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지동원은 도르트문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도르트문트가 선덜랜드로부터 지동원 영입을 제의한 것은(현지 언론 소식이 사실이라면) 그가 분데스리가와 유럽 무대를 빛낼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잔류를 공헌한 경험이 있다. 자신의 기량이 분데스리가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같은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고 도르트문트까지 나섰다.
[사진=지동원 (C) 아우크스부르크 공식 페이스북(facebook.com/FCAugsburg)]
지동원의 도르트문트 이적은 어쩌면 실현 가능할지 모른다. 선덜랜드는 2011년 지동원 영입 당시의 이적료(200만 파운드, 약 34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원할 것이며, 도르트문트는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들에 비해서 선덜랜드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충족시킬 자금력이 있다. 다른 빅 클럽들에 비해 결코 자금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으나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마리오 괴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었다. 만약 도르트문트의 지동원 영입 의지가 확고하면 선덜랜드에 지불할 이적료가 과연 얼마일지 주목된다.
국내 여론에서는 지동원 도르트문트 이적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 상반기 선덜랜드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지동원이 과연 빅 클럽에서 살아남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선덜랜드보다 도르트문트가 더 좋은 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도르트문트에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동원이 도르트문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축구팬 반응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앞으로 브라질 월드컵까지 1년 남은 상황에서 소속팀 입지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활발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에 비해 백업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편. 위르겐 클롭 감독은 주전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성향이다. 만약 지동원이 도르트문트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 불규칙한 출전 기회와 시간에 의해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여전히 팀에 남아있고 도르트문트가 마리오 괴체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지동원을 즉시 전력감으로 인식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도르트문트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강화해야 주력 선수의 체력을 아끼고 팀이 한결같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를 비롯한 3개 대회에서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을 뛰어넘는 업적을 거두려면 주전급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트레블 스쿼드에서 괴체에 이어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도르트문트는 지금까지 불안 요소로 꼽혔던 체력 저하 우려, 적극성이 떨어지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개선해야 바이에른 뮌헨을 넘어설 내실을 키운다.
클롭 감독은 출중한 재능을 과시하는 영건을 육성하는데 능하다. 괴체와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하여 누리 사힌, 마츠 훔멜스, 스벤 벤더, 마르셀 슈멜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영건을 활용하며 분데스리가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일본인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발굴한 것이 놀랍다. 2010년 카가와 영입 당시 35만 유로(약 5억 2천만 원)를 투자했으나 2년 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났을 때 이적료가 1400만 파운드(약 244억 원)였다. 도르트문트 재정에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사례라면 지동원은 도르트문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클롭 감독은 이미 아시아 선수를 분데스리가 정상급 선수로 키웠던 경험이 있으며 젊은 선수 육성에 능하다. 도르트문트가 선덜랜드에게 지동원 영입을 제안한 것은(알려진 바로는) 클롭 감독이 지동원의 재능을 인정하며 그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전 경쟁이 변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입단 초기 루카스 바리오스(현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백업이었다. 아울러 지동원이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윙어를 골고루 소화하는 멀티 기질은 도르트문트 전력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작용한다.
아직까지 지동원 거취는 결정된 것이 없다. 도르트문트로 이적하거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기간이 연장되거나, 새로운 분데스리가 클럽에 안착할 수 있다. 선덜랜드에서 새로운 시즌을 보낼 확률이 결코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적으로 선덜랜드를 떠나는 것부터 중요하다. 프리미어리그보다는 분데스리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으며 분데스리가 여러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으며 독일 무대에서 인정 받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시즌 어느 팀에서 뛰느냐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며 브라질 월드컵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 팀이 도르트문트가 될지 아니면 다른 팀일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