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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라이프

스물 후기, 김우빈 원맨쇼 아니라서 좋았다

김우빈 준호 강하늘 주연의 영화 스물 후기 올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재미있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저 같은 경우에는 여러 차례 웃음이 나왔습니다. 계속 웃다보면 자신의 발이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앞쪽에 있는 의자 걷어차기 쉽습니다. 다행히 저는 앞쪽이 사람 지나다니는 통로라서 편한 자세로 봤네요. 그 정도로 스물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물에 대한 호불호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20세 혹은 한국 20대 청춘남녀들의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스물에 대하여 난해하게 느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스물은 무겁지 않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극장에서 스트레스 풀기 딱이었습니다.

 

 

[사진 = 저의 스물 관람 인증샷 (C) 나이스블루]

 

스물이 재미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배우들의 재치넘치는 드립과 예측불허의 재미난 행동이며 다른 하나는 B급 정서가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B급에 대한 콘셉트가 뚜렷했습니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전형적인 청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는 스물 보면서 '설마 청불영화였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15세 관람가더군요. 청불과 15세 관람가 사이의 아슬아슬한 소재거리가 재미있게 표현되다보니 관람석에서 웃으면서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10대 후반 무렵에 '스무살 되면 화려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는 생각을 꽤 해봤을 겁니다. 저의 경우 아름다운 외모의 누군가와 함께 항상 멋있는 시간 보내면서 많은 돈을 쓰는 삶을 보낼 것 같았습니다. 과거에 MBC에서 인기 끌었던 남자셋 여자셋이나 논스톱 같은 청춘 시트콤 영향 때문인지 스무살에 대한 환상을 많이 느꼈죠. 그러나 스무살이 되면서 이상과 현실이 달랐음을 실감했습니다. 스무살이 되면서 제가 키워왔던 환상이 그저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습니다 영화 스물은 스무살 청춘이 겪는 현실이 B급 정서로 실감나게 표현되어서 좋았어요.

 

 

스물이 과연 현실적인 영화인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겁니다. 영화 보면서 '내가 20세 때 저런것을 해봤나?', '다른 20세 청춘도 저렇게 지냈나?'라는 의문을 가지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스물이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준호라는 캐릭터가 김우빈, 강하늘에 비해서 20세 현실에 맞는 인물이니까요. 준호는 김우빈과 강하늘에 비하면 잘 돋보이지 않습니다. 영화속에서 나오는 외모도 '아이돌 멤버였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준수하게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튀는건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헤어스타일 변화 정도였습니다.(알고봤더니 준호는 2PM 멤버더군요.)

 

준호가 주인공 세 명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인 이유는 알바생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학원다니면서 알바까지 하는,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그의 현실적인 위치가 지금의 20세 청춘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세가 되면 알바 해봤던 사람 많을 겁니다.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할텐데 한편으로는 자신의 꿈을 키우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볼 때는 준호보다는 김우빈과 강하늘이 연출하는 재미를 느끼기 쉬우나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준호를 더욱 떠올리기 쉽습니다.

 

[사진 = 저의 기술자들 관람 인증샷 (C) 나이스블루]

 

지난해 연말 개봉했던 영화 기술자들 관람했던 사람중에서는 아마도 '스물이 김우빈 위주의 영화가 아닐까?' 싶은 의구심 가지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기술자들 손익분기점 돌파하면서 흥행 성공(약 256만 명)했으나 김우빈 원맨쇼 보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김우빈이 연기를 잘했음에도 스토리가 김우빈 띄우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김우빈을 위한 영화'였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알고봤더니 저만 있는게 아니더군요.

 

그런데 스물은 기술자들과 다릅니다. 영화의 작품성과 재미는 스물이 기술자들보다 더 좋습니다. 기술자들이 김우빈을 지나치게 띄우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스물은 김우빈과 강하늘, 준호의 비중이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아마도 김우빈 때문에 스물 보려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만약 스물 흥행 성공하면 영화계에서 김우빈 티켓 파워가 커질겁니다. 강하늘과 준호의 가치도 높아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