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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모예스 경질, 맨유의 바람직한 선택일까?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 11일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홈 경기에서 패했다면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경질은 구체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맨유는 홈에서 에버턴, 뉴캐슬에게 0-1로 덜미를 잡히며 2연패를 당했다. 홈에서 2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것도 문제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승점 획득이 없었으면 올드 트래포드 3연패라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었을 것이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전에서는 후반 23분 필 존스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이기면서 A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이전처럼 답답했다. 모예스 감독이 후반 18분 애슐리 영을 빼고 로빈 판 페르시를 교체 투입한 승부수를 띄운 것은 맨유의 경기력이 그동안 얼마나 저조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경기 승리는 모예스 감독에게 다행일 수도 있으나 경질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지는 의문이다.

 

 

[사진=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manutd.com)]

 

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축구는 감독 중심의 스포츠다. 지도력이 뛰어난 감독은 그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감독은 팀의 목표 달성의 최대 불안 요소가 된다. 맨유도 마찬가지다. 퍼거슨 체제에서는 총 38회 우승을 차지하며 라이벌 리버풀을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이 되었으며 유럽과 세계를 제패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예스 체제는 프리미어리그 9위 팀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과 달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홈에서 빅6가 아닌 클럽들에게 무득점으로 2연패를 당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맨유는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 공격 옵션들이 전방 압박에 적극적이면서 측면 공격에 비중을 두는 팀이 됐다. 모예스 감독이 에버턴을 이끌었을 때와 유사한 경기 패턴을 나타냈다. 그러나 공격 전술이 단조로워지면서 상대 팀들에게 간파당하고 말았다. 믿음직한 윙어가 단 한 명도 없는 맨유의 현실에서 측면 공격에 치우친 경기를 펼친 것은 모예스 감독의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다. 지난 주말 뉴캐슬전에서는 빌드업마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뉴캐슬의 전방 압박을 이겨내려는 모예스 감독의 전술적 변화도 뚜렷하지 않았으며 이는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예스 감독과 판 페르시와의 갈등설도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인상이다. 판 페르시가 모예스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 방식에 부정적인 것은 이미 현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부터 다시 부상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판 페르시가 맨유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의 루머가 제기됐다. 최근에는 카가와 신지가 과식을 하면서 위세척을 했다. 이 때문에 뉴캐슬전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즌 중에 자기 몸 관리에 실패한 것은 프로 선수 답지 않다. 맨유의 기강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적 부진에 빠진 팀이 위기를 수습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감독 경질이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의 몇몇 팀은 감독을 바꾸었으며 또 다른 팀들도 감독 경질설로 주목을 끄는 중이다. 과연 맨유가 모예스 감독을 경질할지 여부를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및 프리미어리그 강팀이라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예스 감독의 경질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맨유는 이적료를 충족시키지 못했거나 예전에 비해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진 선수들이 많다. 카가와, 애슐리 영, 대니 웰백, 안데르손,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크리스 스몰링, 톰 클레버리를 거론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루앙 펠라이니도 포함된다. 퍼거슨 체제의 마지막 시절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판 페르시,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이 분전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루었으나 감독이 바뀐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판 페르시와 캐릭이 한동안 부상으로 뛰지 못했거나 결장 중이면서 맨유의 전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모예스 감독은 이러한 스쿼드로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빅 클럽 감독이라면 팀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박싱데이 기간은 '모예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계속 맡겨야 하나?'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모예스 감독이 위기를 극복할지 앞으로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