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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이제는 확실한 반전 필요하다

 

박지성이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뛰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AZ 알크마르전 도중에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으며 회복까지 늦어졌다. 지난 20일 흐로닝언전에서 복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끝내 모습을 내밀지 못했고 PSV 에인트호번은 0-1로 패했다. 에인트호번은 박지성이 지난달 22일 라이벌 아약스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했을 때 에레디비지에 1위를 질주했으나 최근 3경기에서 1승 2패에 그쳐 2위로 밀렸다. 박지성의 존재감을 필요로 하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박지성이 에인트호번 임대 이후 두 번이나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8월 중순에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복귀전이 18일 고 어헤드 이글스전이 아닌 21일 AC밀란전으로 미루어졌다. 이때는 부상이 경미하면서 AC밀란전에 나설 수 있었으며 산소탱크의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40여일 뒤 알크마르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치면서 최근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당시 부상은 불운했다. 빅토르 엘름에게 발목이 밟히고 말았던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에인트호번 복귀 이후에도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박지성의 아약스전 맹활약을 알렸던 퀸즈 파크 레인저스 공식 홈페이지 메인. 박지성의 원 소속팀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다. (C) qpr.co.uk]

 

박지성이 아약스 선수들을 압도했던 경기력을 빠른 시일내에 되찾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조만간 복귀하면 한 달 만에 경기를 뛰게 된다. 실전 감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전히 변함없는 경기력을 과시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2012/13시즌 도중에는 두 번에 걸쳐 부상을 당하면서 총 2개월 동안 실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복귀 이후에는 조커 출전과 결장 빈도가 늘어나면서 당시 신임 사령탑이었던 해리 레드냅 감독과 궁합이 잘 안맞았다.

 

다행히 에인트호번에서는 필립 코퀴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다. 코퀴 감독은 레드냅 감독과 달리 '박지성 사용법'을 잘 아는 지도자이자 한때 같은 팀 동료 선수 관계였다. 그는 박지성이 부상 이전의 폼을 되찾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도와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박지성의 잦은 부상은 여전했다. 2000년대 중반 에인트호번 시절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9개월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20대 시절에 비해 몸의 회복이 느릴 수 밖에 없다. 과거에 비하면 한국과 유럽을 왕복하며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병행하지 않게 되었으나 여전히 부상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개인적 의견을 추가하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바라는 일부 여론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다.)

 

결국에는 박지성이 부상 불운을 이겨내야 한다. 평소 경기력을 되찾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나 에인트호번의 슈퍼 스타에 걸맞는 위상을 보여줘야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이제는 부상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결같은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에인트호번의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이끌어야 한다. 유로파리그와 KNVB컵 병행에 따른 체력 부담이 변수가 되겠지만 코퀴 감독의 합리적인 로테이션을 믿어봐야 할 것이다.

 

박지성에게 필요한 것은 '확실한 반전'이다. 두 번의 부상에서 벗어나 에인트호번의 에레디비지에 선두 질주를 주도하는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에인트호번은 현재 에레디비지에 2위(5승 3무 2패, 승점 18)를 기록중이며 1위 트벤테(5승 4무 1패, 승점 19)를 승점 1점 차이로 따라붙고 있다. 에레디비지에는 현재까지 10라운드를 진행했으나 6승 이상의 성적을 올린 팀이 없다. 1위부터 8위까지 5승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초반만을 놓고 볼 때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에인트호번이 자칫 잘못하면 중위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에인트호번의 단점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주장 조르지뇨 훼이날둠을 비롯한 몇몇 주력 선수들도 부상으로 신음중이다. 3개 대회 병행에 따른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커졌다. 지난달 아약스전에서 '박지성 효과'에 의해 4-0 대승을 거두었으나 여러 불안 요소를 놓고 볼 때 올 시즌 우승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래서 박지성이 풍부한 경험과 특유의 성실한 활약상을 통해 팀 전력을 지탱해야 한다. 그가 에인트호번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어야 젊은 선수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에인트호번의 성적이 좋아질 것임에 틀림 없다. 박지성이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팀에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는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