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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벤제마 부활, 호날두-베일을 웃게 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얼마전 '엘 클라시코 더비' FC 바르셀로나전에서 패했으나 그 이후 3경기에서 무려 12골을 퍼부었다. 8실점을 허용했던 불안한 수비 조직력이 옥의 티로 꼽히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꾸준한 맹활약과 더불어 가레스 베일이 분전하면서 많은 골을 넣게 됐다. 그런 여파에 의해 최근 프리메라리가 2경기를 모두 이겼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 원정에서는 2-2로 비기며 B조 선두를 지켰다.

 

많은 사람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막강한 화력에 대하여 호날두-베일 측면 콤비의 맹활약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경기력 저하되었던 카림 벤제마가 부활했다.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3골 3도움)를 기록하며 원톱으로서 제 몫을 다했다. 특히 3도움은 호날두와 베일의 골을 도왔던 장면이었다. 지난달 31일 세비야전에서는 호날두와 베일의 득점 과정을 도왔고 6일 유벤투스전에서는 호날두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사진=카림 벤제마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벤제마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연계 플레이에 비중을 높이는 성향으로 완성됐다. 호날두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득점 과정을 만들어주며 팀의 공격력 향상에 기여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40경기에서는 15도움(16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플레이는 한때 독이 됐다.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경향이 너무 강했다. 이렇다보니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흔드는데 소극적인 경향을 나타내면서 플레이스타일이 단조로워졌고 나중에는 자신을 견제하는 수비수에게 고립되고 말았다.

 

2012/13시즌 프리메라리가 30경기에서는 11골에 그쳤다. 2011/12시즌 34경기 24골에 비해서 골 횟수가 부족했다. 도움 횟수는 7에서 11로 늘어났으나 공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골 기록에서는 아쉬움에 남았다. 전형적인 중앙 공격수 답지 않게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움직임을 늘리는 활동 반경과 경기 운영에서 단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고 최전방 안에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원톱 또는 중앙 공격수의 이타적인 플레이와 부지런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현실이다.(심지어 수비력까지) 벤제마는 그런 경향이 너무 두드러졌다. 이전 시즌에 비해 교체 출전이 늘어나면서 이적설에 시달렸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6월 5일 에스토니아와의 평가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16개월 동안 A매치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유로 2012에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프랑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는 유로 2012 8강에서 스페인에 밀려 탈락했고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I조에서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를 확정지었다. 며칠 뒤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지난달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던 것. 호주전(평가전)과 핀란드전(월드컵 유럽 예선) 모두 조커로 나서면서 골맛을 봤다. 득점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그 이후 소속팀에 복귀하면서 유벤투스전과 FC 바르셀로나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으나 세비야와 라요 바예카노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며 공격수 역할에 충실했다. 이제는 호날두와 베일의 골까지 도우며 만능 공격수 변신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러한 벤제마의 부활은 호날두와 베일에게 이로운 현상이다. 두 명의 윙어가 벤제마 분전에 의해 상대 수비의 압박 부담을 덜게 됐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는 벤제마에게 볼을 받으면서 득점을 노릴 수 있다. 호날두와 베일이 측면에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할 때는 벤제마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의 최근 경기에서는 벤제마-호날두-베일이 동반 맹활약 펼치는 중이다. 공격 과정과 위치선정에서 서로의 호흡이 척척 맞으면서 팀에 많은 골을 안겨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메수트 외질의 아스날 이적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직까지 그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임 감독 체제와 달리 공격의 틀이 새롭게 변화했다. 호날두-베일에 이어 벤제마까지 물 오른 경기력을 과시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지금의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가느냐 여부다. 그동안 기복이 심했던 벤제마에게 꾸준함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된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제기된 현 상황에서는 벤제마가 더욱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소속팀에서 붙박이 주전을 보장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