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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이에른 뮌헨, 챔스 우승에 도전하다

 

바이에른 뮌헨이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스널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토니 크루스, 토마스 뮐러, 마리오 만주키치의 골에 힘입어 적지에서 값진 승리를 올린 것. 2차전에서 크게 패하지 않을 경우 무난히 8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원정 다득점이 적용되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특성을 놓고 볼 때 아스널 원정에서 3골 넣은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다. 8강 진출 확률이 높아졌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에게 아스널 원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번 경기를 제외한 역대 잉글랜드 원정에서 15전 2승7무6패에 그쳤다. 가장 최근이었던 2009/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2011/12시즌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는 패했다. 상대팀 아스널이 1차전 홈 경기를 이겨야 하는 입장이었던 것도 부담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안방 경기에 강하다는 것을 아스널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16강 2차전은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가 예상되나 이번 1차전 만큼은 아스널 홈 텃새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바이에른 뮌헨, 아스널 원정 승리 요인은?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전반 7분 크루스, 전반 21분 뮐러 골에 의해 2-0으로 앞섰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면서 아스널 선수들의 사기를 꺾었고 14분 뒤 뮐러가 골을 뽑아내면서 경기 흐름을 압도했다. 특히 크루스의 골은 아스널의 약점을 파고든 장면이었다. 아스널 진영 중앙에서 뮐러가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지은 것. 뮐러를 마크하는 아스널 선수가 없었던 것이 결정적인 득점 요인이 됐다. 전문 왼쪽 풀백이 없는 아스널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아스널은 왼쪽 측면 뒷 공간이 불안했다. 얼마전 영입했던 몬레알이 규정상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뛸 수 없는 상태였고(시즌 전반기 말라가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출전), 깁스는 부상, 산투스는 그레미우로 임대되면서 왼쪽 풀백이 없다. 센터백 베르마엘렌을 왼쪽 풀백으로 전환했으나 바이에른 뮌헨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르마엘렌은 공격에서도 딱히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이는 왼쪽 윙어 포돌스키의 부진을 부추겼다. 포돌스키는 후반 10분 만회골을 넣기 이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반 중반에 교체된 것도 이 때문.

바이에른 뮌헨은 아스널 왼쪽 풀백을 공략하기 위해 오른쪽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올 시즌 폼이 떨어진 로번을 대신해서 뮐러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으며 오른쪽 풀백 필립 람의 오버래핑을 늘렸다. 전략은 적중했다. 뮐러는 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볼을 띄우며 크루스 선제골을 도왔고, 전반 21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직접 골을 터뜨리며 1골 1도움 기록했다. 이날 12.336Km를 뛰며 양팀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활동량이 많았다.(1위는 슈바인슈타이거, 12.799Km) 필립 람은 착실한 움직임과 빠른 순발력, 끈질긴 수비를 과시하며 포돌스키를 봉쇄했다. 후반 32분에는 낮은 크로스로 만주키치의 추가골을 도왔다.

수비력도 아스널보다 더 강했다. 포백과 미드필더진이 짜임새 넘치는 압박을 펼치면서 월컷을 원톱으로 올렸던 아스널 공격을 막아냈다.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게 된 단테, 마르티네스의 흔들림 없는 수비력이 돋보였다. 특히 마르티네스는 판 부이텐과 더불어 팀 내 인터셉트 공동 1위(6개)를 기록하며 부지런히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뮐러는 팀 내 태클 1위(6개)에 올랐다.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기량을 과시한 것.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10분 아스널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포돌스키에게 실점했다. 세트 피스시의 수비 집중력을 길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시즌 준우승' 바이에른 뮌헨,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할까?

바이에른 뮌헨은 아스널 원정 승리를 통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을 알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던 아픔을 이겨낼지 주목되는 올 시즌이다.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다른 빅 클럽들의 우승 가능성도 존재하나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 준우승 스쿼드에 걸출한 이적생들(단테, 마르티네스, 샤키리, 만주키치)을 포함하면서 전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이미 분데스리가에서는 독주 체제를 형성했고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는 F조 1위로 통과했다.

챔피언스리그는 16강부터 토너먼트로 운영된다. 토너먼트는 수비력이 강한 팀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7경기에서 8실점했다. 32강 2차전 바테 보리소프 원정에서 1-3으로 패한 것이 옥의 티였다. 하지만 그 이후 5경기에서는 4실점에 그쳤다. 1경기당 2실점 이상 헌납하지 않았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이보다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22경기에서 7실점만 허용한 것. 유럽 3대리그 클럽 중에서 가장 실점이 적다. 그 기세를 향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이어갈 경우 강팀들의 공세를 이겨낼 자신감이 충만하다.

지난 시즌까지의 바이에른 뮌헨 공격력은 '로베리(로번-리베리)'의 강력한 측면, 고메스의 묵직한 힘과 탁월한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라졌다. 뮐러와 샤키리가 측면에서 두각을 떨치면서 로베리가 붙박이 주전을 안심할 수 없게 되었고(로번은 주전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고메스는 만주키치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아무리 에이스라도 주전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바이에른 뮌헨이 더욱 무서운 것은 아직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09, 2010/11시즌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세계 최정상급 명장. 하인케스 감독을 대신하여 다음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을 맡는다. 독일 최고 명문 클럽의 유럽 제패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바이에른 뮌헨이 그 이전에 빅 이어를 들어올릴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