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루앙 펠라이니를 영입했다고 중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펠라이니의 경기 성향에 대해서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며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어색하다. 지난 시즌 에버턴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프리미어리그 11골 넣었던 활약상을 떠올리면 멀티 플레이어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풍부하며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향후 맨유 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펠라이니와 마이클 캐릭이 형성했던 맨유의 중원은 지난달 23일 맨체스터 시티전 1-4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중원에서 순발력에 약점을 드러냈던 것. 캐릭은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펠라이니는 순발력보다는 활동량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인물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우수한 공격 옵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펠라이니-캐릭 조합의 또 다른 문제점은 중원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활발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 중원 3번째 옵션 톰 클레버리 또한 마찬가지다. 맨유는 아직까지 폴 스콜스 은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사진=일카이 귄도간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유의 중원 문제가 해결되려면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뒷받침되면서 다채로운 패스와 뛰어난 공격 전개를 과시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현재 맨유에는 이러한 유형의 인물이 부족하다. 그나마 캐릭이 분전했으나, 캐릭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를 대비한 플랜B가 마땅치 않다. 내년 1월 또는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이러한 약점을 해소할 중원 옵션이 필요하다. 그래야 허리에서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가능하면서 과거에 비해 강인한 면모가 부족해진 포백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맨유에 가장 이상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미드필더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맨유의 모드리치 영입 가능성은 낮다. 모드리치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자리잡는 추세이며 현 시점에서는 굳이 다른 팀으로 떠날 이유가 없다. 중앙 공격을 강조하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 필요한 인물이다. 더욱이 레알 마드리드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메수트 외질(아스널)과 작별했다. 모드리치마저 다른 팀으로 내주면 팀 공격의 창의성이 감소하면서 득점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일카이 귄도간(도르트문트)은 어떨까? 그는 모드리치보다 다섯 살 어리면서 도르트문트와의 계약 기간이 2015년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상으로 두달 동안 뛰지 못했으나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통해 자신의 우수한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지금까지 볼 배급에서 강점을 드러냈으나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력이 발달됐다. 안정적인 볼 관리와 너른 시야에 이르기까지 중원에서 볼을 공급하면서 포백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맨유에서 이러한 유형의 인물이 필요하다.
물론 맨유의 귄도간 영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도르트문트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누리 사힌(원 소속 레알 마드리드, 현재 도르트문트 임대),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 같은 주력 선수들을 다른 빅 클럽에 내줬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 불씨도 꺼지지 않은 상황. 귄도간마저 다른 팀에 빼앗기면 셀링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팀의 경기력 유지 차원에서 귄도간을 지키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다른 빅 클럽들이 귄도간 영입에 관심을 나타낼 수도 있다. 맨유가 귄도간을 영입하려면 엄청난 이적료 투자가 불가피하나 재정 적자가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맨유가 귄도간을 데려오면 기존의 경기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만약 귄도간이 프리미어리그에 충분히 적응하면 맨유는 한동안 중원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맨유가 향후 이적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중원의 퀄리티를 보강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적어도 캐릭, 펠라이니, 클레버리와 경쟁하면서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만한 또 다른 중원 옵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