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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승 3무 3패, 그러나 대표팀이 달라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브라질전 0-2 패배는 실질적으로 완패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8개월 남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선전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었다. 네이마르와 오스카에게 실점했던 장면을 제외하면 브라질과의 경기 내용에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았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언급했듯, 70분 이후부터는 한국의 페이스로 전환됐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한국의 대량 실점 패배는 없었다.

 

홍명보호는 지난 2월 크로아티아전에서 0-4로 패했을 때와 달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근성을 유지하며 경기 종료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난달 크로아티아와의 리턴 매치(1-2 패)에서도 마찬가지. 대표팀이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투혼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팀으로서 점점 뭉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브라질전에서 끈질긴 협력 수비와 대인마크를 발휘하며 상대 팀의 패스 플레이를 점점 어렵게 했다.

 

 

[사진=홍명보 감독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A매치 7경기에서 1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7경기 동안 6골에 그치면서 1경기당 1골 미만의 득점력을 나타냈으며 그 중에 4경기에서 무득점에 시달렸다. 겉으로는 감독 교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FIFA 랭킹이 58위로 추락했으며 이미 브라질전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15일 말리전마저 이기지 못하면 60위권 바깥으로 밀릴지 모른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클럽팀이 아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아시안컵 선전을 위해 뭉쳐진 집단이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브라질전을 비롯한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평가전일 뿐이다. 클럽팀이라면 모든 공식 경기가 중요하겠지만 대표팀은 큰 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야 한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이 자주 펼쳐지지 않는 만큼 선수들이 A매치 데이를 통해 발을 맞춰야 한다. 수능을 치르기 전에 여러 차례의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 처럼 브라질전은 내년 여름 월드컵을 대비하는 성격이 짙었다.

 

분명한 것은, 대표팀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음에도 크로아티아전과 브라질전을 통해 강팀과의 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과거의 대표팀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때는 아시아 팀과의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의 결속력이 강해졌고, 압박의 세기가 높아지면서, 투혼을 되찾으며 대표팀이 예전의 무기력했던 면모를 떨치고 반드시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현재까지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잘 이끌고 있다. 거듭된 졸전과 불화설 등으로 어수선한 나날을 보냈던 대표팀의 추락을 더 이상 없게 했다. 최근 A매치에서 2연패를 당했음에도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에 임하면서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확실하게 장악했음을 알 수 있다. 불과 며칠전에는 기성용 SNS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으나 결과적으로 기성용이 공개 사과하면서 더 이상의 안좋은 분위기는 없었다. 기성용을 발탁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브라질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임펙트를 키우는 것이다. 아무리 많이 뛰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 축구의 특징이다. 홍명보호가 최상의 경기력을 제대로 보상 받으려면 언제든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화력을 보유해야 한다. 원톱 부재 극복과 더불어 페널티 박스 안쪽을 활용한 볼 배급의 정확성과 시야 확보에 신경써야 한다. 박주영 또는 이동국이 홍명보호 원톱으로 중용되어도 대표팀의 공격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톱을 뒷받침하는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가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다.

 

오는 15일 말리전에서는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아쉬움을 만회해야 한다. 크로아티아전과 브라질전을 통해 패배 속에서 희망을 얻었다면 말리전에서는 결과적인 부분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수들이 이기는 본능을 키울 수 있다. 브라질전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태극 전사들은 말리전을 이기고 싶어할 것이다. 물론 말리전 뿐만은 아닐 것이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 것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