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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신지의 위기, 앞으로 계속되나?

 

일본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카가와 신지(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2013/14시즌 4경기 모두 선발 투입이 불발됐다. 커뮤니티 실드 위건전에서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이후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벤치를 지켰으며, 지난 주말 맨유의 라이벌 리버풀 원정에서는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설이 제기됐으나 끝내 팀에 남았다. 일본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존재로 두각을 떨친 것과 달리 맨유에서는 찬밥 신세다.

 

현재까지 카가와의 맨유 커리어는 실패작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38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노란색에서 빨간색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으나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다. 왜소한 체격 조건과 몸싸움 부족이 프리미어리그 적응 실패의 원인이 되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는 선발로 나섰음에도 철저하게 부진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경기 6골 3도움이 결코 나쁜 기록은 아니지만 이적료를 따져봤을 때 아쉬움에 남는 활약이었다.

 

 

[사진=카가와 신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manutd.com)]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리버풀 원정에서는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18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모예스 감독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가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할 수 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시절과 달리 4-2-3-1의 2선 미드필더 혹은 4-4-2 쉐도우(리버풀전 쉐도우였던 대니 웰백)의 수비적인 비중이 늘어났다.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면서 상대 팀의 역습을 막으려는 의도다. 흔히 퍼거슨 전 감독의 전술이 '패스 앤 무브'로 정의되었다면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 시절부터 압박 축구를 강조했다.

 

맨유가 이적시장 마감일에 '모예스 제자' 마루앙 펠라이니를 에버턴에서 데려온 것은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전술적 색깔을 완성하려는 모예스 감독의 깊은 뜻이 있다. 기술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겠다는 뜻이다. 펠라이니는 맨유의 4-2-3-1에서 마이클 캐릭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나 때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에버턴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프리미어리그 11골 기록했다. 그는 루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지 않을 때 4선에서 2선 배치가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카가와는 공격형 미드필더 3순위로 밀릴 수 있다.

 

카가와가 모예스 감독의 중용을 받지 못한 것은 수비력 부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도르트문트 시절에 이어 맨유에서도 수비력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맨유 이적 후에는 상대 팀의 거친 압박과 집요한 몸싸움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로빈 판 페르시와의 공존에 실패했다. 오히려 왼쪽 윙어로 나설때의 경기력이 더 좋았다. 프리미어리그는 중앙보다 측면의 압박이 덜하다. 그러나 모예스 체제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경쟁력이 강하지 않다. 압박을 강조하는 모예스 감독의 전술적 성향에 맞지 않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카가와는 모예스 감독의 전술 활용도를 다채롭게 꾸밀 수 있는 무기(개인 기술)가 있다. 그러나 루니를 비롯하여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같은 2선 미드필더 자원들은 카가와보다 기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리버풀전에서 쉐도우를 맡았던 웰백은 카가와보다 순발력과 수비력, 피지컬, 활동량이 발달됐다. 특히 루니의 잔류는 카가와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맨유는 지난 몇 년 동안 루니의 폼에 따라 경기 내용 및 결과가 엇갈렸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루니 잔류에 공을 들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카가와의 올 시즌 전반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카가와의 위기가 계속되면 올 시즌 후반기에 임대 또는 이적 형식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 대비 차원에서 어떻게든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맨유보다 주전 경쟁이 덜 치열한 팀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경기력을 되찾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맨유에서 실패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이적료 1400만 파운드를 기록한 선수가 그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 시즌 반 만에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은 실패작으로 단정짓기 쉽다.

 

공교롭게도 도르트문트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다른 빅 클럽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누리 사힌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실패한 끝에 리버풀 임대에 이어 친정팀 도르트문트로 다시 임대되었고 카가와의 맨유 커리어도 순탄치 않다. 최근 도르트문트를 떠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던 마리오 괴체의 앞날이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새로운 팀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사힌과 카가와의 전례를 보면 '클롭의 아이들'이 다른 빅 클럽에서는 고생했다.

 

카가와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독일 무대를 평정했고 도르트문트의 2011/12시즌 더블 우승(분데스리가, DFB 포칼컵) 주역으로 활약했다. 클롭 감독은 카가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팀의 전술을 완성시켰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도르트문트와 맨유는 다르다. 카가와는 루니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 시즌 후반기 왼쪽 윙어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어느 정도 희망을 보였으나 감독이 바뀐 이후에 벤치 멤버로 밀렸다. 카가와의 앞날이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