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외질, EPL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까?

 

2013년 여름 이적시장 막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메수트 외질의 아스널행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아스널은 한국 시간으로 3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질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5000만 유로(약 725억 원, 4250만 파운드)의 금액에 아스널로 이적한 것. 이는 아스널의 클럽 레코드에 해당하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클럽 레코드(3075만 파운드, 2008년 여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영입)보다 더 많은 액수다. '짠돌이 구단' 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아스널의 놀라운 반전이었다.

 

아스널의 외질 영입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과 다름 없다. 북런던 라이벌이자 지난 시즌 5위였던 토트넘이 가레스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에 넘겼음에도 7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야심찬 전력 보강을 단행한 것이 아스널의 빅 사이닝 의지를 부추겼다. 토트넘과 더불어 빅4 진입을 노리는 리버풀과 에버턴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아스널은 지금까지 '저비용 고효율' 영입 정책을 추구했으나 결국에는 8시즌 연속 무관 끝에 고집이 되고 말았다. 외질 영입으로 돈을 과감하게 쓰는 팀이 잘 나가는 유럽 축구의 대세를 따르게 됐다.

 

 

[사진=외질 영입을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외질은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 없어서는 안 될 플레이메이커였다. 2010/11시즌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팀 전력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공격 옵션들이 많은 골을 넣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격 포인트도 많았다. 2010/11시즌 10골 24도움, 2011/12시즌 7골 20도움, 2012/13시즌 10골 18도움을 기록했으며(각종 대회 포함) 골보다 도움이 더 많은 것이 눈에 띈다. 동료 선수의 득점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뜻이다. 이제 아스널은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외질-카솔라)가 공존하면서 패스 축구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 올리비에 지루, 시오 월컷의 공격력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과 계약하지 않았다면 외질의 아스널행은 없었을 것이다. 외질은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경기에서 선발로 뛰었다. 2경기 모두 후반 중반에 교체 되었지만 적어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계획에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을 영입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게 됐다. 아스널보다 레알 마드리드가 더 좋은 클럽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팀에서 잘나갔던 선수가 갑작스럽게 떠나야 하는 현실을 처음에는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질에게 아스널 이적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달성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외질은 아스널 입성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는 없다. No.1이었던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기 때문. 올 시즌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지난 시즌 베일과 함께 PFA 올해의 선수상을 다투었던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의 올 시즌 전망은 안갯속이다. 판 페르시는 지난 주말 리버풀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되었으며, 수아레스는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다니엘 스터리지와 원톱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반면 외질은 다르다. 외질도 판 페르시처럼 엄청난 견제를 받겠지만 자신의 주위에는 월컷과 카솔라가 있다. 월컷은 스피드, 카솔라는 기교와 지능을 바탕으로 상대 팀 선수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인하며 외질의 압박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외질은 수아레스와 달리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5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봐도 적어도 첫 시즌은 아스널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첫 시즌 경기력에 따라 앞으로의 팀 내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질은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였으나 프리메라리가 No.1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한때 팀 동료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함께 프리메라리가 1인자를 다투었다. 호날두 득점력에 따라 팀의 공격력과 성적이 엇갈렸던 레알 마드리드의 현실에서 외질은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는 메시-호날두 같은 신계에 도달한 선수가 없다. 두 선수를 따라잡는 중인 베일과 라다멜 팔카오(AS 모나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에딘손 카바니(이상 파리 생제르맹)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아니다. 외질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외질이 프리미어리그의 1인자로 거듭날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많은 골을 넣는 기질보다는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인상이 더 강했다. 하지만 8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던 아스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경기력을 발휘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잠재력을 놓고 볼 때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외질에게 아스널 이적은 일생일대의 기회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