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에는 전 세계가 브라질 월드컵 열기로 뜨거울 것이다. 과연 어느 팀이 우승하거나 대회를 빛낼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누가 조국의 우승을 이끌면서,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축구 영웅이 탄생할지 세계인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조추첨이 중요하다. 어느 팀이든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시나리오를 원치 않을 것이며 최소한 16강에 진출하고 싶어할 것이다. 조추첨을 통해 최악의 조를 피하고 최상의 조에 포함되기를 바랄 것이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진출할지 국민적인 관심이 크다. 한국 시간으로 7일 오전 1시에 진행될 브라질 월드컵 조추첨 관전 포인트 4가지를 꼽았다.
[사진=브라질 월드컵 조추첨을 알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fifa.com]
1. 죽음의 조, 2개 이상 완성되나?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축구 대회 조추첨의 주요 관심사는 '죽음의 조'가 아닐까 싶다. 대회 우승 경쟁력이 높거나 돌풍이 예상되는 팀끼리 같은 조에 편성되면 4팀 모두 16강 진출을 쉽게 예상 못한다. 죽음의 조는 2002년 한일 월드컵때의 아르헨티나가 그랬듯이 강력한 우승 후보가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죽음의 조가 2개 이상 완성될 가능성이 생겼다. 우선, 톱시드를 배정받은 포트1과 유럽 9개 팀이 포함된 포트4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 포트4에는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거나 유럽의 강호로 꼽히는 팀들이 다수 포진했다. 포트2와 포트3에도 다크호스가 여럿 있다. 포트2에는 3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가나, 디디에 드록바와 야야 투레가 속한 코트디부아르, 남아공 월드컵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과시했던 칠레가 있다. 포트3에는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과 일본, 16강 단골 진출팀 멕시코, 북중미 강호 미국이 속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브라질-가나-멕시코-이탈리아, 또는 아르헨티나-유럽 스페셜 포트(포트4 중에 한 팀이 포트2에 분류된다.)-일본-네덜란드 같은 여러 형태의 죽음의 조가 나올 수도 있다. 반면 벨기에-카메룬-이란-러시아, 스위스-알제리-한국-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같은 우승 후보가 아닌 팀들끼리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 B조에 속했던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한국-그리스가 또 다시 같은 조에 속할 확률도 있다.
2. 유럽 스페셜 포트, 어느 팀이 포트2에 속하나?
브라질 월드컵 조추첨의 최대 변수는 유럽 스페셜 포트에 어느 팀이 선택되느냐는 점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포트2에 분류될 수도 있고, 포트4 중에서 전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그리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유럽 스페셜 포트에 배정될 수도 있다. 만약 강팀이 유럽 스페셜 포트에 포함되면 죽음의 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포트1과 포트4에 분류된 팀이 16강 진출을 장담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만약 이탈리아가 유럽 스페셜 포트로 뽑히면서 포트2로 이동하면 브라질-이탈리아-멕시코-네덜란드가 같은 조에 포함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개최국 브라질의 16강 진출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그리스가 유럽 스페셜 포트에 배정되면 콜롬비아-그리스-호주-크로아티아 같은 16강 진출 전망이 긍정적이거나 또는 브라질-그리스-멕시코-이탈리아 같은 전망이 부정적인 조에 배정 될 수도 있다. 8개 조가 어떻게 형성될지 알 수 없으나 유럽 스페셜 포트 때문에 조추첨을 지켜보는 재미가 흥미롭다.
3. A조 피해야 브라질과 상대하지 않는다
포트1에 배정되지 않은 팀이라면 A조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A조에는 개최국 브라질이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단골 우승 후보이자 최다 우승팀이며 이번 대회의 개최국이다. 홈팬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매 경기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에 자국에서 펼쳐졌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을 3-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 걸쳐 스페인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브라질과 같은 조에 포함되면 16강 진출 전망이 좋지 않다. 포트2와 포트4에 속한 팀을 상대로 16강 진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포트2와 포트4에도 만만치 않은 팀이 다수 포진했다. A조에 속하지 않으면 포트1-2-4에 분류된 팀을 상대로 16강 진출에 도전하나 브라질과 같은 조에 있으면 1승 타겟 상대가 3팀에서 2팀으로 줄어든다.
4. 한국, 조추첨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론에서는 한국의 조추첨 전망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틀린 전망은 아니다. 몇몇 우승 후보가 톱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순탄치 못한 나날을 보내면서 국제 경쟁력이 약해졌던 영향이 크다. 그나마 최근에는 강팀이나 다크호스와 지속적으로 평가전을 치르며 월드컵 16강을 향한 자신감을 키우는 중이다.
어쩌면 한국의 조편성이 안좋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조편성이 좋지 않았으나 2승 1무로 조 1위를 기록하며 16강에 올랐다. 그때는 폴란드-미국-포르투갈과 겨루었다. 당시 유럽 징크스를 겪었던 한국에게 폴란드와 포르투갈은 벅찬 상대였다. 심지어 월드컵 1승 경험도 없었다. 세 팀 모두 만만한 팀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목표 달성을 향한 철저한 준비와 강팀과의 거듭된 맞대결 끝에 본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었다. 조추첨 결과가 안좋다고 '한국은 16강에 못간다'고 미리 장담하지 말자. 축구는 이변이 벌어지기 쉬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