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출설 혹은 이적설로 눈길을 끌었던 루이스 나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잔류하게 됐다. 맨유와의 5년 재계약을 통해 계약 기간이 2018년 6월까지 늘어났다. 앞으로 5년 동안 소속팀에서 버틸 경우 32세까지 맨유에서 뛰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1경기 1골 2도움 및 각종 대회를 포함한 21경기에서 3골 5도움에 그친 것, 지난 주말 리버풀전에서 후반 17분 교체 투입한 것이 올 시즌 출전했던 유일한 경기였음을 미루어 볼 때 5년 계약 연장은 의외다.
[사진=루이스 나니 재계약을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가 나니와 재계약을 맺은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루앙 펠라이니 영입 이외에는 어떠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빼앗길 수 없었던 처지였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같았으면 나니와 작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맨유는 두 팀과 달리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기 힘들다. 구단의 막대한 적자가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 룰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되도록이면 적자를 피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빅 사이닝이 순조롭지 못했다.
물론 맨유의 대형 선수 영입 의욕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 파비오 코엔트랑, 사미 케디라(이상 레알 마드리드) 메수트 외질(당시 레알 마드리드, 현 아스널) 안데르 에레라(빌바오) 영입을 제안했거나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인 영입은 펠라이니에 그쳤다. 이들의 공통점은 측면 미드필더가 아니다.(외질은 좌우 윙어를 소화할 수 있으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 기존 윙어들이 집단적인 공격력 저하에 시달렸던 팀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새로운 윙어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측면보다는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더 절실했던 것은 사실이다. 맨유의 중원 딜레마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맨유가 2000년대 후반기 극강의 포스를 재현하고 싶었다면 측면 약점도 해결했어야 한다. 나니를 비롯하여 애슐리 영, 안토니오 발렌시아, 대니 웰백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몇몇 경기에서 왼쪽 윙어를 봤던 카가와 신지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부진했다. 측면에 믿음직한 존재가 지난 시즌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울러 로빈 판 페르시,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의 분투가 없었다면 맨유의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맨유의 나니 재계약은 여름 이적시장을 헛되이 보냈음을 상징한다. 기존 전력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나니를 또 다시 믿은 것이다.
나니는 2010/11, 2011/12시즌에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한 경험이 있으며 지금의 슬럼프만 극복하면 예전의 포스를 재현할 수 있다. 애슐리 영이 여전히 먹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발렌시아의 과감한 플레이가 과거에 비해 무뎌졌음을 떠오려 볼 때 나니가 마음만 먹으면 팀 내 입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계약 기간 5년 연장도 놀라운 일이다. 나니에게 확고한 동기 부여를 심어주겠다는 맨유의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에 비해 팀 내 비중이 약해진 선수와 5년 연장 계약을 맺은 것은 파격적이다. 나니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나니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과의 관계가 불편했다. 이 때문에 방출설과 이적설이 오르내렸고 맨유의 잉여 자원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계약 기간이 5년이나 연장됐다. 모예스 감독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 관계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5년 재계약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