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의 2013/14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행보는 좋지 않았다.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했으나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야 했으며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에 비해서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 여파는 대표팀 경기력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A매치 말리전에서는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2개월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다. 최근 그라운드에 복귀했으나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오른쪽 윙어로서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지 의문이다.
디에구가 이적설에 직면했다고 구자철의 앞날이 밝은 것은 아니다. 볼프스부르크가 시즌 중반부터 오름세를 타면서 분데스리가 5위로 진입했던 원동력은 19세 독일 유망주 막시밀리안 아놀드가 디에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아놀드는 시즌 초반 벤치 멤버였으나 구자철이 부상을 당하면서 오른쪽 윙어로 나섰고, 디에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그러더니 분데스리가 10경기에서 5골 넣으며 팀 공격의 핵심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구자철의 또 다른 경쟁자가 출연했다.
[사진=구자철 (C)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undesliga.de)]
만약 구자철이 1월 이적시장 이후에도 팀에 남으면 후반기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 디에구가 팀을 떠나거나 아놀드가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지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으나 현실은 2선과 3선에 걸쳐 여러 명의 선수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볼프스부르크는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는 클럽이 아니며 시즌 종료까지 18~20경기를 치러야 한다. 구자철이 과연 2선에서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지 알 수 없다. 아우크스브루크 시절의 감각을 되찾지 못하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마인츠의 토마스 투헬 감독이 구자철 영입을 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투헬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17일 독일 일간지 <빌트>를 통해 구자철을 데려올 가능성을 언급한 뒤 "실제로 1월 이적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나의 큰 꿈이 될 것이다. 구자철은 우리에게 최고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을 통해 선수 영입에 직접 관심을 나타낸 것은 구자철을 팀 전력에서 얼마나 활용하고 싶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투헬 감독이 구자철을 원해도 1월 이적시장에서 계약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볼프스부르크의 잔류 의지가 완강하면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과 여름 이적시장에 걸쳐 구자철 영입을 추진했으나 볼프스부르크의 반대로 무산됐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며 팀의 강등 위기를 막아냈던 한국의 런던 올림픽 영웅을 볼프스부르크가 쉽게 포기할 리는 없다. 더욱이 마인츠는 분데스리가 9위를 기록중이며 10위권 바깥으로 밀렸던 지난 두 시즌보다 성적이 더 좋다.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진출을 꿈꾸는 볼프스부르크가 마인츠에게 구자철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구자철의 마인츠 이적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의 폼을 되찾을 최적의 팀이 바로 마인츠다. 투헬 감독이 이끄는 마인츠는 4-1-4-1을 활용했을 때 엘킨 소토와 니콜라이 뮐러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4-2-3-1로 전환했을 때는 니키 짐링이 2선 중앙을 맡는다. 그러나 세 명의 미드필더는 패스의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짐링과 뮐러의 경우 올 시즌 패스 성공률이 80% 미만이며 분데스리가에서는 1~2골에 만족했다. 뮐러는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비롯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중이나 특정 포지션을 꾸준히 소화하지 않는다.
마인츠의 문제점은 공격의 구심점이 없다. 공격수와 미드필더에 걸쳐 여러 명의 주력 선수들이 있음에도 팀의 오름세를 주도할 만한 기질을 갖춘 선수가 마땅치 않다. 뮐러와 오카자키 신지가 여러 포지션을 번갈아 활용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는 투헬 감독이 다양한 선수 배치와 포메이션 활용을 즐기는 타입의 지도자라고 볼 수도 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전 포지션을 소화했던 경험이 있는 구자철에 매력을 느낄만 했다. 만약 투헬 감독이 구자철의 기량과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라면 그를 최적의 포지션에 활용할 것이다.
투헬 감독은 동양인 선수에 대한 이해가 밝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박주호와 오카자키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마인츠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여기에 구자철까지 가세하면 동양인 선수가 세 명이나 같은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다. 구자철이 박주호, 오카자키와 함께 마인츠의 올 시즌 후반기와 그 이후를 빛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