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가레스 베일 영입을 발표하면서 스쿼드 정리를 위해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베일 영입에 8600만 파운드(약 1477억 원, 추정치)라는 세계 최고 이적료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이 도입한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다른 팀에 넘겨야 한다. 베일과 활동 영역(2선 미드필더)이 겹치는 선수와의 작별이 유력하다. 현재 카카의 AC밀란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카에 이어 또 한 명의 2선 미드필더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지 모른다. 메수트 외질이 아스널 이적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가 지난 1일 "아스널은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외질과 계약하기 위해 협상을 했다. 다른 계약도 진행중이며 팔레르모 골키퍼 에밀리아노 비비아노가 포함되고 있다. 외질의 팀 동료로써 카림 벤제마, 앙헬 디 마리아(이상 레알 마드리드) 요한 카바예(뉴캐슬)도 관심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외질의 아스널 이적이 구체화됐다. 지금까지 BBC 보도가 대부분 정확했다는 점에서 외질 아스널행은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진=메수트 외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하지만 외질의 아스널 이적이 성사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지난 7월에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였던 곤살로 이과인 영입을 추진했으나 이적료 합의에 실패했고, 나폴리가 레알 마드리드에게 많은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결국 아스널은 이과인 영입전에서 패했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아스널의 이적시장 정책이 빅 사이닝 지지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는 8시즌 연속 무관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졌다. 따라서 아스널이 외질을 영입하려면 엄청난 이적료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잉글랜드의 축구 매체 <커트 오프 사이트>는 외질 이적료로 약 4000만 파운드(약 688억 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 액수는 아스널의 클럽 레코드(1500만 파운드, 2009년 1월 안드리 아르샤빈 영입)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과연 아스널이 4000만 파운드 전후의 이적료를 쏟아부으며 외질과 계약할 의향이 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외질이 아스널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적을 인증하기 전까지 영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아스널은 외질을 영입하지 않아도 된다. 외질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가 산티 카솔라다. 카솔라는 아스널의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카솔라가 왼쪽 윙어로 나설 때는 토마스 로시츠키 또는 애런 램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게 된다. 로시츠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존재이자 팀에 부족한 노련미를 채울 수 있으며 램지는 시즌 초반부터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스널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 가능한 인재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첼시,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리버풀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6 팀들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더블 스쿼드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아스널과 4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토트넘은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에 내주기 전까지 7명의 선수를 영입했으며 그 중에 3명(샤들리-라멜라-에릭센)이 2선 미드필더 자원이다. 개막 후 3연승을 기록중인 리버풀은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않는 클럽치고는 2선 미드필더가 풍부하며 빅터 모제스(첼시) 영입을 앞두고 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같은 우승 후보 팀들은 2선이 포화됐다.
아스널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 카솔라를 대신해서 로시츠키와 램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으나 스쿼드의 무게감이 부족할 우려가 따른다. 카솔라가 2선 중앙에서 뛰지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 어쩌면 카솔라-외질이 2선에서 공존하는 새로운 플랜A가 등장할 수도 있다. 두 선수는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골고루 소화할 수 있다. 왼쪽 측면에는 제르비뉴가 AS로마로 이적했고 토마스 포돌스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카솔라와 외질 중에 누군가는 왼쪽 윙어를 담당해야 한다. 참고로 외질은 베르더 브레멘 시절에 왼쪽 윙어를 맡았다.
더구나 올 시즌이 끝나면 아르센 벵거 감독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벵거 감독은 계약 기간 연장을 위해 올 시즌 무관의 설움을 끝내야 한다. 어느 대회에서 팀을 우승 시킬지는 알 수 없으나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으로서 어느 정도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아스널의 외질 영입은 8시즌 연속 무관의 아쉬움에서 벗어나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야심이 있음을 상징하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과연 아스널이 외질을 데려오는데 성공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대로 이적시장을 마감하는 것은 곤란하다. 외질 같은 빅 사이닝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