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 북한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2일 오후 8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기는 팀은 금메달, 지는 팀은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만약 우리나라가 상대 팀을 제압하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한반도 더비가 성사된 이번 대회 결승전은 한국 북한 맞대결로서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최근에 펼쳐졌던 AFC U-16 결승 북한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 북한전에서 모두 패했다. 두 대회 모두 우승을 노렸으나 북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은 달라야 한다. 개최국의 자존심을 과시하기 위해, 한국 축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하여 반드시 이광종호가 이겨야 할 것이다.
[사진=인천국제공항역에서 봤던 인천 아시안게임(=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 (C) 나이스블루]
한국 북한 경기는 체력과 집중력, 경기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에서 승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체력에 대해서는 양팀 모두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에 임하면서 주력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이 심해졌다. 한국 북한 선수들 모두 결승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맞대결을 펼쳐야 하나 금메달이 걸려있는 경기로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승전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기고 싶을 것이다.
그나마 한국은 김신욱을 결승전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위안이다. 김신욱의 4강 태국전 선발 출전 해프닝을 놓고 보면 경기에 뛸 수 있는 컨디션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되나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적으로 유리한 이점을 안고 있다. 거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북한 수비를 상대로 특유의 파워풀한 플레이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면 우리팀의 2선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이 열리면서 한국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한국의 장점은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의 호흡이 척척 잘 맞아가고 있다. 4강 태국전 전반전에서는 0-0에서 2-0으로 리드하는 과정에 도달하기까지 상대팀 문전 주위에서 예측 불허의 패스를 정확하게 주고 받는 선수들의 정교함이 빛을 발했다. 공격의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결정적인 득점 상황들이 여럿 연출됐다. 골 결정력이 더 좋았다면 전반전에 3~4골 넣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비록 후반전에는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경기가 재미없었으나 A조 예선부터 준결승을 치르기까지 상대 팀을 제압하는 기질이 점점 더 강해졌다. 경기 흐름을 확실히 결정짓는 임펙트가 강하면서 수비의 탄탄함이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광종호가 이번 대회에서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6경기 12골 0실점 기록했다. 대량 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없었으면서 팀 공격이 침체 국면에 빠질 때가 많았음에도 모든 경기를 다 이겼다. 경기가 소강 상태에 빠졌을 때 뜬금없이 골을 넣는가 하면 8강 일본전에서는 경기 막판 행운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장현수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비에서는 장현수와 김승규의 존재감이 빛났다. 장현수가 다른 동료 선수들과 함께 힘을 합치며 상대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면 김승규는 여러 차례 멋진 선방을 과시하며 한국의 실점 위기를 모면시켰다.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금메달 획득 도전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던 악연을 떨쳐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여섯 번의 대회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강 이란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하지만 이광종호는 과거의 한국 대표팀 행보와 달랐다. 경기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 흐름이 한국 북한 결승전에서 이어지면서 경기 종료 후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