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서 활약중인 박지성이 지난 27일 챔피언십(2부리그)에 소속된 왓포드와의 리저브 매치에 나섰다. 리저브 매치는 한국으로치면 2군 경기에 해당한다. 물론 박지성이 2군으로 강등된 것은 아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결장에 따른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리저브 매치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3경기 연속 뛰지 못했을 뿐 18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여전히 1군 전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성의 리저브 매치 출전은 안타까움이 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떠나 QPR로 이적한 것은 꾸준한 선발 출전을 위해서였다. 시즌 전반기에는 QPR 주장을 맡기도 했다. 맨유에서 7시즌 동안 205경기에 뛰면서 화려한 나날을 보냈던 과거를 떠올리면 리저브 매치 출전은 전혀 믿기지 않는다. 시즌 중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해리 레드냅 감독의 외면을 받으면서 주장 박탈, 맨체스터 시티전 후반 44분 교체 투입 및 3연속 결장이라는 안좋은 일을 겪었고 이제는 리저브 매치에 나와야 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다른 관점에서는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을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완전히 포기했다면 리저브 매치마저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냅 감독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선호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QPR은 강등권 탈출을 위해 앞으로 남은 11경기에서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 시켜야 한다. 그 플랜에 박지성이 빠져 있거나 또는 비중이 축소됐다. 그의 3경기 연속 결장을 봐도 레드냅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주전 탈락의 이유가 실력 저하 때문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타랍-마키-지나스-타운젠드-데리가 박지성보다 더 나은 선수란 말인가?
지금까지 QPR 강등은 많은 축구팬들이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허나 QPR은 27경기에서 2승11무14패에 그쳤으며 승점은 17점에 불과하다. 18위와 19위를 기록중인 애스턴 빌라(24점) 레딩(23점)은 5승씩을 챙겼다. QPR이 남은 11경기에서 분발해도 강등권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애스턴 빌라와 레딩도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노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QPR의 올 시즌 27경기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할 자격이 의심스러웠다. 지금까지 하나의 팀으로 뭉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 플레이에 충실한 박지성이 벤치를 지키거나 리저브 매치에 뛰는 것이 QPR의 현실을 말해준다. 최근에는 로익 레미가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혼자의 힘으로 팀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기에는 벅차다. 2선의 지원이 튼튼하지 않으면 공격수는 고립되기 쉽다. 박지성과 윤석영이 남은 11경기에 선발 투입해도 QPR의 강등권 탈출을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박지성이 다음 시즌 윤석영과 함께 챔피언십에서 뛰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보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윤석영의 경우 프리미어리그보다 경기 횟수가 많은 챔피언십에서 유럽 적응력을 키울 이점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박지성에게 챔피언십은 어울리지 않는다. PSV 에인트호번과 맨유 시절 유럽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며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세계에 널리 알렸던 경험이 있다. 이전 소속팀 활약상이 과거의 업적이라 할지라도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의 영웅이자 아시아 최고의 축구 스타로 주목을 끌었던 이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박지성은 QPR과 2년 계약을 맺었다. 소속팀 강등시 다음 시즌 잔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는 이적 조항 삽입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것. 계약 조건상 올 시즌 종료 후 이적할 수 있다면 소속팀을 떠나야 한다. 2부리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이롭지 않다.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 명예 회복을 벼를지라도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다는 보장은 없다.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선택을 받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은 언젠가 은퇴할 것이다. 앞으로 현역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시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PR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 레드냅 감독이 챔피언십 강등 이후 QPR에 남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재기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가치를 인정받을 팀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