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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벨기에 피파랭킹, 8개월전 5위였던 이유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서 H조 3차전 벨기에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현실적으로 3차전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벨기에는 H조에서 알제리와 러시아를 제압했다. 더욱이 벨기에 피파랭킹은 11위다. 57위에 속한 한국과 차이가 크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전후로 조직력 및 경험이 약점으로 꼽혔음에도 근래 A매치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벨기에 피파랭킹 11위라는 특징만을 놓고 봐도 한국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벨기에 피파랭킹은 어쩌면 과소평가된 순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잘나갈 때는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벨기에는 2013년 7월부터 10월까지 피파랭킹 10위권 이내를 유지했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이 끝나면서 순위가 10위권 바깥으로 밀렸으나 최근에 알제리와 러시아를 이기면서 대표팀 경기력이 오름세에 접어들었다.

 

[사진=벨기에 축구 대표팀 (C) 벨기에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belgianfootball.be)]

 

특히 벨기에의 2013년 10월 피파랭킹이 5위였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10월은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일정이 끝났던 시점이다. 벨기에는 유럽 예선 A조에서 8승 2무로 1위를 달성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3년 초까지는 20위였으나 유럽 예선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피파랭킹이 5위까지 향상됐다. 유럽 예선 3차전 세르비아전부터 9차전 크로아티아전까지 7연승을 질주했던 영향이 크다. 전통의 유럽 강호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았던 행운도 따랐으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동유럽 강호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벨기에 피파랭킹이 8개월전 5위였던 이유를 요약하면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많은 경기를 이겼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2006년과 2010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과거의 전적을 놓고 보면 현 스쿼드의 큰 대회 경험 부족을 약점으로 꼽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10경기 8승 및 7연승은 놀라운 성적이었다. 그 기세가 본선에서 알제리와 러시아를 제압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벨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적어도 축구에 있어서는 메이저 대회가 아니다.)

 

 

 

 

벨기에 피파랭킹이 2013년에 나날이 향상되었던 또 다른 이유는 주력 선수들이 빅 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거나 또는 빅 클럽으로 떠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게 됐다. 에당 아자르(첼시) 무사 뎀벨레, 얀 베르통헌(이상 토트넘) 티보 쿠르투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루앙 펠라이니, 아드낭 야누자이(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그중에 아자르는 2년 전까지 프랑스 리게 앙 최고의 선수였으나 이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평정중이다. 아자르와 비슷한 성장 곡선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벨기에 대표팀에 여럿 있다.

 

선수들의 개인 역량 향상은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아지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과 유로 대회 같은 메이저 대회 본선 참가가 번번이 좌절되었던 팀이 이제는 월드컵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탈바꿈했다. 사실, 벨기에는 1~2년 전부터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었던 팀으로 꼽혔다. 그들의 최종 성적이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본선 H조에서 알제리와 러시아를 꺾으며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줬다.

 

한때는 벨기에 대표팀의 경기력 수준이 과대평가 된 것 아니냐는 일부 국내 여론의 견해가 설득력을 얻었던 때가 있었다. 벨기에는 2013년 11월 14일 콜롬비아전 0-2 패배, 11월 19일 일본전 2-3 패배에 의해 11월 피파랭킹이 5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 두 경기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펼쳐졌던 만큼 벨기에 대표팀의 실제 경기력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의구심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벨기에가 홈에서 일본에게 패한 것은 국내 여론에서 놀라는 눈치였다. 그 당시에는 일본의 경기력을 부러워했던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지금은 180도 뒤집어졌다.)

 

하지만 벨기에 대표팀의 진짜 역량은 월드컵 본선 러시아전, 알제리전에서 드러났다. 두 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않았음에도(원톱 불안, 공격 짜임새 여전히 부족) 어떻게든 승점 3점을 가져왔다. 경기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 감독의 용병술 적중,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동기부여가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들이 앞으로 다가올 한국전에서 평소 경기력을 그대로 재현할지 알 수 없으나 한때 피파랭킹 5위였던 것이 우연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