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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류승우의 도르트문트 진출 포기는 옳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류승우의 도르트문트 진출 포기는 옳았다. 그보다는 선수 자신의 선택을 여론에서 존중해야 할 것이다. 류승우는 어린 나이에 유럽 빅 리그에 도전할 수도 있었으나 지금보다 '준비된 선수'가 되어 유럽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U-20 월드컵 8강 진출의 주역임에도 아직 프로 경험이 없는 대학생 출신 선수로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

 

현 시점에서 도르트문트의 일원이 되어도 짧은 시간 안에 유럽 빅 리그를 평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선 미드필더들이 보강된 도르트문트에서 프로 경험이 없는 유망주가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류승우의 선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릇'을 운운하는가 하면, 1년 전까지 도르트문트의 에이스였던 카가와 신지와 비교하고, '야망이 부족하다'고 류승우를 질타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물론 도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무모한 도전'은 어느 분야에서든 실패하기 쉽다. 도르트문트는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집단이며 팀에서 훌륭한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 위주로 중용될 수 밖에 없다. 류승우가 그 팀에 진출하면 오바메양-음키타리안-로이스 등과 경쟁해야 한다. 그가 도르트문트에 입단하는 것보다는 그 팀에서 얼마나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젊은 선수는 경기에 많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에 진출하는 젊은 선수라면 당연히 1군 경기에 많이 나와야 한다.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은 것은 그리 좋지 않다. 그 팀에서 축구 실력을 배운다고 할지라도 실전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경기를 뛸 수록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대처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르면서 동료 선수와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실전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그래서 류승우의 도르트문트 진출은 다소 위험한 느낌이 있었다. 유럽 명문 구단의 일원이 되었다고 축구 선수로서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 아님을 일부 축구팬이 깨달았으면 한다. 그런 팀에는 경기에 자주 못나오는 선수가 꽤 있다.

 

어떤 사람은 손흥민을 운운하며 류승우의 선택을 아쉬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손흥민과 류승우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유스 출신이며 류승우는 성인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손흥민이 지난 시즌까지 몸 담았던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중위권과 중하위권을 오가는 팀이며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우승권에 속한 빅 클럽이다. 만약 손흥민이 애초부터 유럽 빅 클럽에서 성장했다면 지금처럼 성공했을지 의문이다. 웬만한 빅 클럽은 즉시 전력감을 필요로 한다. 유망주가 붙박이 주전으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해외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치는 한국인 축구 영건이 몇 안되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특히 일본의 J리그와 J2리그에 진출하는 한국인 영건은 수십 명이나 한국 축구팬들에게 알려질 만큼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이는 몇 안된다. 석현준과 남태희도 한때는 유럽리그 활약으로 여론의 눈길을 끌었으나 지금은 중동에서 뛰고 있다. 중동 진출이 과연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중동은 K리그 클래식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증명됐다. 곽태휘와 이정수도 중동 진출 이후 경기력이 저하됐다. 해외 진출은 그 순간만 달콤할 뿐이다.

 

류승우는 국내에서 더 활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학팀에 더 몸담은 뒤 해외 진출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K리그 클래식 진출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되도록이면 내년부터 K리그 클래식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의 도르트문트 진출을 바랬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의견을 곱지 않게 바라보겠지만 K리그 클래식 경기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박주영-이청용-기성용-구자철-지동원 같은 유럽파들은 K리그(당시 명칭)에서 검증된 활약을 펼친 뒤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경험이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대중들의 눈길을 끄는 스타 플레이어가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K리그 클래식 팬들만 좋아하는 선수가 아닌 국민들이 알고 있는 선수를 말한다. 후자격에 속하는 선수가 더 등장해야 미디어에서 K리그 클래식을 비중 높게 보도하면서 항상 다루어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류승우가 K리그 클래식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 넣었으면 한다. 그의 K리그 클래식 진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