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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라이프

명량 후기, 반드시 천만 관객 돌파하기를

명량을 개봉 당일에 관람하면서 느꼈던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는 명량 천만 관객 돌파를 보고 싶습니다. 천만 관객이 흥행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많은 관람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1597년 이순신의 12척이 명량에서 왜군 330척을 이기는 통쾌한 해전을 담아낸 영화지만 그 모습만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영웅에게 시련을 안겨줬던 그 시절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어쩌면 누군가는 명량에 대하여 이순신을 지나치게 띄워주는 영화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인전에서 봤던 이순신 업적을 약 2시간 동안 영화로 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없지 않겠죠. 사람마다 생각이 서로 다르니까요. 하지만 명량은 단순한 영웅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사진=저의 명량 관람 인증샷]

 

아마도 '명량 재미있어?'라는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지금이 여름 방학 및 여름 휴가 시즌이라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재미있는 영화를 원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7월 23일 개봉했던 군도가 많은 관객수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받으면서 재미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리는 중입니다. 명량은 군도에 비하면 재미를 강조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최민식(이순신)이 영화 초반부터 온갖 시련을 겪는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는 재미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꼈죠. 그런데 몰입감은 군도보다 더 높았습니다.

 

저는 명량이 군도보다 작품성이 더 좋았다고 봅니다. 군도는 재미와 잔인함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면 명량은 잔인한 설정이 있었음에도 그 시절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처했던 어려운 현실이 리얼하게 표현됐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불편함 없이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명량이 더욱 좋았던 것은 이순신의 영웅적 기질보다는 이순신이 얼마나 힘들게 명량 해전을 치렀는지 잘 드러난 것과 더불어 백성과의 의리를 지키겠다는 이순신의 신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한 인생을 권유 받았으나 백성을 위해 불편한 몸을 감수하고 힘겨운 전쟁을 치렀습니다.

 

 

 

 

명량 혹평하는 반응 살펴보면 영화에서 해전이 강조된 것을 불편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감하지 않습니다. 명량은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군 330척을 이겼던 역사적인 전쟁을 다루는 콘셉트에 충실했습니다. 해전 시간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12척이 330척을 금방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이순신은 명량이라는 회오리 바다가 몰아치는 환경을 이용하여 온갖 전략을 구사하며 왜군을 물리쳤습니다. 그 과정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영화가 역동적인 흐름으로 전개되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오뚝이를 보는 것처럼 왜군에게 질 것 같으면서도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고 끝내 이겨내는 영화 설정이 짜릿하면서 전투 장면까지 생생하게 표현됐습니다. 이순신의 모습을 보면 축구에서 전략가 기질이 뚜렷한 감독이 어려운 팀 사정속에서 강팀을 이기는 것 같은 통쾌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순신이 왜군 330척과 전쟁을 치르기 이전까지의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고문 당하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의견 충돌을 벌이는가 하면 탈영하는 군사가 나타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거북선도 불에 타면서 없어졌고, 육군 합류 여부에 대한 갈등까지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명량 해전을 치렀을 때는 배가 많은 왜군의 기세에 눌려있던 군사들까지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순신이 처했던 곤란한 상황이 영화에서 잘 나타났던 것은 '이순신이 최악의 환경에서 왜군과 싸워 이겼다'라는 것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이순신이 겪었던 시련을 보면 안타까움이 느껴지더군요. 오로지 백성을 지키겠다는 이순신의 마인드가 옳았다는 것을 영화 명량이 말해줬습니다.

 

명량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군의 구루지마 역을 맡았던 류승룡입니다. 예전 작품이었던 최종병기 활에 비해서 포스가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명량 해전을 치르기 이전까지는 악역 캐릭터가 잘 나타났는데 왜군이 이순신의 조선군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구루지마가 강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점점 약해집니다. 류승룡이 연기는 잘했지만 7번방의 기적 흥행 성공 이후의 작품임을 떠올리면 구루지마 역을 굳이 맡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진구와 이정현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명량은 좋은 영화임에 틀림 없으며 흥행 성공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