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의 쐐기골이 아우크스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잔류를 확정짓게 했다.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후 10시 30분 임펄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종전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터뜨리며 3-1 승리를 공헌했다. 후반 30분 페널티 박스 왼쪽 안에서 라세 소비에흐를 따돌리고 왼발 슈팅을 날린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15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없이 잔류하게 됐다. 구자철은 후반 32분에 교체 투입하여 부상에서 복귀했다.
[사진=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등장한 지동원 (C)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bundesliga.de)]
지동원 5골, 아우크스부르크 잔류의 결정적 원인
이로써 지동원은 분데스리가 17경기에서 5골 기록했다. 분데스리가 겨울 휴식기 이후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확고했다. 5골의 기록이 적을수도 있으나 4-1-4-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다니엘 바이어와 얀 모라벡 사이의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바이어가 홀딩맨, 모라벡이 중원에서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지동원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볼을 배급하거나 수비에 가담하는 팀 플레이어였다. 5골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지동원의 5골은 의미가 있다. 그가 골 넣었던 4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가 모두 승리했다. 지난 2월 23일 호펜하임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는데 상대 팀은 16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승점 차이가 2점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지동원의 골이 팀을 이롭게 했다. 그 이후 지동원은 4월 13일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 2골(2-0 승), 4월 27일 슈투트가르트전에서 1골(3-0 승), 5월 18일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1골(3-1 승) 작렬하며 팀 승리를 공헌했다. 그의 5골은 아우크스부르크 잔류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는 올 시즌 전반기 행보와 대조적이다. 원 소속팀 선덜랜드에서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것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만회했다. 파워와 스피드가 강조되는 프리미어리그보다는 끈질긴 팀워크가 요구되는 분데스리가 스타일에 어울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몸싸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분데스리가에서는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며 팀의 수비에 힘을 실어줬다. 선덜랜드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재능을 아우크스부르크와 분데스리가에서 꽃피웠다.
지동원, 구자철에 이은 '임대의 전설'
이러한 지동원의 활약상은 지난 시즌의 구자철과 흡사하다. 구자철은 지난해 1월 이적시장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면서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2011/12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함부르크전에서 이날 결승골(1-0 승) 및 자신의 시즌 5호골을 터뜨렸고 아우크스부르크는 14위로 시즌을 마쳤다. 구자철의 5골도 아우크스부르크 잔류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득점력에도 눈을 뜨게 됐다.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는 공격수를 포함하여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으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제주 시절의 경기력을 완전히 되찾았고 올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에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 잔류를 공헌했다면 올 시즌에는 지동원이었다. 구자철과 더불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끈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원 소속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으나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유럽 무대를 뜨겁게 빛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러한 활약에 최근에는 제3의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다. 구자철은 마인츠, 지동원은 프라이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 이적설이 나돌았다.
지동원과 구자철의 또 다른 공통점은 원 소속팀의 감독에게 자신의 역량을 인정 받지 못했다. 정확히는 펠릭스 마가트 전 볼프스부르크 감독과 마틴 오닐 전 선덜랜드 감독이 '지구 특공대 사용법'을 몰랐다. 마가트 전 감독은 구자철을 좌우 윙어,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로 번갈아 활용하면서 공격수까지 도맡게 했고 일정한 출전 시간까지 부여하지 않았다. 구자철의 폼이 좋지 않았던 이유. 오닐 전 감독은 지동원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러나 마가트-오닐 전 감독은 두 명의 한국인 선수를 떠나보낸 이후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팀 공격에 신선한 힘을 보태줄 한국인 영건을 꾸준히 믿고 기용했다면 팀 성적이 좋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동원과 구자철에게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가 유럽 롱런을 위한 전환점이 됐다.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 완전히 적응했고 지동원은 자신의 재능이 유럽 빅 리그에서 통했음을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아울러 지동원은 구자철에 이어 또 다른 '임대의 전설'로 탄생했다. 구자철은 지난 시즌, 지동원은 올 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잔류의 일등공신이 됐다. 두 선수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지구 특공대는 해체에 무게감이 실린다.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임대 기간이 만료된 것. 아우크스부르크는 재정적 여건상 두 명의 한국인 선수를 완전 영입하는데 힘겨움을 느낄 것이다. 특히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 영입을 원했던 마인츠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구자철을 다음 시즌 팀 전력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구자철을 영입하려면 적잖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또 다시 재임대를 요청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다만, 지동원은 얼마전 선덜랜드의 사령탑이 바뀌면서 앞날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아우크스부르크에게 기회다. 두 선수의 다음 시즌 소속팀이 어디일지 앞으로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