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홍명보호 세대교체, 과연 성공할까?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여름에 홍명보 감독 시대를 맞이하면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변화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세대교체를 꼽을 수 있다. 10월 A매치 브라질전과 말리전 출전 멤버를 살펴보면 30대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올해 32세의 곽태휘가 유일한 30대 선수였으나 10월 A매치 2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표팀 스쿼드가 젊은 선수 위주로 개편 중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브라질전 선발로 뛰었던 11명 중에 8명이 런던 세대였다. 그 중에 6명이 런던 올림픽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어 동메달 획득을 공헌했으며 나머지 2명인 한국영과 홍정호는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다. 두 명은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한 만큼 런던 세대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런던 세대가 아닌 이용-이청용-김진수도 20대 선수들이며, 정성룡과 이용을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은 20대 초반이나 중반 연령에 속한다.

 

 

[사진=올림픽 대표팀 주장이었던 구자철. 이제는 국가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다. 홍명보호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구자철 맹활약이 중요하다. (C) 볼프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vfl-wolfsburg.de)]

 

말리전 선발 멤버 중에서는 런던 세대가 6명이었다. 김보경과 지동원을 대신해서 손흥민과 이근호가 선발로 나섰다. 선발 인원 수만을 놓고 봤을 때 런던 세대의 비중이 약해진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런던 세대 6명이 모두 중앙 포지션을 맡았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과 홍정호가 센터백, 기성용과 한국영이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것이다. 홍명보호 세대교체 중심에 런던 세대가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런던 세대를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틀렸다. 만약 런던 세대를 편애했다면 박주영을 이번 A매치 2경기에 뛰게 했을 것이다. 런던 세대 여부와 관계 없이 소속팀 활약을 중시하는 원칙을 지키면서 박주영을 대표팀에 불러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브라질전과 말리전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스쿼드를 내세웠다. 구자철, 기성용, 김영권 같은 런던 세대들의 경기력은 대표팀 주전에 어울린다. 정성룡에 대해서는 대표팀 골키퍼 No.1 자질 여부를 놓고 여론에서 논란이 있으나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과연 진정한 No.1인지는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표팀의 새로운 체제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 대표팀 체제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했고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11개월 밖에 없었다.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위기에 시달렸던 국가 대표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올림픽 대표팀 출신 선수들을 활발하게 기용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A매치 데이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력 향상을 위해 런던 세대들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 글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외국인 감독 타령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면 선수 파악에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며 팀을 완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아드보카트호 실패가 또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최적기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였으나 안타깝게도 그 기회를 놓쳤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던 한국 입장에서는 홍명보 감독 선임이 현실적으로 최상의 선택이었다.

 

지난 날은 지난 날이고 이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홍명보호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브라질 월드컵 본선과 2015년 아시안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 런던 세대 중에 대부분은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이다. 홍명보 감독의 경우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포함하면 두 번의 국제 무대에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런던 세대를 가장 잘 아는 지도자이며 이 선수들을 통해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표팀 계약 기간이 연장되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선전을 이끌어야 한다. 그때는 런던 세대들의 개인 기량이 완성되는 단계다.(개인차가 있겠지만)

 

물론 런던 세대만 주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김진수를 왼쪽 측면 옵션으로 활용중이다. 이들은 대표팀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붙박이 주전을 굳혔다. 비록 손흥민은 브라질전에서 선발 제외되었으나 말리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 최다 득점자(3골)로 떠올랐다. 이전 대표팀의 약점이 박지성-이영표 후계자 부재였음을 떠올려 봤을 때 손흥민-김진수 맹활약이 신선하다. 홍명보호 세대교체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