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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동메달, 멘탈은 금메달 감이었다

 

박승희가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결승에서 54초 207로 통과하며 리 지안루(45초 263, 중국) 아리안나 폰타나(51초 250, 이탈리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앨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 처리되면서 박승희가 극적으로 동메달을 얻게 됐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자 소치 올림픽에 참가중인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이 나왔습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했던 박승희의 500m 동메달은 값진 결과입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500m 전이경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에서 한국인 선수가 메달을 얻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올림픽 여자 500m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으나 소치 올림픽에서 박승희가 메달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운이 없었다면 어쩌면 동메달보다 더 좋은 성과를 이루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듭니다.

 

 

[사진=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C) 소치 올림픽 모바일 공식 홈페이지(m.sochi20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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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의 출발은 좋았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가장 선두에서 질주했죠. 그런데 자신의 뒤에 있던 크리스티와 폰타나가 서로 걸려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박승희가 크리스티의 손에 걸리면서 함께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가장 뒷쪽에 있었던 리 지안루는 어부지리 끝에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폰타나-크리스티-박승희 순서로 결승선을 끊었습니다. 레이스를 마치고 심판들의 비디오 판독 끝에 크리스티가 실격되고 박승희가 동메달을 받았습니다. 심판이 옳은 판정을 했음에도 크리스티 반칙에 의해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안타깝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박승희였다면 크리스티를 원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자신의 금메달 획득 기회를 날리게했던 인물이 크리스티였죠. 이것은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그녀를 응원했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상황을 아쉽게 여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승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터뷰를 봤더니 크리스티를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메달을 받은 것에 긍정적인 뉘앙스의 발언을 했었죠. 실제로 그녀는 트위터에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듯하다. 모든게 운명일것이고, 난 괜찮다. 대한민국 화이팅!"이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동메달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크리스티 반칙 때문에 억울했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죠. 이 선수의 멘탈이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박승희의 멘탈은 금메달 감이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성적이 지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에서 박승희 동메달은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끌었습니다. 여자 500m에서 오랜만에 메달리스트가 등장한 것과 더불어 이 선수의 멘탈이 얼마나 좋은지 실감하게 됩니다. 어쩌면 박승희는 지금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듭니다. 2010 벤쿠버 올림픽 1000m와 1500m에서 모두 동메달을 거머쥐었던 경험을 놓고 보면 앞으로도 국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박승희가 무릎 부상으로 자신의 주종목 1500m 출전이 무산됐습니다.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죠. 많은 분들이 박승희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메달도 값진 결과입니다. 만약 메달을 못받았어도 무릎 부상을 딛고 500m 코스를 완주했던 의지는 칭찬 받아야 합니다. 정말 좋은 선수임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