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어떤 계기로 축구를 좋아하셨나요? 아마도 많은 분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스포츠 콘텐츠중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젊은 세대는 어떤 경로로 축구를 좋아했을까요? 저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유명 축구 선수의 개인기와 하이라이트를 담은 동영상을 즐겼던 젊은 축구팬이 많을 겁니다. 이들에게 좋아하는 선수를 물어보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빠짐없이 등장하죠. 두 축구 영웅의 동작 하나 하나가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케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축구팬들은 축구 묘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팬들에게 "프리스타일 축구가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잘 모른다"는 대답이 많을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프리스타일 축구가 생소했으니까요. 하지만 '우희용'하면 "어떤 스포츠인지 개념이 잡힌다"고 생각하시는 축구팬들이 있으실 겁니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축구 묘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포츠이며 우희용(Mr.Woo)님은 세계적인 축구 묘기의 달인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축구 동영상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우희용님의 묘기 동영상을 한 번이라도 보셨을 겁니다.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 북측 광장에서는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Red Bull street style) 2013, 한국 대표 선발전'(이하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이 진행됐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1:1 프리스타일 축구 토너먼트 대회로서 국내 최고의 프리스타일 축구 선수를 뽑습니다. 대회 우승자는 한국 대표 자격으로 오는 9월 18~19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질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2013 월드 파이널'에 출전합니다. 지난해 한국 대표 선발전 우승자였던 김태희 선수는 이탈리아 레체에서 개최됐던 월드 파이널에 참가했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결론부터 말하면 흥행 성공입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연고로 하는 K리그 클래식 FC서울이 전남과 경기를 치렀습니다. 2만 2,763명의 관중이 모였습니다. 프로야구 4개 구장 관중보다 더 많았죠.(잠실 경기는 2만 2,338명) 흔히 프로야구가 K리그 클래식보다 인기가 높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날은 서울의 관중이 프로야구보다 우세였습니다. 서울은 국내 프로 스포츠 중에서 유일하게 평균 관중 3만 명을 운집했던(2010년 정규리그) 국내 최정상급 인기 팀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서울 월드컵 경기장 북측광장은 많은 서울팬들이 몰리는 장소입니다. 서울의 마케팅 행사가 북측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죠. 전남전은 7시에 시작됐으나 실제로는 오후부터 인파가 늘어났습니다. 북측광장에서 개최되었던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죠. 젊은 축구팬이 절반 이상 이었을 것이며 기존 축구와 색다른 프리스타일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레드불 오프라인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볼때마다 세련된 느낌을 받습니다.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비롯하여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 이벤트 행사를 후원 및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레드불이 제격입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부스를 찾으셨던 분들이 줄을 지어 레드불을 받았습니다.
레드불이 증정되는 모습.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16강에 앞서 예선전이 펼쳐졌습니다. 오후 3시 40분부터 선수 5명씩 모여서 3분 동안 자신의 축구 묘기를 선보였으며 그 이후에는 1명이 1분 동안 볼을 다루었습니다. 전자는 특정 선수의 실력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차원이었다면 후자는 선수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임펙트 있는 활약을 펼치는지 확인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일부 선수는 우희용님을 포함한 심사위원 3인 앞에서 실력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인지 너무 긴장해서 실수했습니다. 어떤 선수는 화려한 동작으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장년의 아저씨가 선수로 참여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젊은 남자만 선수로 참가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누구나 도전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드디어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스타일, 창의성, 테크닉(또는 콘트롤)을 놓고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1:1 배틀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선수가 참가하면서 16강 진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선수들은 예선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은 1:1 방식으로 3분의 시간 동안 30초씩 번갈아가면서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제부터 우승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16강에서는 선수들의 멋진 퍼포먼스와 기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갖춘 선수라도 주어진 시간에 높은 기술을 완성시키지 못하거나 볼 컨트롤이 떨어지면 탈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실제로 16강에서는 동작이 어긋나거나 볼을 몸에서 놓치는 빈도가 많았던 선수들이 탈락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신의 몸으로 볼을 자유롭게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연습을 많이 하면서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는 선수는 우희용님처럼 멋진 축구 묘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6강에서 여러 경기를 봤지만...
그 중에서 첫번째 경기였던 권혁부 선수와 오근택 선수의 대결이 스릴 넘쳤습니다. 두 선수 모두 토너먼트에서 일찍 대결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치열한 경합 끝에 권혁부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보며 토너먼트에서 자신만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됐습니다.
8강에서는 선수들이 4강에 진출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다양한 동작과 현란한 발 솜씨, 부드러운 움직임은 기본이며 쇼맨쉽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에서 박진석 선수는 문도윤 선수 앞에서 묘기를 부리며 '프리스타일 축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며 도발을 취했습니다. 과감함이 넘치더군요. 재치 넘치는 도발이 있어야 스포츠가 재미있습니다. 축구에서 감독과 선수가 인터뷰로 상대 팀을 도발하며 사람들의 흥을 띄우는 것 처럼 말입니다.
이에 문도윤 선수는 안경을 벗으며 볼을 다룹니다. 양발을 주고 받아 볼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는 기술로 맞섰습니다. 볼을 바라보는 시야가 매서웠습니다. 실수하면 탈락이 유력한 만큼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승리욕이 대단했습니다.
문도윤 선수는 막판에 접어들자 안대를 착용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묘기를 부리겠다는 뜻이죠.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숙이면서 머리를 올렸습니다. 볼을 신체 뒷쪽에 고정시켜 자세를 유지하는 자신만의 고난이도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조금씩 걸으면서 버텨낸 끝에 4강에 진출했습니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집념에 박수를 보냅니다.
휴식 시간에는 태권도 시범을 하는 팀이 격파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하얀색 도복을 입은 여자 선수가 오른발을 높게 올리며 송판을 격파했습니다. 직접 보니까 대단하더군요.
3~4위전에서는 박준서 선수가 이겼습니다.
[동영상] 권혁부 선수와 이현욱 선수(파란색 반팔vs하얀색 반팔)의 결승전 경기 장면입니다. 두 선수 모두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우승 선수는 심사위원 3인의 합의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과연 우희용님은 어느 선수의 손을 위로 올릴까요?
권혁부 선수가 우승했습니다.
권혁부 선수는 동료 선수들의 '레드불 세례'를 받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카메라 촬영하는 분들도 바빠졌습니다. 권혁부 선수 촬영하느라 자리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우승의 기쁨을 즐기는 권혁부 선수.
이어서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권혁부 선수가 노란색 반팔로 갈아 입었네요. 레드불을 위로 올리며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멋있습니다. 레드불과 함께 최고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1~3위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습니다.
권혁부 선수는 오는 9월 18~19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질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2013 월드 파이널에 출전할 한국 선수가 됐습니다. 월드 파이널에서 패기 넘치는 활약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에 참가했던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에 현장을 찾아주셨던 많은 분들이 프리스타일 축구에 호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프리스타일 축구의 무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