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시즌까지 스위스 FC 바젤에서 활약했던 박주호가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로 전격 이적했다. FC 바젤과 마인츠가 한국 시간으로 17일 늦은 저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호의 이적을 발표한 것. 박주호는 마인츠와 옵션을 포함한 2년 계약을 맺었으며 이적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박주호는 일본 국가 대표팀에서 공격을 담당했던 오카자키 신지와 동료가 됐다. 오카자키도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슈투트가르트에서 마인츠로 옮겼다.
[사진=박주호 마인츠 이적을 발표한 FC 바젤 공식 홈페이지 (C) fcb.ch]
박주호가 마인츠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은 높다. 마인츠는 붙박이 왼쪽 풀백이 없으며 일부 자원이 최근에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까지 왼쪽 풀백으로 기용됐던 라도슬라프 자바브닉과 마르코 칼리주리는 각각 젠트하우젠과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로 이적했다. 올해 35세의 즈데넥 포스페흐는 왼쪽 풀백을 볼 수 있으나 지난 시즌에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았다.
그나마 주니어르 디아즈가 지난 시즌 왼쪽 풀백으로서 18경기 뛰었으나 시즌 중반에 접어들더니 부상 때문인지 결장이 잦아졌다. 볼을 다루는 솜씨도 딱히 좋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박주호가 바젤 시절의 경기력을 재현하면 마인츠 주전이 될 수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했던 경험이라면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 분데스리가>EPL 되나?
이러한 박주호의 이적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내 축구팬들이 분데스리가를 주목할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다가오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한국인 선수는 최소 3명이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며 챔피언스리그 맹활약을 벼르게 되었고 구자철은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갔다. 이제는 박주호까지 가세한 상황. 또 다른 한국인 선수들도 분데스리가에서 뛸 수도 있다. 지동원은 다수의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며 박주영은 단순 루머였으나 한때 함부르크 이적설이 제기됐다. 류승우는 도르트문트의 오퍼를 받은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그 중에 손흥민과 박주호는 각각 레버쿠젠과 마인츠의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이적료를 봐도 선발 출전 기회가 많을 것임에 분명하며 박주호는 팀의 왼쪽 풀백 약점을 해결할 옵션으로 꼽힌다. 국내 축구팬들은 앞으로 주말 저녁 또는 새벽에 분데스리가 경기를 시청하며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유럽 축구 중계권이 있는 방송사로서는 한국인 선수의 출전 여부가 민감하다. 현지 빅 매치보다 한국인 선수가 나서는 경기가 방송사에서 우선적으로 편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손흥민은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레버쿠젠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 보이면 미디어에서 그의 공격 포인트와 관련된 보도를 많이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분데스리가에 관심을 가지는 축구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을 것임에 틀림 없다. 또한 손흥민은 한국인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팀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한국인 선수 어느 누구도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손흥민이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호 경기도 손흥민 경기에 못지 않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출전 기회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 주전 경쟁에서 이기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분데스리가를 주목하는 축구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지에서는 디에구의 백업으로 거론되는 분위기이나 미드필더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경험과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의 활약상을 놓고 볼 때 다른 팀에서 입지를 튼튼히 다질 수도 있다. 현재 선덜랜드 훈련에 참가중인 지동원을 비롯하여 박주영과 류승우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공통점이 있다. 만약 분데스리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여론에 의해 공격 포인트로 주목을 끌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분데스리가의 거침없는 성장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은 것이 상징적이다.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컵까지 포함하여 트레블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진출 팀을 배출하지 못했던 프리미어리그와 대조적이다. 현재 분데스리가의 UEFA 리그 랭킹은 지난 시즌까지를 기준으로 3위(79.614점)이며 2위 프리미어리그(82.963점)를 바짝 따라잡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분데스리가(17.928점)가 프리미어리그(16.428점)보다 더 높았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한국에서 분데스리가 인기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던 유럽 축구 리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였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누빌 한국인 선수는 최소 2명. 그러나 기성용은 SNS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올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경기가 앞으로 국내에서 얼마나 관심을 끌게 될지 알 수 없다. 반면 김보경은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카디프 시티의 승격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누빌 기회가 주어진 것.
지동원과 박주영은 원 소속팀에 잔류하면 프리미어리그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팀 내 입지가 좋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선덜랜드와 아스널은 공격수를 영입했거나 보강을 추진중이다. 두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국내에서 프리미어리그 인기가 예전보다 시들할 조짐이다. 김보경 경기 이외에는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지성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가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것이 치명적이다. 만약 그가 잔류하면 챔피언십에서 뛰게 된다. 팀 동료 윤석영도 마찬가지. 볼턴의 이청용은 최근 이적설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루머에 그쳤다. 이청용에 대한 볼턴의 잔류 의지도 완강했다. 프리미어리그보다 분데스리가를 주목하는 한국 축구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