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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중원 딜레마, 앞으로도 계속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 23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게 1-4로 패하면서 또 다시 중원에 대한 잡음이 일어났다. 마이클 캐릭과 마루앙 펠라이니가 버텼던 맨유의 중원이 야야 투레와 페르난지뉴가 버텼던 맨시티 중원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다. 이날 드러났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지만 중원 열세는 맨유팬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특히 펠라이니는 맨시티의 빠른 역습에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부지런한 활동량으로 순발력 부족을 이겨냈으나 캐릭과 공존하면서 오히려 약점이 두드러지고 말았다. 아직 맨유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맨시티전 전망을 놓고 보면 맨유의 중원 딜레마는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

 

 

[사진=마루앙 펠라이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펠라이니 영입은 애초부터 중원 딜레마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펠라이니는 이미 은퇴한 폴 스콜스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창의적인 볼 배급을 과시하는 선수가 아니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선수로서 맨시티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고전할 수 있는 타입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팀은 말그대로 전력이 강하면서, 중원이 탄탄하고, 2선에 기교가 뛰어난 인물이 있는 팀을 말한다. 펠라이니가 빅 매치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펼치려면 자신의 약점을 덮어주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캐릭은 32세 미드필더로서 스피드에 부담을 느끼기 쉽다. 캐릭을 대신해서 톰 클레버리가 로테이션 기용될 수 있으나 맨유 중원의 무게감이 떨어질 우려가 따른다. 또한 맨유의 주전 미드필더 중에서는 예측 불허의 공격 전개와 기술력을 지닌 선수가 웨인 루니 밖에 없다. 그러나 루니는 공격수로 뛰기를 원한다. 로빈 판 페르시가 원톱으로 나설 때는 루니의 미드필더 기질이 요구될 수 밖에 없지만, 지난 18일 레버쿠젠전처럼 루니와 판 페르시가 투톱을 맡을 때는 펠라이니의 공격 부담이 커진다. 당시 펠라이니는 수없이 짧은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주도권 장악에 힘을 실어줬으나 맨시티전에서는 상대 팀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맨유의 펠라이니 영입은 실패작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다. 펠라이니는 맨유에 합류한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에버턴 색깔에 익숙했던(BUT 모예스 감독 전술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옵션으로서 맨유 같은 빅 클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장점도 맨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판 페르시와 루니 공격력에 의지하는 맨유에게 펠라이니의 전방 배치는 전술 다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맨유의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설이 또 불거졌다. 현재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끄는 선수는 안데르 에레라(빌바오)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 알렉스 송(FC 바르셀로나)이다. 세 명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다. 피를로와 송의 경우 맨유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영입할 만한 선수들이다. 에레라에 비해서 이적료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다. 맨유가 그때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강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세 명의 이적설을 놓고 보면 맨유의 펠라이니 영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펠라이니가 맨유에서 3경기만 뛰었음을 감안해도 맨유의 중원 딜레마는 그 이전부터 골이 깊었다.

 

펠라이니가 맨유에 성공적으로 적응해도 팀의 중원 딜레마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펠라이니는 스콜스처럼 중원에서 다양한 패스를 공급하면서 공격 흐름을 조절하는 유형이 아니다. 맨유가 중원의 창의성 부재를 계속 안고 가야 한다. 루니가 공격수 출전을 원하는 점, 믿음직한 윙어가 사실상 전무한 맨유의 현 상황을 놓고 볼때 중원의 창의성 부족을 해결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프리미어리그 8위 부진에 빠진 맨유가 디펜딩 챔피언 저력을 되찾는데 있어서 이러한 문제점을 풀지 못하면 2연패 과정이 점점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