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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류승우 이적설, 도르트문트는 한국인을 원한다

 

16일 아침부터 축구팬들을 설레게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U-20 월드컵 8강 주역이었던 류승우(20, 중앙대)의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제기됐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가 한국 시간으로 16일 기사를 통해 도르트문트가 류승우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 키커의 보도는 신뢰성이 높은 편이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설이 제기되었을 당시 구체적인 이적료를 언급했던 언론사도 키커였다. 아직 도르트문트의 공식 발표는 없었으며, 류승우측이 도르트문트 이적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르트문트가 류승우에게 오퍼를 보낸 것은 맞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던 도르트문트는 올해 세 명의 한국인 선수에게 영입 관심을 나타냈거나 제의를 했다. 첫번째가 손흥민, 두번째가 지동원, 세번째가 류승우였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 보다는 레버쿠젠을 원하면서 노란색 유니폼을 입지 않게 되었고, 지동원은 원 소속팀 선덜랜드가 희망 이적료를 다소 높게 책정한데다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르트문트는 또 다른 한국인 선수인 류승우로 관심을 돌렸다.

 

도르트문트가 한국인 선수를 선호하는 까닭은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효과를 또 다시 거두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로 류승우 이적설을 제기한 키커는 도르트문트가 카가와를 35만 유로(약 5억 원)에 영입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카가와는 분데스리가에서 두 시즌 동안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공헌했던 일본 축구의 에이스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둥지를 틀면서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36억 원)를 기록했다. 도르트문트 재정에 도움이 됐다.

 

특히 위르겐 클롭 감독은 특출난 기량을 자랑하는 영건을 분데스리가 정상급 스타로 키우는데 일가견 있다. 카가와를 비롯하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마츠 훔멜스, 일카이 귄도간 등 여러 명의 도르트문트 출신 선수들이 클롭 감독에 의해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다. 손흥민과 지동원, 류승우의 나이는 20~22세로서 도르트문트의 눈에 띄기 쉽다. 세 명의 공통점은 2선 미드필더로 활용 가능한 자원이자 득점력까지 갖췄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많은 골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도르트문트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영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흥미롭다. 카가와 효과로 재미를 봤던 만큼 또 다른 일본인 영건을 데려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실패했던 한국인 선수가 없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과 지동원, 구자철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펼치며 한국인 선수의 가치를 높였다. 퓌르트 소속의 박정빈은 아직 19세 유망주이기 때문에 분데스리가 활약상에 대하여 성공과 실패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무리다. 퓌르트는 지난 시즌 꼴찌의 성적을 거두며 2부리그에 강등됐다.

 

반면 일본은 많은 선수들의 독일 진출 속에서 우사미 타카시(감바 오사카) 같은 실패 사례가 있었다. 호소가이 하지메(헤르타 베를린)는 레버쿠젠에서 자리잡지 못했고 오카자키 신지(마인츠)는 지난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로테이션 멤버로 밀렸다. 2011/12시즌에는 오츠 유키(VVV 벤로)가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 같은 성공 사례도 있으나 분데스리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일본인 선수들이 모두 순탄한 행보를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르트문트는 검증된 영건을 필요로 하는 과정에서 일본인보다는 한국인을 더 선호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도르트문트가 지동원과 류승우 같은 한국인 유망주를 영입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헨리크 음키타리안,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같은 2선 미드필더 자원을 보강하며 마리오 괴체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공백을 메웠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레반도프스키는 잔류하기로 한 상황. 지동원 또는 류승우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해도 많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다. 도르트문트행은 우승이 가능한 클럽에서 뛸 수 있는 매리트가 있으나 주전을 장담하기 힘든 불안 요소가 있다. 유망주는 경기를 많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

 

류승우 이적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도르트문트 이적이 결렬되거나 아니면 예상치 못한 반전에 의해 영입이 성사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학팀 선수가 유럽 빅 클럽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의 축구 유망주가 국제적인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류승우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