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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클롭, 과연 지동원을 카가와처럼 키울까?

 

지동원의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끄는 인물이 있다.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그는 2008년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의 분데스리가 우승 2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의 업적을 달성하며 독일 축구의 떠오르는 명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도르트문트와의 계약 기간 종료가 2018년으로 연장 되면서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다. 일본 축구의 에이스 카가와 신지(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걸출한 영건들을 배출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사진=위르겐 클롭 감독 (C)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vb.de)]

 

도르트문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인 선수 영입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김보경(당시 세레소 오사카, 현 카디프 시티) 손흥민(당시 함부르크, 현 레버쿠젠) 지동원(당시 아우크스부르크, 현 선덜랜드) 류승우(당시 중앙대, 현 레버쿠젠 임대)가 도르트문트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부터 한국인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영입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4명 모두 카가와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공통점이 있다. 손흥민의 경우 함부르크 시절 4-2-3-1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발히 기용됐다.

 

아직까지 도르트문트의 한국인 유망주 계약은 없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그 이전에 한국인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마인츠 감독 시절에 차두리(현 서울) 도르트문트 부임 초기에 이영표(은퇴)를 영입했었다. 차두리는 클롭 감독과 함께 하면서 포지션을 오른쪽 윙어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다. 비록 마인츠에서 오랫동안 뛰지 못했으나 지금까지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중이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 포지션을 맡아 한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했다. 이영표는 토트넘 시절 막판에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나 도르트문트로 떠난 뒤 클롭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실전 감각을 만회했다.

 

그 이후에도 클롭 감독은 한국의 유럽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인물로 여겨졌다. 카가와의 분데스리가 성공을 도왔던 지도자가 바로 클롭 감독이었다. 이는 클롭 감독이 동양인 선수에 대한 이해가 밝다고 볼 수 있다. 근래 도르트문트의 한국인 선수 영입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클롭 감독이 한국인 영건을 데려올 의중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동원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지난 여름에 이어 다시 제기된 것도 이러한 영향과 밀접하다.

 

지난 15일에는 독일 일간지 <빌트>에서 "지동원은 독일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곧 계약이 끝난다. 그는 도르트문트와 (계약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계약을 1월에 사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임대 기간 종료 후 선덜랜드로 복귀했으나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펼쳤음에도 프리미어리그와 궁합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실전 감각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동원은 내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꾸준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팀으로 떠나야 한다. 적정한 이적료를 받겠다는 선덜랜드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하나 재기를 노리는 유망주의 미래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동원이 도르트문트로 이적한다고 붙박이 주전을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 도르트문트는 2선 미드필더 경쟁이 치열하다. 올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헨리크 음키타리안의 이적료가 무려 2750만 유로(약 398억 원)다. 도르트문트가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썼던 결실을 맺으려면 기본적으로 음키타리안에게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현재까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지동원이 음키타리안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길지 의문이다.

 

그러나 지동원은 팀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잠재적인 대체자다.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윙어를 골고루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이며 활발한 활동량과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에 보여줬던 적극적인 수비 공헌도, 빼어난 기술을 자랑한다. 전방 압박을 강조하는 클롭 감독의 전술적 성향이 잘 맞는다. 클롭 감독이 카가와를 분데스리가 톱클래스 미드필더로 성장시켰듯이 지동원도 성공시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과연 클롭 감독이 지동원을 영입하며 카가와처럼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하며 또 다른 동양인 선수 영입 성공 사례를 보여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