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풀타임 출전했으나 레버쿠젠은 샬케04 원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한국 시간으로 1일 오전 1시 30분 벨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4라운드 샬케04 원정에서 0-2로 패했다. 전반 30분 마르코 회거에게 결승골, 후반 38분 헤페르손 파르판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면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AC밀란에서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던 샬케04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첫 승을 달성하며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힘찬 출발을 했다.
레버쿠젠은 이전 3경기를 모두 이겼으나 분데스리가 빅4로 분류되는 샬케04에게 패한 것이 뼈아프다. 만약 이겼다면 바이에른 뮌헨(3승 1무, 승점 10)을 제치고 분데스리가 선두로 뛰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승점 획득에 실패하며 3위(3승 1패, 승점 9)를 기록하게 됐다. 손흥민,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으로 형성된 스리톱의 영향력이 미미했고 수비까지 불안했다. 특히 왼쪽 풀백을 맡는 세바스티안 보에니쉬의 경기력이 공수 양면에서 저조했다.
[사진=샬케04전 0-2 패배를 발표한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C) bayer04.de]
보에니쉬의 미흡한 경기력, 손흥민에게 부담이 되다
보에니쉬는 분데스리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왼쪽 측면에서 지나치게 공격 욕심을 부리는 단점을 개선하지 못했다. 히피아 감독의 지시인지 아니면 선수 본인의 성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왼쪽 풀백으로서 슈팅을 난사하거나, 부정확한 크로스를 남발하며, 수비 가담이 늦는 플레이가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키웠다. 3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의 경우 손흥민이 수비에 기여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보에니쉬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면 손흥민이 후방으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줄이며 공격에 더욱 집중했을 것이다.
샬케04전에서는 보에니쉬가 팀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날렸다.(3개) 그러나 3개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31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날렸던 중거리 슈팅이 너무 위로 뜨고 말았다. 난사 기질이 여전했다. 크로스 4개도 부정확하게 연결되었으며 패스 성공률이 64%에 그쳤다. 왼쪽 풀백으로서 공격력이 저조했으며 이는 레버쿠젠의 빌드업 전개와 왼쪽 측면 공격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손흥민-키슬링-샘으로 구축된 레버쿠젠의 스리톱이 별 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원인 중에 하나였다.
레버쿠젠 선수들의 1~4라운드 기록을 살펴보면 보에니쉬가 키슬링, 샘에 이어 슈팅이 팀에서 3번째로 많다. 4경기 동안 10개의 슈팅을 날렸다. 7개를 기록했던 손흥민보다 더 많다. '풀백은 슈팅을 날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문제다. 결국 공격권은 상대 팀으로 향하게 된다. 레버쿠젠이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는데 있어서 이 부분을 꼭 개선해야 한다.
보에니쉬는 수비까지 불안했다. 레버쿠젠의 두 차례 실점 장면을 봐도 알 수 있다. 전반 30분 파르판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누구도 마크하지 않았다. 상대 팀 선수를 끝까지 따라붙는 끈질긴 플레이가 부족했다. 후반 37분에는 샬케04 역습 상황에서 파르판과의 스피드 싸움에서 밀렸고, 그 이후의 장면에서 스파이치가 파르판에게 무리한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보에니쉬가 파르판의 돌파를 막았다면 스파이치가 페널티킥을 내주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후반 24분 파르판에게 뚫렸던 장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왼쪽 측면에서 라이나르츠와 협력 수비를 취하면서 파르판을 막으려 했으나, 파르판 돌파에 의해 볼이 두 다리 사이로 빠지면서 농락 당하고 말았다. 이날 보에니쉬는 파르판을 막는데 실패했고 상대 팀 공격마저 차단하지 못했다. 파르판을 앞세운 샬케04 공격력이 힘을 얻었던 계기가 됐다. 팀에서 활동량 2위(11.42Km)를 기록했으나 많이 움직인다고 축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효율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보에니쉬를 보면 '산소탱크' 박지성(PSV 에인트호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동료였던 파트리스 에브라를 떠올리게 된다. 에브라도 보에니쉬처럼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만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패스 연결을 하거나 오버래핑을 펼치며 박지성 같은 왼쪽 윙어의 공격 전개를 돕는다. 탄탄한 수비력까지 빛을 발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측면 뒷 공간을 든든히 지켰다. 공격과 수비에 걸쳐 박지성과 철벽 호흡을 과시하며 상대 팀을 힘들게 했다. 손흥민에게 에브라 같은 왼쪽 풀백이 있었으면 쉽게 경기를 펼쳤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