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8)의 차기 행선지가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로 결정됐다. 1월 이적시장 마지막 날 프랑스 리게 앙(리그1) 진출이 최종 확정된 것. 올해 6월 30일까지 PSG 선수로 뛰게 되었으며 자신의 5개월 급여를 어린이를 위한 자선사업에 기부하기로 밝혀 화제를 모았다.
베컴의 파리 생제르맹 입단이 의외인 이유
베컴은 지난해 12월 미국 LA 갤럭시와의 계약이 종료된 뒤 잉글랜드, 이탈리아, 중국,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8세의 나이를 놓고 볼 때 유럽이 아닌 곳에서 현역 선수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은퇴설도 부인했다.
그의 선택은 의외로 파리 생제르맹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카타르 자본에 인수된 이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하비에르 파스토레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유럽 축구의 새로운 부자 클럽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리게 앙 1위를 기록중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1위로 통과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번달에 펼쳐질 16강에서는 발렌시아와 맞붙을 예정. 파리 생제르맹의 쟁쟁한 스쿼드를 놓고 볼 때 붙박이 주전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지만, 전력이 강한 팀을 새로운 소속팀으로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
어쩌면 베컴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의식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를 열망했던 과거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2009년 10월 15일 벨라루스전 이후 3년 넘게 A매치에 뛰지 못했으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선수가 아닌 전력분석관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해 여름 조국에서 개최된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 단일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대표팀에 대한 한이 깊을 수 밖에 없다.
베컴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해 파리 생제르맹 같은 경쟁력 강한 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39세로서 테오 월컷(아스널) 애런 레넌(토트넘) 같은 기동력이 뛰어난 젊은 오른쪽 윙어와의 경쟁에서 이길지 확신하기 어렵다.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해도 체력이 버텨줄지 의문.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유럽의 강팀에서 자신의 클래스가 살아있음을 유감없이 과시해야 한다.
베컴의 대표팀 커리어, 한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베컴은 자신의 화려한 명성에 비해서 대표팀 커리어에 아쉬움을 느꼈을지 모른다. 첫 월드컵이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보복성 파울을 범하면서 퇴장 당했고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베컴은 잉글랜드 국민들에게 역적으로 꼽히게 됐다. 2년 뒤 유로 2000에 참가했으나 잉글랜드는 A조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이후 베컴은 한일 월드컵 유럽 예선이었던 2001년 10월 6일 그리스전에서 종료 직전에 프리킥 골을 넣으며 조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게 했다. 명예회복에 성공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부상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지면서 두번째 월드컵에 나섰으나 잉글랜드는 8강 브라질전에서 1-2로 패했다. 유로 2004에서는 조별리그 1차전 프랑스전 페널티킥 실축, 8강 포르투갈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고개를 떨궜다. 잉글랜드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베컴은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에콰도르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작렬하며 대표팀 불운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팀은 8강 포르투갈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당시 베컴은 후반 초반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동료 선수들이 포르투갈에 패배하는 모습을 벤치에서 바라보게 됐다. 그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이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한동안 그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유로 2008 예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다시 대표팀에 발탁됐으나 맥클라렌호는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2007년 12월에는 자신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대립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잉글랜드 사령탑이 되면서 대표팀 커리어의 고비가 찾아왔다. 이듬해 2월 6일 A매치 스위스전에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3월 27일 프랑스전에 발탁되면서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치렀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 AC밀란에 임대되면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2010년 3월 14일 키에보 베로나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면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지난해에는 유로 2012에 이어 런던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과연 브라질 월드컵에서 베컴을 볼 수 있을까?
베컴이 월드컵에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브라질 월드컵이라고 볼 수 있다. 40대가 되기 이전에 치르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브라질 월드컵 출전 전망은 어둡다. 그동안 잉글랜드 축구에 많은 공헌을 했으나 대표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정체성이 있다.
그럼에도 베컴의 대표팀 열망은 식지 않았다. 항상 끊임없이 대표팀에 복귀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파리 생제르맹 입단은 브라질 월드컵 합류를 위한 선택으로 비춰지기 쉽다. 파리 생제르맹을 지휘하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는 AC밀란 임대 시절 사제지간 인연을 맺었던 사이다. 자신을 신뢰하는 지도자와 한 팀이 되면서 경기력을 끌어 올릴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 및 잉글랜드의 좋은 성과를 기대할 베컴의 꿈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