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오는 1월 31일까지 호주에서 펼쳐진다. 4년에 한 번씩 아시아 최고의 축구 팀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이며 한국은 1960년 이후 55년만에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아시안컵 군면제 여부에 관심을 가지기 쉽다. 한국의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각각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혜택을 받았던 만큼 아시안컵 군면제 궁금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최소 3위 이내 입상 및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달성했다고 군면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군면제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체육대회 입상을 통해 병역혜택을 받는 사람은 4주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하며 34개월간 예술 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사실상 군면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사진 =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졌던 아시안컵 트로피 투어 현장 모습 (C) 나이스블루]
아시안컵은 규모만을 놓고 보면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여러 스포츠 종목들을 같은 시기에 치르면서 입상자 및 참가국 종합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 대회라면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 최고의 대표팀을 가리는 대회다. 그러나 축구 위주의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보다 비중이 높다.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 위주 스쿼드에 와일드카드 최대 3명까지 참가 가능한 대회이나 아시안컵은 국가 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다. 축구만을 놓고 보면 아시안컵이 아시안게임 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서는 군면제가 걸려있으나 아시안컵 군면제 혜택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면 아시안게임은 '어느 국가의 스포츠 경쟁력이 가장 쎄냐'를 놓고 다른 나라와 경합을 벌이는 대회다. 반면 아시안컵은 축구 대회다. 아마도 국가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을 아시안컵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있어서 아시안컵 보다는 아시안게임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에서는 아시안컵이 중요한 존재다. 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국가'라는 위상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더불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을 통해 세계적인 강팀과 맞대결 펼칠 수 있다. 2015 아시안컵의 경우 대회 우승팀은 2017년 러시아에서 펼쳐질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나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미니 월드컵' 치르면서 1년 뒤 월드컵 본선 준비를 착실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세계적인 강팀과 A매치 치를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에게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이 긍정적 동기 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아시안게임은 국가 대표팀 경기가 아닌 한계가 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종목 금메달을 달성했으나 A매치 대회에서 이루었던 성과는 아니다. 현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 국가는 일본이다.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인 것과 더불어 2000년대 이후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이나 우승했던 아시아 축구 강호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달성했다고 아시아 축구 No.1 위상을 이루었다고 볼 수 없다. 축구만을 놓고 보면 아시안게임 보다는 아시안컵이 더 권위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도전하는 입장으로 대회를 치르게 됐다. '한국>일본'이었던 옛날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아시안컵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군면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 대표팀에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있다. 손흥민이 가장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아시안컵 군면제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그런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 병역 혜택까지 폐지된 현실에서 아시안컵 군면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두드러지는 추세에서 우리나라 군대는 병력 부족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런 현실에서 스포츠 선수의 병역 혜택 기회를 늘리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에서 아시안컵 군면제 꼭 필요할까? 젊은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거나 또는 유럽 리그 같은 수준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명분을 얻는 효과는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국가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아시안컵 우승했다고 군면제 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처럼 군면제 여부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국이 아시아 최고의 축구 강국이 되느냐 아니냐를 주목하는 것이 옳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