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올해 여름 이적시장은 '역대급 이적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2/13시즌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AS모나코와 맨체스터 시티가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지출했다. 특히 AS모나코는 이적시장의 거물이었던 라다멜 팔카오와 계약하는데 6000만 유로(약 889억 원, 추정)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거물이었던 네이마르는 FC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틀면서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41억 원)를 기록했다. 벌써부터 빅 사이닝이 몇 차례 성사되면서 앞으로 남은 이적시장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흥미롭다.
이러한 이적시장 분위기는 예전보다 무언가 심화된 느낌이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부자 클럽까지 증가했다. '돈'이 소속팀의 경기력과 성적, 이미지를 바꾸어 놓고 있다. 중소 클럽이 빅 클럽으로 거듭나려면 거대 자본의 막강한 힘을 얻어야만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는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을 도입하며 일정 수준 적자 이상을 기록하는 팀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며 클럽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했다. 그러나 일부 빅 클럽은 스폰서 계약 등을 통해 회계 장부상 팀 수익을 늘리며 FFP룰 위반을 피했다.
[사진=에딘손 카바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이 같은 추세라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가 깨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기록중인 선수는 페르난도 토레스다. 2011년 1월 이적시장에서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71억 원)를 기록하고 소속팀을 리버풀에서 첼시로 바꿨다. 그 이후 토레스 이적료를 추월한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없었으며 4000만 파운드(약 697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올렸던 선수도 없었다. 토레스가 지난 두 시즌 반 동안 슬럼프에 빠지면서 먹튀로 전락했던 여파가 크다. 하지만 잉글랜드 바깥으로 시야를 넓히면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프리미어리그도 그 흐름을 탈 것이다.
어쩌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가 깨질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특히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나폴리에서 활약중인 에딘손 카바니 영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니는 2012/1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으로서 그동안 여러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제니트로부터 이적료 5500만 유로(약 813억 원)의 제안을 받았으나 나폴리가 반대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카바니와 계약하려면 5500만 유로보다 더 많은 돈을 나폴리에게 제시해야 한다. 두 팀의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경우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가 새롭게 경신될 확률이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첼시에게 카바니가 절실할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달리 팀에 믿음직한 원톱이 없다. 웨스트 브로미치에서 임대 복귀한 로멜루 루카쿠를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으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그보다 더 수준 높은 공격수를 원할 수 있다. 카바니는 역습을 활용하는 팀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실리적인 전술 성향과 일치하는 인물이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시절에 공격 지향적인 컬러로 바뀐 것이 변수이나 토레스-뎀바 바 보다는 카바니가 무리뉴 감독 전술에 적합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변수는 루카쿠의 거취다. 무리뉴 감독이 루카쿠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하면 굳이 카바니를 영입할 필요가 없다. 토레스-뎀바 바를 모두 포기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루카쿠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그를 '포스트 드록바'로 낙점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루카쿠가 카바니보다 앞서는 것은 프리미어리그 경험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쉽게 성공하기 힘들다. 세리에A 최고의 공격수였던 안드리 셉첸코(전 첼시)는 7년 전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3000만 파운드, 약 522억 원)를 기록했으나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공격수 실패작이 잦았던 첼시로서는 카바니의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첼시가 헐크(제니트)를 눈여겨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헐크는 지난해 여름 제니트로 둥지를 틀었다. 당시 이적료는 비공개였으나 4000만~6000만 유로(약 592억 원~약 888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부진, 제니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활약을 놓고 볼 때 토레스 이적료를 깨고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할지는 의문이다. 중앙 공격수 전환이 가능하나 4-3-3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섰을 때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성향으로서 첼시의 니즈를 충족시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니트를 떠날려면 많은 이적료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잠재적으로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새롭게 경신할 수도 있다. 28세의 나이와 각종 구설수, 정체된 득점력을 놓고 볼 때 토레스 기록을 넘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잉글랜드 출신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적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앤디 캐롤(웨스트햄)이 2011년 1월 뉴캐슬에서 리버풀로 소속팀을 바꿨을 당시의 이적료는 3500만 파운드(약 609억 원)로서 과하게 책정됐다. 루니의 스타성까지 고려하면 이적료가 폭등할 여지가 있다.
굳이 올해 여름은 아니더라도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는 언젠가 새롭게 바뀔 수 있다. 기존의 기록은 2009년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을 당시의 '세계 최고 이적료' 8000만 파운드(약 1392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호날두 이적료는 쉽게 깨지지 않겠으나 토레스 이적료 5000만 파운드라면 누군가 넘을 수도 있다. 과연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가 언제 깨질지, 금액이 어떨지, 그 주인공이 누구일지 계속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