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LG컵 4개국 친선대회 첫 경기 마케도니아전(2-1 한국승)에 출장해 팀의 결승골과 자신의 A매치 첫 득점을 뽑았습니다. 이번 이란 원정에 포함된 태극전사 중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박지성이 유일합니다. 이란 대표팀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30경기 연속 무패행진(25승5무)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9년 전 득점은 값어치가 큽니다.

바게리는 과거 '한국 킬러'로 이름을 떨친 선수입니다. 한국 축구 최악의 굴욕으로 통하는 1996년 아시안컵 8강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의 2-6 대패를 안겼으며 4년 뒤 레바논 아시안컵 8강 한국전에서는 한국 골문 40m 전방에서 강력한 오른발 장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이에 한국은 김상식과 이동국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바게리의 골은 당시 한국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예측불허의 장면이었습니다. 역대 A매치 85경기 50골을 기록할 만큼 미드필더임에도 득점력이 뛰어납니다.

한국에게 있어 바게리의 존재는 부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한국을 상대로 위협적인 골을 넣은 경험도 있지만, 최근 A매치에서 골을 넣는 등 여전히 놀라운 기량을 내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달 중국, 싱가포르와의 A매치 경기에서 3골을 기록해 이란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중앙 수비가 약한 한국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인 것입니다.

반면 이란도 박지성을 경계대상 1호로 놓고 있습니다. 다에이 감독은 지난 5일 한국전을 앞둔 현지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매우 위대한 선수다. 그가 출장할 때 한국은 더 좋은 팀이 된다"며 박지성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허정무호의 전력이 만만찮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란 대표팀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은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를 통해 "아무리 박지성이 있더라도, 한국에게 아자디 스타디움은 지옥이 될 것이다"는 독설을 퍼부으며 박지성을 의식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한국과 이란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허리싸움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정점에 박지성과 바게리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여 팀 공격을 진두지휘할 예정입니다. 한국으로선 박지성의 가세로 왼쪽 측면 공격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며 이란으로서는 바게리의 득점력을 앞세워 한국 골문을 두드리겠다는 각오입니다.

어쩌면 이번 경기에서는 박지성과 바게리가 서로 공을 빼앗으려는 장면이 자주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기성용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박지성이 수비 상황에서 바게리의 공격을 차단하는 장면이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박지성은 왼쪽 측면은 물론 중앙까지 활발히 치고드는 넓은 활동폭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하지 않더라도 바게리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칠 것입니다.

한국과 이란은 이번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박지성과 바게리의 활약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지성이 부지런한 움직임과 끊임없는 공간 창출로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지 아니면 바게리가 이번 한국전에서도 어김없이 골을 넣으며 한국 킬러의 명성을 떨칠지 양국 축구팬들, 그리고 아시아 축구팬들은 두 선수의 맞대결에 벌써부터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