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15 아시안컵 준우승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여론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록 우승에 실패했으나 팀의 체질 개선을 성공시켰던 그의 지도력은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흥미롭게도 슈틸리케 경력 중에서 아시안컵 준우승 이력은 지금까지 감독을 맡으면서 가장 뛰어난 성과였다. 1988년 준우승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했던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는데 이전에 맡았던 팀들에 비해서 가장 돋보이는 커리어다.
슈틸리케 경력 살펴보면 감독 우승 이력이 없다. 숨겨진 우승 경력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아시안컵이나 프로팀의 정규리그 같은 비중 있는 대회에서의 우승 이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준우승의 경우 한국 대표팀에서 이루었던 2015 아시안컵 준우승이 가장 나은 성과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진=울리 슈틸리케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슈틸리케 감독의 다음 과제는 한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앞으로 3년 4개월 남았으나 본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이 3차 예선과 최종 예선에 걸쳐 모두 험난했던 것을 떠올리면 월드컵 본선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도중에는 레바논 원정 패배가 빌미가 되어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되었고 최종 예선에서는 막판 경기력 저하로 최강희 전 감독 지도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남아공 월드컵과 브라질 월드컵 사이에 감독 교체가 두 번이나 있었을 정도로 당시 한국 대표팀 행보는 어수선했다.
지금의 한국 대표팀이 2015 아시안컵 준우승 달성했다고 앞으로의 행보가 계속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4년 전 조광래호는 2011 아시안컵 3위와 더불어 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강조하며 한국 대표팀의 기술 축구 성공을 노렸다. 하지만 그 해 8월 일본 원정 0-3 완패, 11월 레바논 원정 1-2 패배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으며 끝내 경질됐다. 결과적으로 조광래 전 감독 경질은 악수가 되고 말았다. 최강희 전 감독은 사실상 시한부 사령탑이나 다름 없었으며 홍명보 전 감독이 팀을 완성시킬 시간은 부족했다. 그 결과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한국 대표팀은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공교롭게도 2011 아시안컵에서 박지성과 이영표라는 공수의 두 기둥이 대표팀 은퇴했다면 2015 아시안컵에서는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차두리가 대표팀 커리어를 마쳤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한국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친밀감 높거나 혹은 팀 전력의 구심점이 되어줄 노장의 부재는 반갑지 않다. 아무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선수들의 집단적인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며 팀을 똘똘 뭉치는데 성공했으나 차두리가 없었다면 영건들이 큰 경기 임하는 중압감을 이겨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차두리라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젊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었던 노장 선수 없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하는 부담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호 앞날이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선수 발탁이 합리적이다. 실력이 좋거나 잠재력이 충만한 선수 위주로 스쿼드를 운영한 것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토대가 됐다. 그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이정협과 김진현 발굴에 성공한 것은 국가 대표팀 발탁을 꿈꾸는 축구 선수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그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경기력 발휘하면 언젠가 이정협이나 김진현처럼 대표팀 주전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의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인맥 축구 논란이 끊이지 않았거나 유럽파에 집착했던 단점을 나타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에서는 실력부터 통해야 한다. 이것이 외국인 사령탑의 장점이다.
냉정히 말해서 2015 아시안컵 준우승 멤버중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가 확정된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지금까지의 슈틸리케 감독 인터뷰를 들어보면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는 성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로서 기량이 정체된 선수를 얼마든지 내칠 수 있는 인물이다. 2015 아시안컵 준우승 엔트리 중에서 앞으로 몇 명이나 대표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쉽게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표팀과 소속팀에 걸쳐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이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3년 뒤 2018년 월드컵은 슈틸리케호 경기력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손흥민, 김진수, 이청용, 기성용 같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또한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실전 경험이 많이 쌓일 것이다. 어쩌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슈틸리케 경력 중에서 감독 커리어 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한국 대표팀의 향후 행보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하는 2018년이라면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