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 함부르크)을 향한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첼시와 아스널, 토트넘, 리버풀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것. 최근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2연패를 자랑하는 도르트문트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9일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2골 넣으며 함부르크의 4-1 대승을 이끈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함부르크와의 재계약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계약 기간이 연장되면 이적설이 가라앉겠지만 자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빅 클럽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상당수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범위에 있는 클럽들이다. 어쩌면 함부르크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이 손흥민 거취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꾸준한 선발 출전을 위해 함부르크에 잔류할 수 있으나 만약 소속팀을 떠난다고 가정할 경우 과연 어느 클럽으로 이적할 것인가?(참고로 모든 스탯은 2월 15일 기준이다.)
1. 첼시
첼시가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다. 원톱으로서 뎀바 바-토레스, 2선 미드필더로서 아자르-오스카-마타-모제스-마린-베나윤이 버티고 있으며 하미레스까지 가세할 수 있다. 그 중에 마린은 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했으나 올 시즌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복귀 이후 일정한 출전 기회 조차 얻지 못한 것. 2011/12시즌 아스널에서 결장을 거듭했던 박주영(셀타 비고 임대)을 떠올리면 손흥민의 빅 클럽 이적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다음 시즌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맹활약을 위해 소속팀에서 풍부한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첼시가 다음 시즌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아자르-오스카-마타로 짜인 2선 미드필더 라인에 의존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 중 하나는 아자르-오스카-마타가 많은 경기를 뛰면서 과부하에 빠지고 말았다. 세 선수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공격 옵션의 활용을 통해 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토레스 잔류 여부도 변수. 다음 시즌 토레스와 뎀바 바가 원톱 경쟁을 펼칠 경우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지 의문이다. 어쨌든 손흥민이 블루스의 주축 선수가 되려면 첼시의 기존 공격 옵션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2. 아스널
아스널은 오랫동안 유망주 영입에 공들였다. 최근에는 20대 중반과 후반에 속한 이적생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나 다른 팀 유망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올 시즌에는 포돌스키가 팀의 9번 저주를 깰 듯한 활약을 펼치면서 분데스리가 출신 선수 영입을 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함부르크와 분데스리가의 샛별로 떠오른 손흥민에 흥미를 느낄만 하다.
그러나 아스널은 지루를 원톱, 포돌스키-카솔라-월컷을 2선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체제가 완성된 분위기다. 비록 지루가 판 페르시를 완벽히 대체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35경기 14골 9도움의 기록을 놓고 볼 때 북런던에서 철저히 실패하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누군가의 이탈이 없을 경우 다음 시즌에도 4명이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변수는 아스널의 빅4 탈락 여부다. 올 시즌 내내 4위권 바깥에 머물렀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손흥민이 아스널 이적을 원할지 의문이다.
3. 토트넘
손흥민은 첼시-아스널과 달리 토트넘에서는 중앙 공격수로서 경쟁력이 있다. 베일-레넌 같은 좌우 윙어들의 팀 내 입지가 확고한 상황. 반면 최전방은 달랐다. 디포의 기복, 아데바요르의 부진이 문제였다. 올 시즌 성적을 떠나 걸출한 골잡이 영입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1월 이적시장에서 '런던 올림픽 득점왕' 다미앙(인터나시오날) 스카우트에 실패했던 전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인터나시오날을 만족시킬만한 이적료를 지불하지 못한 것. 반면 손흥민은 지난 2년간 유럽 대항전과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대회에서 두각을 떨쳤던 경험이 없다. 2년 전 아시안컵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백업 멤버였다. 특급 공격수들에 비해 이적료가 비싸지 않을 것이다. 토트넘이 관심을 가질만 하다. 다만, 손흥민을 비롯한 또 다른 공격수를 눈여겨 볼 수도 있다.
4. 리버풀
리버풀이 손흥민 영입을 원하고 있다면 두 가지 목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첫째는 스터리지와 수아레스의 경쟁자 내지는 수아레스의 대체자 개념이다. 리버풀은 스터리지-수아레스를 제외하면 마땅히 내세울 중앙 공격수가 없다. 웨스트햄으로 임대보낸 캐롤을 원치 않을 경우 새로운 공격수를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수아레스의 거취가 화두로 떠올랐다.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같은 빅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아레스가 안필드를 떠나는 시나리오는 리버풀이 원치 않겠지만 거듭된 성적 부진이 문제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전망이 어둡다.
두번째는 로저스 감독이 스위칭 전술을 선호하는 특성이다. 수아레스와 스터리지는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소화할 수 있다. 다음 시즌 손흥민이 가세할 경우 세 선수의 스위칭을 활용한 공격 전개를 팀 전술의 근간으로 삼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리버풀이 손흥민을 윙 포워드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리버풀에는 그동안 측면에서 철저히 실패했거나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윙어가 즐비했다. 네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가 유력한 팀 성적도 단점으로 꼽힌다.
5. 도르트문트
손흥민의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불거진 배경은 레반도프스키의 거취였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팀으로 떠날 경우 도르트문트는 그를 대체할 선수를 보강해야 한다. 다미앙, 제코(맨체스터 시티) 디우프(하노버)와 더불어 손흥민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도르트문트가 함부르크보다 더 좋은 클럽인 것은 사실. 그러나 함부르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팀의 주축 선수를 분데스리가내 다른 팀에 보내는 것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도르트문트가 손흥민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함부르크가 손흥민을 도르트문트에 넘길 이유는 없다. 또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