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 라이프

변호인 1000만 돌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지난 18일에 개봉했던 영화 <변호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습니다. 개봉한지 3일 만에 관객 100만 명, 5일 만에 175만 명, 6일 만에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번주 수요일이 성탄절이며 2013년 마지막 주말이 곧 찾아옵니다. 그 다음주 수요일에는 1월 1일 연휴를 보내게 됩니다. 변호인의 흥행 돌풍이 예상됩니다. 또한 변호인과 경쟁할 만한 작품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현재 추세라면 수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할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근래 1000만 관객을 운집시켰던 한국 영화들이 꽤 있었으나 그 기록을 세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변호인 주연을 맡았던 송강호의 2013년 출연 영화 설국열차와 관상이 흥행 성공했음에도 관객이 각각 934만 명, 913만 명 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변호인을 관람한다고 할지라도 1000만 기록 달성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진=저의 변호인 관람 인증샷. 개봉 첫 날이었던 12월 18일에 극장에서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변호인의 흥행 원인중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찬양이라는 단어를 거론한 것은 지나치게 띄어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변호인은 세금 전문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이 콘셉트는 영화 끝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만약 그 콘셉트가 결말 부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인 시절이 거론되었다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 의문이었을 겁니다. 변호인의 작품성이 좋았던 이유는 콘셉트에 충실했습니다. 저는 그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개봉 첫 날에 봤을 정도로 그동안 보고 싶어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영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띄우는 흐름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분명하죠. 만약 저의 우려대로 영화가 전개되었다면 변호인이 지금처럼 흥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분들만 선호하는 영화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죠.

 

하지만 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변호인은 정치 성향이 짙은 영화가 아니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띄우는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청년 시절을 캐릭터로 삼았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며 헌법 제1조 2항이 강조됩니다. 이 영화에 대한 편견이 개봉 이후 입소문(SNS, 직장 동료 및 친구와의 대화 등)을 통해 해소되며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변호인을 보게 되었죠. 영화가 흥행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소문이 탄 것은 변호인에게 호재입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변호인의 흥행이 내년 초까지 계속 이어지느냐 여부입니다.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려면 내년 초에도 관객이 많아야 합니다. 2013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7번방의 선물(1281만 명)은 개봉한지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운집했습니다. 변호인의 1000만 관객 돌파 여부는 적어도 내년 1월 15일 이후에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감을 잡기 어렵겠죠. 다만, 개봉 초반부터 '반드시 변호인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최근 관객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넘지 못할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 흥행의 기준이 1000만 관객은 아니니까요. 앞으로 여론에서는 '변호인이 앞으로 얼마나 관객을 운집시킬까?'라며 관객 숫자를 주목하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 형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이 좋다는 인식이 더 확산된다면 변호인 흥행 돌풍은 계속 되겠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퀄리티가 좋아야 하니까요. 레미제라블의 경우 1000만 관객을 운집하지 못했으나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던 분들이 많습니다. 변호인에게 다행인 것은 작품 완성도에 대한 여론의 혹평이 딱히 눈에 띄지 않다는 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뒷받침하면서 영화의 수준을 높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