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되면서 박지성 거취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미국리그 이적설과 카디프 시티 임대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몇몇 언론에서는 K리그 클래식 진출을 바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면 K리그 클래식 인기가 크게 치솟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2005년의 '박주영 효과' 같은 구름 관중 운집이 예상된다.
하지만 박지성이 유럽에 남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빅 매치에 강했던 면모라면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팀을 위해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도 강점. 올 시즌 QPR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냈으나 현 소속팀의 강등은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QPR로서도 재정 관리를 위해 고액연봉자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박지성의 이적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박지성이 잉글랜드의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뛰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특히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는 한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나마 박주호(FC 바젤)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CFR 클루지전에 나섰으나 팀의 패배로 32강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가 없다면 국내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지성이 유럽 잔류를 희망하면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디디에 드록바가 챔피언스리그를 열망하며 중국리그를 떠나 터키의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한 것 처럼 말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박지성의 부활을 기대하는 관점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보고 싶다. 무엇보다 분데스리가의 오름세가 놀랍다.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동반 진출한 것. UEFA 리그 랭킹 3위를 기록중이나 2위에 속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따라잡는 분위기다. 박지성의 분데스리가 진출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박지성이 축구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졌다. 분데스리가의 비약적인 성장을 현장에서 익히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해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기술, 프리미어리그가 스피드와 체력이 요구되는 리그라면 분데스리가는 조직력이 빼어나다. 각 팀마다 자국 선수가 즐비한 특성상 팀의 결속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박지성은 팀 플레이에 충실한 선수로서 분데스리가에 통할 가치가 있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도 아래 전방 압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마르코 로이스, 쿠바 같은 2선 미드필더들에게(마리오 괴체 논외) 수비력이 강조된다.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괴체의 이적 공백을 이겨내고 바이에른 뮌헨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만큼 수비력이 검증된 2선 미드필더를 보강할 여지가 있다. 박지성의 수비력은 이미 유럽 무대에서 검증됐다. 도르트문트는 현재 몇몇 주축 선수와 작별할 분위기이며 영건 육성만으로는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박지성 같은 빅 매치 경험이 많은 선수의 역량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클롭 감독은 한국인 선수가 낯설지 않다. 마인츠 사령탑 시절에 차두리(FC서울), 도르트문트 감독 초기에 이영표(벤쿠버)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일본 J리그 출신의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로 육성했을 만큼 동양인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을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손흥민(함부르크)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는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손흥민이 올 시즌 종료 후 함부르크와 재계약하지 않고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으로 떠나면 도르트문트행이 유력하다. 어쩌면 박지성과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서 뭉친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도르트문트가 박지성을 원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박지성의 도르트문트 이적설은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지성의 도르트문트 이적은 유럽 무대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다.(박지성이 도르트문트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고 이해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