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난타전이었다. 이렇게 골이 많이 터진 경기는 오랜만에 본다. '공격 축구vs공격 축구' 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아스날이 9골을 주고 받았다. 결과는 맨시티의 6-3 승리였다.
맨시티는 전반 14분 세르히오 아구에로 선제골에 의해 1-0으로 앞섰다. 전반 31분 시오 월컷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8분 뒤 알바로 네그레도가 골을 터뜨리며 다시 리드했다. 후반전에는 총 6골이 터졌다. 후반 5분 페르난지뉴(맨시티), 후반 18분 시오 월컷(아스날), 후반 21분 다비드 실바(맨시티), 후반 43분 페르난지뉴(맨시티), 후반 49분 페어 메르데자커(아스날), 후반 51분 야야 투레(맨시티) 골에 이르기까지 골을 주고 받는 공방전이 펼쳐졌고 맨시티가 승점 3점을 따냈다.
[사진=아스날전 6-3 승리를 발표한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cfc.co.uk]
'홈에 강한' 맨시티, 기선 제압에 성공하다
맨시티가 아스날을 이겼던 것은 홈구장인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펼친 영향이 컸다. 이번 경기를 포함하여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8경기를 모두 이겼으며 35골 5실점 기록했다. 1경기 당 평균 득점과 실점이 각각 4.375골, 0.625골 이었다. 특히 홈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1, 토트넘을 6-0으로 대파하며 빅6 경쟁팀을 상대로 대량 득점을 선보였고 이번에는 아스날을 제물로 삼았다. 빅6는 아니지만 노리치와의 홈 경기에서는 7-0 대승을 거두었다. 올 시즌 홈에서 많은 골을 넣었으며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스날전 이전까지 7번의 홈 경기에서 2실점 허용했을 뿐이다.
아스날전에서는 아구에로 선제골을 통해 기선 제압에 성공한 것이 효과를 봤다. 아구에로는 팀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 때 골대 중앙에서 데미첼리스의 헤딩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맨시티 원정에 대한 부담감과 체력 저하를 안고 있던 아스날 선수들의 사기를 일시적으로 꺾어 놓았다. 만약 상대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면 힘든 경기를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아스날의 공격 옵션들이 전반 초반부터 맨시티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경기 흐름이 맨시티쪽으로 기울어졌다.
맨시티는 4-4-2를 활용하면서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다. 좌우 풀백을 맡은 클리시-사발레타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좌우 윙어를 맡았던 실바와 나스리가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며 아스날 선수들을 교란했다. 네그레도-아구에로 투톱도 주변 선수들과 적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쳤고 아스날의 무게 중심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면서 맨시티가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서 공격을 주도하는 상황이 전반전에 자주 연출됐다. 이렇다보니 맨시티에게 여러 차례 골 기회가 주어졌고 아스날은 2선과 원톱을 맡았던 윌셔-지루-외질-월컷이 집단적인 봉쇄를 당했다.
특히 맨시티는 아스날 선수 뒷 공간을 가르는 패스들이 정확하게 연결됐다. 전반 21분 콤파니 스루패스를 통해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연출했고 전반 27분에는 실바와 투레가 원투패스를 시도하는 장면도 있었다. 여기에 횡패스와 롱패스까지 섞으면서 아스날의 수비 부담을 키웠다. 이에 아스날은 좀처럼 무게 중심을 잡지 못했다. 공격을 펼치기 위해 4선의 무게 중심을 올렸으나 오히려 맨시티의 빠른 공격 전환과 날카로운 역습을 대처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했다. 전반 31분에는 아스날이 투레의 볼 키핑 실수를 틈타 월컷의 동점골을 만들어냈으나 전반 39분 네그레도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다비드 실바, 메수트 외질을 이겼다
맨시티의 아스날전 승리 수훈갑으로 여러 선수를 꼽을 수 있겠으나 그 중에서 실바의 활약이 돋보였다. 실바는 전반전 팀 내 핵심 패스 1위(3개) 볼 터치 1위(57개) 패스 성공률 3위(88%)를 기록하면서 날카로운 공간 침투를 선보이며 팀 공격에 활발히 관여했다. 후반 21분에는 팀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득점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맨시티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결승골이 됐다. 문전 중앙에서 나바스가 오른쪽 공간에서 찔러줬던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이 득점은 아스날의 플레이메이커 외질과의 맞대결에서 이겼던 결정타가 됐다.
실바는 왼쪽 윙어를 맡았으나 특정 공간에 머무는 선수가 아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위치가 자주 바뀌면서 주변 동료와 패스를 주고 받거나 직접 침투를 시도하며 골 기회를 만들어낸다. 아스날전에서는 네그레도-아구에로-나스리-투레-페르난지뉴가 모두 건재한 모습을 보였고 클리시가 월컷에게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실바가 마음껏 상대 수비 공간을 흔들 여건이 마련됐다.
반면 외질은 전반 31분 월컷의 동점골 과정에서 도움을 기록했으나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는 맨시티 압박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볼 터치와 패스 횟수가 팀에서 많은 편에 속했음에도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결정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스날이 전술과 체력에서 맨시티에게 밀리는 악조건에 있었음에도 팀의 플레이메이커라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면모를 발휘했어야 한다. 이러한 여파로 지루까지 부진하면서 아스날이 화력 싸움에서 맨시티에게 밀렸다. 그럼에도 3골 넣었던 것은 팀 전술 보다는 월컷과 메르테자커의 클래스가 돋보였다고 봐야 한다.
맨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페르난지뉴는 아스날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과 2호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에 '벌써' 8골 넣은 투레에 비해서 공격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아스날전에서는 팀의 파상공세 흐름을 타면서 2골이나 꽂았다. 후반 5분에는 플라미니가 외질의 패스를 받지 못했던 실수를 틈타 슈팅을 날린 것이 골로 연결되었고 이 장면은 맨시티가 후반 초반부터 또 기선 제압을 하는 결정타가 됐다. 후반 43분에는 나스리와의 원투 패스에 이어 메르테자커를 개인기로 따돌리고 골을 넣었다. 자신의 공격 재능을 아스날전에서 마음껏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