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이적시장의 최대어 중 한 명이었던 에딘손 카바니의 차기 행선지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결정됐다. 파리 생제르맹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바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카바니가 등번호 9번을 달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바니 이적료는 6300만 유로(약 924억 원)로 알려졌으며 얼마전 AS모나코로 떠났던 라다멜 팔카오 이적료(6000만 유로, 약 880억 원)보다 더 높다. 프랑스 리게 앙(리그1) 최고 이적료가 새롭게 경신되었다.
[사진=에딘손 카바니 영입을 공식 발표한 파리 생제르맹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psg.fr]
1. 파리 생제르맹, 첼시-맨체스터 시티를 이겼다
프랑스 리게 앙은 유럽의 빅 리그가 아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에 비해서 수준이 낮다. 파리 생제르맹도 불과 3년 전까지는 유럽 축구에서 딱히 눈에 띄는 클럽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 카타르 투자청에 구단 지분 70%가 인수되면서 엄청난 돈을 확보하게 됐다. 대형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유명 감독까지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고 지난 시즌에는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도르트문트에 가려졌으나' 8강 진출의 성과를 이루었다.
파리 생제르맹의 카바니 영입은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스카우트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부자 구단이자 그동안 이적시장 때마다 많은 돈을 투자했던 팀들이다. 그러나 두 구단은 나폴리(카바니 전 소속팀)를 만족시키는 이적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파리 생제르맹은 6300만 유로를 투자했다. 파리 생제르맹이 프리미어리그의 두 빅 클럽보다 자금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카바니 이적료는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44억 원. 2011년 1월 토레스)보다 더 높다.
2. 파리 생제르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하나?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프랑스 클럽은 없었다. (1992년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를 기준) 2003/04시즌에 AS모나코가 유일하게 결승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AS모나코는 순수한 프랑스 클럽이 아닌 모나코 공국의 축구 클럽이다. 프랑스 클럽들은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하게 좋은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파리 생제르맹이라면 우승을 넘볼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FC 바르셀로나전 두 경기 무승부를 봐도 말이다. 골 득실에서 상대 팀에 밀려 4강 진출이 좌절되었을 뿐 경기력은 유럽 정상권을 견줄만 하다. 기존 약점만 보완하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고 파리 생제르맹의 20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첼시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인수된 이후 유럽을 제패하기까지 9년의 세월이 걸렸듯이 파리 생제르맹도 언젠가 그 꿈을 이루는 날이 올지 모른다. 현 시점에서는 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잠재적인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가 나타났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블랑 감독의 지도력이다. 그의 전술과 선수단 장악, 임기응변 등이 팀 전력에 얼마나 효과를 불어 넣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될 것이다.
3. 카바니-즐라탄, 유럽 축구 최고의 투톱?
만약 즐라탄이 잔류한다고 가정하면, 파리 생제르맹은 유럽 축구 최고의 투톱을 보유한다. 지난 시즌 4-4-2를 활용한 것을 놓고 볼 때 카바니와 즐라탄의 투톱 배치가 가능하다. 감독이 바뀐 것이 변수이나 두 선수는 에이스 기질이 매우 강하다. 파리 생제르맹은 득점력이 뛰어난 두 골잡이의 존재감에 힘입어 성적 향상의 탄력을 받게 됐다. 즐라탄이 안 풀리면 카바니가 골을 해결할 수 있고, 카바니의 폼이 좋지 않을 때 즐라탄이 미친듯이 펄펄 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변수는 두 선수의 공존 여부다. 4-4-2는 한 명의 공격수(쉐도우)가 2선으로부터 볼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와 팀의 패스 루트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투톱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그러나 카바니와 즐라탄은 타겟맨 기질이 강하다. 무난한 연계 플레이와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는 개인기가 뛰어난 장점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짓는 경향이 강하다. 두 선수 중에 한 명이 팀의 전술 강화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그러나 카바니는 6300만 유로의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으며 즐라탄은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인물로 꼽힌다. 이름값은 유럽 최고의 투톱이나 실속은 아닐 수도 있다. 과연 성공적으로 공존할 것인가?
4. 카바니vs즐라탄vs팔카오, 인간계 최강 공격수들의 대결
지난 시즌 즐라탄이 리게 앙에서 득점왕(34경기 30골)을 달성하며 프랑스 무대를 평정했다. 2위 오바메양(19골, 생테티엔, 현 도르트문트)보다 무려 11골 앞섰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즐라탄의 독주가 아닌 '카바니vs즐라탄vs팔카오' 또는 '카바니vs팔카오'라는 인간계 최강 공격수들의 대결이 성사됐다. 인간계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하는 선수들끼리 프랑스 무대에서 득점왕을 다투게 됐다. 카바니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34경기 29골)이며 팔카오는 유로파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과 득점왕, 최우수 선수(MVP)를 휩쓸었던 경험이 있다. 프랑스 리게 앙을 지배하는 공격수가 누구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