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사극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주연 영화 상의원 후기 올립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관람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얼마전 끝났던 드라마 미생 감명 깊게 봤습니다. 영화에서는 장그래 같은 캐릭터는 없으나 드라마에서 적잖은 비중을 드러냈던 사내정치의 현실이 상의원에서는 한석규와 고수의 대립에서 잘 나타나더군요. 이 글이 저의 즉흥적인 상의원 후기 글이라서 그런지 미생 떠올리게 되네요.
상의원에서 다루어지는 이공진 한복 모습은 화려하고 센스 넘치게 표현됐습니다. 그 옷을 중전으로 나오는 박신혜가 착용하게 되죠. 흰색 배경의 박신혜 한복 모습이 상의원에서는 압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옷이 결말에서는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이공진은 고수가 맡았던 역입니다.
[사진=저의 상의원 관람 인증샷 (C) 나이스블루]
상의원은 겉으로는 사극 영화지만 속으로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잘나가는 사람을 시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사람이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죠. 상의원 영화에서는 조돌석 의상 박물관 전시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이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제가 축구를 좋아해서 상의원을 축구에 대한 예로 비유하겠습니다. 2013년 하반기 한국 여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자 축구 박은선 성별논란을 예로 들겠습니다. 박은선은 우리나라 여자 축구계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는 공격수였습니다. 2013시즌 WK리그(한국 여자축구 리그) 득점왕을 달성하며 공격수로서 절정의 활약을 펼쳤죠. 그런데 박은선 당시 소속팀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WK리그 감독들이 그녀의 성별논란을 제기했습니다. 박은선이 여자인지 아닌지 의심한 것이 성별논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박은선에게 심리적인 상처를 안겨줬죠.
박은선 성별논란과 상의원과는 아무 관련 없습니다. 제가 상의원 후기 올리면서 영화에 관한 스토리를 좀 더 쉽게 표현하기 위해 축구 이슈를 언급했어요. 박은선 성별논란처럼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기질을 과시하는 인물이 누군가의 시기 또는 사내정치 같은 이유 때문에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회사에서도 사내정치 때문에 힘든 현실을 겪게 되는 인재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 불운의 인재가 알고보면 우리 삶에 혹은 회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단점 때문에 시련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시기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불운을 겪은 사람이 한 두명만은 아닐겁니다. 저는 상의원 후기 글을 작성하면서 '이 영화는 고수를 위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을 점점 짙게 느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한석규 출연작으로 주목했는데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고수가 자신의 캐릭터 특성을 연기로 충분히 보여주면서 저를 공감 시켰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한석규에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 남으면 양반이 되는 천민 출신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 캐릭터가 승승장구하는 스토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한석규가 주연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이라 조돌석에 호감을 가지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전개되면서 한석규 같은 보수적인 캐릭터보다는 고수의 진보적인 캐릭터 이공진이 더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고수가 왜 진보 성향 캐릭터인지는 이공진 한복 모습을 영화에서 생생하게 보실 수 있으며, 한석규는 양반이 되어야 하는 입장이라 기존에 쌓아왔던 것을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이 맞습니다.
이공진 한복 특징은 기존보다 새로우면서 착용감과 센스를 골고루 갖춘 의상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그가 만들었던 박신혜 한복 의상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나왔던 하얀색 배경의 의상이 작품에서는 가장 멋있게 표현되면서 상의원 결말 장면에서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더군요. 영화는 볼 거리가 많으면서 우리 삶에 필요한 교훈을 던져줍니다. 저로서는 사내정치와 연관된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 굳이 회사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치적인 문제(국회의원과 관련 없는 일상적인 정치를 말함)는 피해갈 수 없는게 참 아쉬운 우리나라 현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