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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있음에' QPR, 거침없는 2연승

 

'산소탱크' 박지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의 2연승을 공헌했다.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 0시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선덜랜드전에 풀타임 출전하여 팀의 3-1 승리를 공헌했다. 스테판 음비아와 중앙 미드필더를 형성하며 빼어난 수비력과 안정적인 공격 조율을 과시하며 3월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QPR은 전반 20분 스티븐 플래처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전반 30분 로익 레미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후반 25분 앤드로스 타운젠드, 후반 30분 저메인 지나스 득점에 의해 3-1로 이기면서 프리미어리그 4승을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19위 레딩과 승점 23점 동률을 나타냈으며(득점에서 11골 열세로 꼴찌) 17위 애스턴 빌라와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좁혔다. 오는 17일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이길 경우 꼴찌에서 벗어난다.

QPR의 선덜랜드전 3골, 골 가뭄 해소했다

QPR은 선덜랜드전에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처음으로 3골 넣었다. 이전 28경기에서 0골-1골-2골을 반복하며 다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없었으나 선덜랜드전은 달랐다. 더욱이 선덜랜드전은 역전승을 일구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대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동점골을 넣기까지 원활하지 못한 공격 전개를 거듭했거나 또는 동점골을 얻는 타이밍이 길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플래처에게 골을 허용한지 10분 뒤에 레미가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0-1 열세를 만회할 시간을 줄이며 공격에 조급함을 느낄 필요 없었다.

특히 레미의 부상 복귀가 반가웠다. 레미는 지난 3일 사우스햄프턴전에 이어 선덜랜드전에서도 골을 넣으며 QPR 2연승을 이끌었다. 이번 선덜랜드전에서는 전반 30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타운젠드가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슈팅을 시도한 볼이 상대팀 선수의 몸을 맞고 굴절된 것을 레미가 근처에서 받아내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대형 선수 답게 QPR 선수 중에서 골 결정력이 가장 뛰어난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 QPR이 레미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2연승이 힘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후반 25분에는 타운젠드의 역전골이 터졌다. 선덜랜드 선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상대팀 진영 중앙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냈고, 왼발로 높게 차올린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최고의 골로 선정될 만한 득점이었다. 지나스의 후반 45분 추가골도 인상 깊었다. 양팀 선수들의 문전 혼전 속에서 볼이 박스 바깥으로 향했고, 근처에서 접근했던 지나스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타운젠드와 지나스는 QPR 유니폼을 입은 이후 첫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기여했다.

박지성-음비아, QPR 2연승 주역

QPR은 선덜랜드전에서 4-4-2로 전환했다. 레드냅 감독이 본래 투톱을 선호하는 요인도 있지만, 팀의 득점력 강화를 위해 공격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렸다. 레미 한 명에 의존하는 득점력으로는 상대 수비에 견제당할 위험이 있는 만큼 레미-자모라 투톱을 가동하게 됐다.

하지만 4-4-2는 4-2-3-1, 4-1-4-1 같은 4선 포메이션에 비해 중원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가 1명 적은 단점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의 경기 운영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좌우되는 것. 만약 중앙 미드필더의 활약이 좋지 않으면 미드필더 장악에 실패하면서 공격진이 고립될 수 있으며 포백 보호까지 엉성하게 된다. QPR과 선덜랜드는 함께 4-4-2를 활용했으며 박지성-음비아, 은디아예-라르손으로 짜인 양팀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활약상이 승부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결과는 박지성-음비아 조합의 승리. 두 선수의 공수 밸런스 조절이 안정적이었다. 박지성이 앞쪽 공간으로 올라가면 음비아가 뒷쪽에서 활동했으며, 박지성이 내려가면 음비아가 올라가면서 수비시 커버 플레이를 펼치거나 공격을 조율했다. 볼 터치 횟수도 상대팀 중앙 미드필더들보다 많았다. 음비아와 박지성은 각각 67회, 54회를 기록했으며 선덜랜드의 라르손과 은디아예(후반 32분 교체)는 각각 50회, 42회를 기록했다. 양팀 점유율이 50-50(%)였음을 고려할 때 QPR 중앙 미드필더들이 볼을 따내는 경우가 많았으며 공격을 펼칠 기회까지 넉넉했다. 선덜랜드와의 미드필더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

박지성과 음비아는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졌다. 박지성은 박스 투 박스와 앵커맨 역할이 혼합된 모습이었다.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수 양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 것. 볼이 없는 상황에서는 커버 플레이를 펼치며 선덜랜드 공격 길목을 차단하려 했다. 공격 상황에서는 과감한 패스들이 많았으며 정확도도 나쁘지 않았다.(79%, 팀 내 5위) 음비아는 홀딩맨으로서 팀 내 태클 1위(9개) 인터셉트 1위(3개)를 기록하며 선덜랜드 공격을 부지런히 차단했다. 수비만 전념한 것도 아니었다. 패스 2위(45개) 패스 성공률 2위(82%)를 기록하며 정확한 패스를 끊임없이 공급했다.

특히 박지성이 최근 2경기에서 선발로 가세하면서 QPR이 꼴찌팀 답지 않게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팀이 전체적으로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의욕적으로 변했으며 잔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기존의 음비아-데리 조합은 서로 활동 반경이 겹치는 단점이 있었으나 박지성-음비아 조합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두 선수는 선덜랜드전에서 골을 넣지 않았으나 경기 내용 위주의 관점에서는 팀 2연승의 주역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타랍의 18인 엔트리 제외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타랍의 정확한 명단 제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QPR이 이겼던 최근 두 경기에서 단 1초라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음을 뜻한다. 오로지 개인 플레이에 치중했던 타랍의 결장은 오히려 QPR 경기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경우, 타랍의 주전 재도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