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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눈물, 한국 소년가장 안타까운 현실

알제리전 종료 후 손흥민 눈물 흘리는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면서 한국 대표팀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을 실감했다. 손흥민의 개인 기량은 뛰어난데 비해서 팀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5분에 만회골을 넣으며 한국이 0-3에서 1-3으로 추격하는데 힘을 실어줬으나 한국은 알제리전에서 2-4로 패했다. 손흥민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가 경기 종료 후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알제리전 패배로 브라질 월드컵 1무 1패가 되면서 H조 4위로 주저 앉았다. 16강 진출 여부가 불투명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국 대표팀 경기력에 실망했다. 하지만 손흥민 만큼은 여론의 반응이 좋다. 한국 대표팀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다하는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손흥민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추천해주세요. 손가락 버튼 누르시면 됩니다.

 

손흥민은 1차전 러시아전에서 날카로운 침투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뽐내며 한국이 활발한 공격을 펼치는데 힘을 실어줬다. 경기 종료 후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MOM(Man of th Match)에 선정되어 이날 경기에 뛰었던 선수 중에서 활약상이 가장 좋았다. 2차전 알제리전에서는 한국의 2-4 패배 속에서도 만회골을 넣었다. 그 골은 전반전 알제리에게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3실점을 허용했던 한국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알제리 진영에서 적극적인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왼쪽 윙어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알제리전에서는 영국의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을 통해 양팀 선수 중에서 평점 1위(8.8점)를 기록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알제리에게 2-4로 패했음에도 평점이 높은 선수가 패한 팀에서 나왔다는 것은 손흥민의 이날 경기력이 얼마나 우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에 이어 평점이 높은 한국인 선수는 구자철(7.3점) 김신욱(7.0점) 이었으며 나머지 한국 선수들은 7.0점 이상을 받지 못했다. 알제리에서 평점이 가장 높았던 인물은 이슬람 슬리마니(8.7점)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한국의 소년가장이나 다름 없었다. 소년가장이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의 간판 공격수로 뛰었던 알렉산더 파투(현 코린티안스)를 빗댄 단어다. 1989년생 브라질 공격수 파투는 어린 나이부터 AC밀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며 뛰어난 골 결정력과 우수한 개인 능력을 과시했던 한때 유럽 축구에서 촉망받은 영건이었다. 하지만 AC밀란이 파투의 공격력에 많은 비중을 두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파투에게 소년가장이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파투가 AC밀란을 떠난 이후에는 스테판 엘 샤라위가 소년가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파투가 소년가장으로 불렸던 또 다른 배경에는 AC밀란의 행보가 주춤했다. 2006/0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한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2011/12시즌 8강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과 중반에 비하면 유럽 대항전에서 하락세를 겪게 됐다. 그나마 세리에A에서는 2010/11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파투가 이탈리아 무대에서 잘나갔던 시절의 AC밀란 공격은 안드리 세브첸코, 카카 등이 팀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시절에 비해 무게감이 약했다. 파투가 어린 나이에 팀의 공격을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막내급 선수임에도 러시아전, 알제리전에서 선전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한국 공격이 경기 내내 잘 안풀렸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한국의 공격진 선발 멤버 중에서 제 몫을 다했던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박주영은 이타적인 모습이 두드러졌음에도 공격수로서 상대 수비진을 초토화시키는 임펙트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두 경기 연속 후반 초반에 교체됐다. 구자철과 이청용 같은 2선 미드필더들도 평소에 비해 폼이 좋지 않았다. 손흥민의 장점을 키워주면서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한국의 공격 옵션이 지금까지 월드컵에서는 선발로 뛰지 않았다. 손흥민이 한국의 소년가장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한국은 수비까지 불안하다. 이렇다보니 손흥민을 포함한 미드필더들과 공격수의 수비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이 골을 넣으려면 손흥민 같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에 의지하기 쉽다. 실제로 러시아전에서는 이근호 중거리슛이 상대팀 골키퍼 실수에 의해 골이 되었으며 알제리전에서는 손흥민이 스스로 골 기회를 잘 포착했다.

 

오는 27일 벨기에전에서는 동료 선수들이 손흥민의 공격 부담을 줄이며 상대 팀 진영을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손흥민이 벨기에 집중 견제에 벗어나면서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울지 모를 일이다. 손흥민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