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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FA컵 탈락' 아스널 위기는 계속되나?

 

아스널은 지난 17일 FA컵 16강 블랙번전에서 0-1 패배로 탈락했다. 슈팅 26-5(유효 슈팅 5-2, 개) 점유율 54-46(%)의 우세와 달리 후반 27분 콜린 카림-리차즈에게 결승골을 허용한 것. 그것도 안방에서 챔피언십(2부리그) 클럽에게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경기 종료 후 홈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을만 했다.

현실적으로 아스널은 올 시즌에도 우승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5위를 기록하며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가 21점으로 벌어졌으며, 캐피털 원 컵과 FA컵에서는 탈락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는 우승 경험이 없다. 오는 20일과 다음달 14일에 펼쳐질 16강에서는 우승 후보 바이에른 뮌헨과 격돌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경우 8시즌 연속 무관이 확정된다.

바이에른 뮌헨전 고민은 나초 몬레알 공백이다. 몬레알은 시즌 전반기 말라가 소속으로 32강 조별리그 2경기에 출전하고 아스널로 이적하면서 대회 규정상 올 시즌 잔여 경기까지 챔피언스리그에 나올 수 없다. 문제는 몬레알을 대신해서 바이에른 뮌헨전에 나설 왼쪽 풀백이 마땅치 않다. 키어런 깁스는 거의 3주째 부상으로 신음중이며 안드레 산투스는 얼마전 그레미우로 임대됐다. 주장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왼쪽 풀백 전환이 가능하나 아르연 로번을 봉쇄할 만큼 안정적인 측면 수비를 자랑할지 알 수 없다. 왼쪽 풀백을 맡을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

만약 바이에른 뮌헨에게 덜미를 잡힐 경우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의 치욕을 겪게 된다. 8시즌 연속 무관에 이은 또 하나의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과 맞물려 아르센 벵거 감독 경질론이 끊임없이 불거질 전망이다. 벵거 감독은 2000년대 후반부터 경질설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았다. 아스널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이룩한 주인공으로서 앞으로 변함없이 감독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듭된 정체에 빠진 팀 성적을 놓고 볼 때 장기 집권의 명분이 점점 약해져 간다.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빅4 수성에 실패하면 벵거 감독은 궁지에 몰릴 것이다. 라파엘 베니테즈 첼시 감독이 3년 전 리버풀의 빅4 탈락으로 경질되었듯 벵거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감독직을 유지해도 팬들과의 신뢰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는 시나리오를 우려해야 할 처지. 4위 토트넘의 승점은 48점, 5위 아스널은 44점이다. 토트넘이 내림세에 빠지지 않는 전제에서 아스널의 빅4 탈락은 곧 토트넘의 빅4 도약을 의미한다. 만약 현실화 될 경우 벵거 감독을 향한 아스널 팬들의 원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아스널의 빅4 잔류 본능은 강했다. 2008/09시즌 후반기 6위까지 떨어졌던 성적이 '아르샤빈 효과'에 힘입어 4위로 시즌을 마쳤고, 지난 시즌에는 4위권 바깥을 맴돌았던 침체속에서 거듭된 '판 페르시 원맨쇼'에 의해 3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이적시장에서 과거의 안드리 아르샤빈처럼 팀 공격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 넣을 이적생을 보강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로빈 판 페르시(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많은 경기에서 미쳐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1월 이적시장에서 걸출한 공격 옵션을 영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왼쪽 풀백 몬레알 영입이 나쁜 선택은 아니었으나, 공격쪽에서 또 한 명의 핵심 자원을 수혈했다면 기존 선수들이 자극을 받으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시오 월컷과 재계약을 맺은 것이 위안이었다.

아스널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챔피언스리그 선전, 프리미어리그 4위권 진입 같은 뚜렷한 성적을 내도록 선수단이 합심해야 한다. 과정도 중요하나 결과가 좋지 못하면 루저가 되는 것이 축구의 세계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매 시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강팀의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8시즌 연속 무관에 빠진 아스널에 필요한 면모. 이제 시즌 종료까지 3분의 1이 남았다.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스널의 반전은 과연 이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